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 vs 타의 '반반'?…김종인, 더민주 대표직 물러나나

'김종인 때리기' 본격화…JP '자의반 타의반' 연상<br />
더민주, 3일 연석회의서 전당대회 시기 논의<br />
"당 대표직 미련없다"는 김종인, 5일부터 휴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5-02 09:50:24

△ 굳은 표정의 김종인 대표

(서울=포커스뉴스) 그림 그리는 화가인 김종필(JP) 전 총리는 '언어의 예술가'이기도 했다. 숱한 명언을 남긴 그의 대표적인 말은 '자의반 타의반'이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박정희 대통령의 후계자로 떠오르던 1963년 공화당 창당 과정에서 반대파의 공격으로 반 강제적으로 외유를 떠났다. "자의 반 타의 반"이라는 말을 남기고….

두고두고 이 말은 정치권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유행어가 됐다. 노래 '썸' 가사를 빗대자면 '쫓겨난 듯 쫓겨나지 않은, 쫓겨난 것 같은' 뜻으로 풀이된다.

권력투쟁 끝에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김 전 총리의 심정을 잘 대변해주는 말인데 53년이 흐른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4·13 총선 승리를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1일 <포커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대표가 5일부터 10일까지 휴가를 떠난다"며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인 5일,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6일 등 봄철 황금연휴가 된 이 기간 휴가를 떠난다는 것인데 더민주의 현 상황과 맞물려 여러 정치적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김종인 대표, 미묘한 시기에 휴가 예고

20대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처한 더민주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김종인 대표. 총선이 채 90일도 남지 않은 지난 1월 17일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당권을 넘겨받은 김 대표는 당을 총선 체제로 전환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 3월31일부터 4월12일까지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총 4387.86㎞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1940년생, 76세 고령인 김 대표의 체력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무리할 수밖에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총선 이후에도 김 대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선, 낙선 인사를 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는 오는 3일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고 향후 당을 이끌어갈 당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논의한다.

연석회의에선 전대 시기에 대한 결론이 나면 의결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 당무위원과 20대 총선 당선자가 의견을 모으게 될 경우 당무위원회 보고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김 대표는 현 '김종인 체제'로 대선까지 맞아야 한다며 전대 연기를 주장했지만, 만만치 않은 저항을 맞을 전망이다. 한마디로 '구원투수' 역할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꾸리자는 당 안팎의 반격이 거센 상황이다.

김 대표가 평의원이 되느냐 여부가 결정하는 회의가 열리는 것인데, 김 대표는 그 직후에 휴가를 떠나겠다고 밝힌 셈이다.


◆ "대표직 미련없다"던 김종인, 스스로 물러나나?

현재까지 김 대표는 대표직에 미련이 없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김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표직에 미련이 없다"고 밝혀왔다.

김 대표는 총선이 끝난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전당대회 연기론'에 대해 "대표에 미련을 갖는 사람도 아니고 진작에 대표에 뜻이 없다고 얘기했는데 그걸로 이러쿵저러쿵하면 당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본다"면서 "연기론은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고 했다.

총선이 끝난 후 김 대표의 발언들을 보면 당이 김종인 체제를 원하지 않을 경우 미련없이 떠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이번 휴가 계획은 당 대표직에 관심이 없다는 메시지를 재차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석회의에 앞서 휴가 일정을 공지한다는 것은 당내 상황에 큰 관심을 두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휴가는 김 대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기 위한 휴가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휴가가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한 고심을 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후 자신의 거취 및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총선 끝나자 '김종인 비토 쓰나미'…타의로 물러나나?

"대표직에 미련없다"는 김 대표지만 내심 비대위 체제의 유지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김 대표는 "당이 과거로 돌아가선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김종인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최근 당내 돌아가는 사정상 김 대표 체제 유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지난달 28일 열린 '더민주의 호남 총선 평가, 성찰과 대안' 토론회에선 호남권 패배에 대한 김종인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김 대표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또 다음날 열린 중진의원 모임에선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 대표 체제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5선의 중진인 추미애 의원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호남 참패를 가져온 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더민주의 심장인 호남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당헌에 따라 조속히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이어 "지금 당은 야당 사상 처음으로 제1당이 된 화려한 승리라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60년 전통을 가진 더민주의 심장인 호남에서 대참패했다"며 "우리 지지자들의 민심이탈을 막고 새로운 동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제1당의 위치도 일시적인 허세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너진 지지기반의 이탈을 막고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해 하루빨리 현행 과도체제를 종식시키고 당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정치는 책임이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김 대표의 더민주행(行)이 결정된 지난 1월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선거가 끝나면 (더민주로부터) 다시 팽 당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 의원의 '팽' 예언이 실제 현실로 이뤄질지는 3일 예정된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민주 의원 및 당직자들이 28일 오후 대전시청을 방문한 가운데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대전시 정책간담회에서 김종인 대표가 굳을 표정을 보이고 있다.2016.04.28 김기태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5일 오후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광주 및 전남언론사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운열 국민경제상황실장, 전현희 당선인, 이춘석, 정성호, 양승조 비대위원, 이종걸 원내대표, 김 대표, 정세균 의원, 이개호, 진영, 김현미 비대위원, 박광온 대변인. 2016.04.25 박동욱 기자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 연기론 등 논의를 위해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4선 이상 중진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강창일, 변재일, 이상민, 안민석, 설훈, 박병석, 오제세, 이상민, 문희상 의원과 김진표, 송영길 당선인 등이 참석했다. 2016.04.29 박동욱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