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기념식이 끝나도 기념은 끝나지 않는다
4·19 기념식 끝난 국립4·19민주묘지 풍경<br />
"선배들이 피흘려 얻은 한 표…꼭 투표하길"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19 18:10:42
△ 그 날의 아픔을 기억하며
(서울=포커스뉴스) 기념식이 끝나도 기념하는 사람들은 남는다.
19일 오전 10시부터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서울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제56주년 4·19혁명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립4·19민주묘지를 방문해 기념탑 앞에 헌화하고 분향했다.
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우리는 갈등과 대립이 아닌 조국과 겨레의 미래를 위해 화해와 협력, 화합과 통합의 큰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기념사를 전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30분쯤 기념식이 끝나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묘역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기념식이 끝나자 당시 숨진 사람들의 가족과 지인들이 4·19묘역에 속속 모여들었다.
분향소 앞에서 만난 박성극(77)씨는 1960년 4월 19일 경찰의 시위 진압용 최루탄에 숨진 김주열 열사와 동향이다.
박씨는 "주열이는 나보다 다섯살 어린 동생이라 고향 동네인 전라도 남원에서 종종 봤지. 그때 1960년 당시 주열이는 중학생이고 나는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까"라고 김 열사를 추억했다.
이어 "당시 나는 고향에서 농촌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 얘기가 들리는거야. 주열이가 죽었다는 얘기가"라며 "결국 민심이 천심인 게 그 후로 이승만 박사가 쫒겨나 버렸잖아. 국민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정부는 망하게 돼 있어"라고 의견을 전했다.
가슴에 세월호 추모 배지를 달고 있는 박씨는 "동학농민운동부터 4·19혁명을 지나 지금까지 많은 것이 바뀐 것 같지만 세월호 참사같은 인재(人災)가 계속 되고 있다"며 "4·19혁명을 통해 정치적으로는 발전했을지 몰라도 경제적 무한경쟁이 사람의 영혼을 앗아가고 있다"며 한국사회를 평가했다.
또 "이번 선거를 통해 느꼈겠지만 새누리당은 민심을 알고 반성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통치만해서는 제2의 4·19혁명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정부여당에 따끔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김창필 의사의 묘비 앞에서 만난 김승필(72)씨.
김창필 의사는 4·19혁명 당시 시위에 나갔다 을지로2가에서 군인의 총에 맞아 숨졌다.
동생 김씨는 "형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사회를 보는 눈이 날카로웠다"며 "당시 고대를 졸업하고 병원 방사선과에서 일하다 시위에 나가 이렇게 됐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형 창필씨와 11살 터울이라는 김씨는 "묘소에 올 때마다 형과 대화를 나눠. 하늘나라에서 부모님은 만났는지 왜 그렇게 빨리 가야 했는지 물어보면 대답소리가 들리는 듯 해"라고 말했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김씨는 "이곳 국립4·19민주묘지에 안장된 189위의 희생자들이 대한민국을 살렸다"며 "4·19혁명을 진보진영의 폭력시위로 매도하는 의견들도 종종 보는데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고 전했다.
오후 5시 느지막히 이우대 의사의 묘소를 찾은 최석환(80)씨는 이 의사와 동국대학교 동문이다.
최씨는 "4·19의거 때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며 "우대가 당시 정치학과 4학년이었는데 효자동 골목에서 경찰의 실탄 발포가 있어 부상을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지금도 4·19묘지가 있는 서울 수유동 근처에 살아 종종 묘소를 찾는다"며 "어렵게 지킨 민주주의가 지금에 와서 후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최씨는 정부에 대해 "국정교과서,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불통의 결과"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이어 최씨는 나지막히 "청년들이 꼭 투표를 해야 한다. 지금 청년들이 쥐고 있는 한 표는 선배들이 말 그대로 피를 흘려 얻어낸 한 표다. 투표로 자신의 뜻을 꼭 전달하기 바란다"고 묘소를 나섰다.4·19혁명 56주기를 맞는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를 찾은 유가족들이 참배하고 있다. 2016.04.19 이승배 기자 4·19혁명 56주기를 맞는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를 찾은 유가족들이 묘지를 둘러보고 있다. 김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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