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알았다"…사건 새국면 맞나

'흡입독성 실험 필요' 의견 받고도 무시한 옥시<br />
정계로 옮겨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 해결 빨라질까<br />
옥시 이은 두번째 타깃 '세퓨'…前대표 등 소환<br />
검찰, SK케미칼 조사 나설까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28 18:19:37

△ 옥시는 피해자와 국민앞에 사과하라

(서울=포커스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최대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가 자사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지하고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검사)은 지난 2월 옥시 본사를 압수수색할 당시 사측의 과실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수면 위로 떠오르는 진실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새국면을 열고 있다.

◆ '흡입독성 실험 필요' 의견 받고도 무시한 옥시

검찰에 따르면 당시 옥시 측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출시하기 전 영국 본사로부터 원료 성분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실험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될 것을 우려해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 절차가 필요함에도 무시했다는 얘기다.

또한 검찰에 소환된 옥시 측 연구원 역시 시제품 출시 전 여러차례 흡입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옥시는 당시 법적으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독성실험을 의무화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당시 의약외품에 대한 독성실험은 의무적이었지만 공산품으로 지정된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독성실험을 반드시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옥시 측 설명이다.

그러나 신현우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이같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은 옥시의 이같은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정계로 옮겨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 해결 빨라질까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이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자 이번엔 정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27일 비대위 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청문회를 통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면서 “국회차원에서도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옥시’가 제품의 독성을 인지하고도 상품을 유통시킨 것은 업무상 과실치사”라며 “황사나 꽃가루 때문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28일 오전 국회 상무위원회에서 김 대표의 발언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을 공동 발의하자고 제안했다.

심 대표는 “19대 국회 때 이 문제에 대해 개별 의원 차원에서 대응했던 더불어 민주당이 가습기 특별법 제정과 청문회 개최를 밝힌 것은 큰 진전”이라며 “이참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입장을 정확히 밝혀 3개의 야당이 특별법을 공동 발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정부는 사건을 생산자와 소비자 문제로만 보고 책임을 회피하며 사망자 발생 이후에도 사건을 축소하는 데만 골몰했다”고 지적하며 “검찰 수사에 모든 것을 맡겨둘 수 없는 만큼 정부는 지금까지의 미온적 태도에서 벗어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적극적인 피해 구제를 위한 종합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 옥시 이은 두번째 타깃 '세퓨'…前대표 등 소환

옥시레킷벤키저 다음 타깃은 세퓨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검사)이 28일 세퓨 전 대표 오모씨와 세퓨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공급한 업체 대표 김모씨 등을 소환했다.

세퓨는 검찰이 폐손상 유발 제품 4개를 특정했을 때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제품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세퓨 가습기 살균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동안 판매됐고 1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27명의 피해자를 낸 업체다.

세퓨는 다른 3곳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사용한 것과 달리 이보다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를 원료로 사용했다.

세퓨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불거진 이후 회사를 폐업했다.

그러나 이후 오씨 부인이 유기농 제품 판매 쇼핑몰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장폐업에 대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날 조사에서 검찰은 오씨를 상대로 위장폐업에 관한 의혹부터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PGH를 사용하게 된 배경, PGH사용에 있어 안전성 검증을 거쳤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 검찰, SK케미칼 조사 나설까

그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주범으로 살균제 원료를 제조한 SK케미칼이 지목돼 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에 대해 SK 전현직 임직원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SK케미칼은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했다.

이후 옥시에 살균제 원료인 PHMG를 납품했고 옥시는 2001년 이를 이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PHMG의 경우 덴마크에서는 건축용이나 가축용 살균제로 용도가 제한돼 있다. 당시 한국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개발된 것이다.

SK케미칼은 2003년 호주 수출 과정에서 “PHMG를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현지 정부에 제출하고 다른 제조사에는 ‘흡입 경고 문구’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화학물질 취급설명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SK케미칼 측은 자신들이 법적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SK케미칼의 소환 여부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물론 전국민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SK케미칼이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를 제공한 업체인 만큼 옥시 못지 않게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 “아마도 다음 타킷은 SK케미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습기 살균제 과실 책임을 받고 있는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로 출두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사과를 촉구하는 손펫말을 들고 있다. 2016.04.26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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