알바생이 입고 일한 근무복, 세탁도 알바생이?
당연한 듯 맡겨지는 아르바이트 근무복 세탁<br />
세탁을 누가 해야하는지 규정없어 결국 알바생 차지<br />
알바노조 "근무복 세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01 08: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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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사례1. 프랜차이즈 커피숍
"땀냄새가 나는데 근무복은 빨아 입고 다녀요?"
서울 관악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일하는 정모(21·여)씨는 매니저의 질문에 당황했다.
주말 낮시간에만 일하는 아르바이트라 탈의실에 놓인 근무복을 아무 생각없이 입었다가 지적을 받은 것이다.
남자 매니저에게 '땀냄새'에 대한 지적을 받아 불쾌하고 수치심까지 느낀 정씨는 그날로 옷을 집에 가져가 세탁기에 넣고 빨았다.
정씨는 세탁기에서 돌아가는 근무복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왜 내 것도 아닌 근무복을 빨고 있을까'
#사례2. 패스트푸드 전문점
서울 동대문구의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일하는 이모(24·여)씨는 오늘도 한숨이다.
"기름과 소스 범벅인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데 하얀 근무복이라뇨"
카운터 근무를 하고 있지만 매장 구조상 주방과 카운터가 매우 가까워 기름연기에 근무복이 찌드는 일이 다반사다.
자주 빨아 입는다고 해도 찌든 기름때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다 알고 있을텐데도 매니저는 늘 복장이 불량하다고 지적한다.
#사례3. 패밀리 레스토랑
서울 중구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최모(25)씨는 얼마전 세탁소에 들렀다.
식탁으로 음식을 나르던 중 커피를 들고가던 손님과 부딪혀 옷에 커피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손빨래를 해서 지워보려 했지만 커피 얼룩이 쉽게 지지 않는다.
결국 세탁소에 가서 4000원을 주고 근무복을 맡겼다.
"내 30분 시급이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근무복 세탁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또 다른 고충으로 떠올랐다.
최근 대기업이 운영하는 요식업체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근무복 세탁을 떠맡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 복장을 직접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근무복은 회사의 자산에 속한다.
그러나 상당수 매장에서 근무복의 세탁을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고 근무복에 대한 과도한 간섭까지 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실제로 이달 초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복장이 단정하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벌점을 주고 복장이 불량하다는 의미의 '꼬질이'를 선정해 시급을 깎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옷 한벌 빠는 것이라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음식점처럼 청결한 복장을 유지해야 하는 일터의 아르바이트생에게는 근무복 세탁이 또 하나의 업무로 느껴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근무복 세탁의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따질 법적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송유나 사무관은 "근로기준법 9장에 따르면 10인 이상의 사업장의 사용자는 '근로자의 식비, 작업 용품 등의 부담에 관한 사항'에 관한 취업규칙을 작성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관계 법령을 소개했다.
이어 "취업규칙 작성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협의를 통해 정할수도 있지만 사용자가 정할수도 있다"며 해당 조항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취업규칙 작성만 의무지 작업 용품의 유지·보수 의무가 사용자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도 "근무복의 세탁은 사규에 따라 협의해서 해결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아르바이트생 노동조합인 '알바노조'는 근무복을 아르바이트생이 세탁하는 것은 근로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은 "근무복은 회사의 자산인 만큼 근무복의 유지·보수는 사측의 책임"이라며 "아르바이트생이 근무복을 세탁하는 경우 이를 근로로 보고 적절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무복의 세탁과 다림질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하해성 노무사는 "20~30년 전만 해도 근로자들이 자신의 작업복을 직접 구매하거나 임금에서 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노동운동의 결과로 근무복 지급이 일반화됐다"며 "현행법상 문제가 아니더라도 근로자가 부당함을 느낀다면 고쳐나가야 할 문제로 봐야한다"고 전했다.(서울=포커스뉴스)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근무복을 입은 아르바이트생이 음료를 만들고 있다. 김대석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한 커피숍에서 근무복을 입은 아르바이트생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김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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