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어화' 천우희 "아홉수 시절, 많이도 헤매다 다시 제자리로"
천우희, '해어화' 속 연희 역 맡아 작사부터 가창까지 맡아 열연<br />
"청룡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달라진 시선, 혼란스러웠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19 08:54:42
△ [K-포토] 배우 천우희
(서울=포커스뉴스) "버텨내자, 이겨내자. 작년에 제 나이가 29살이라서 그런지 참 복잡했어요. 저에게 실망하는 순간도 있고, 좌절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마음을 다잡은 것 같아요."
천우희의 29살은 힘들었다. 사실 예상하기 힘든 말일 수도 있다. 그는 '한공주'(2013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2014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되었고,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기대는 점점 부담이 되었다. 그때, 천우희가 만나게 된 작품은 '해어화'였다.
천우희는 '해어화'에 기대감이 앞섰다. "여배우 둘이 나와서 대립각을 갖는다는 것. 재미있잖아요. 주고받는 연기가 얼마나 재미있을까, 흥분됐죠. '해어화'에서는 사랑 때문에 파멸로 가는 거라고 표현되지만 사랑은 많은 원인 중에 하나예요. 자기 재능에 고민하는 여성과 그의 주체적인 선택에 초점을 맞춰보면, 다른 면도 보일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맡은 연희 역에 정말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천우희는 "정말 머리 터지게 고민했어요"라고 표현했다. '해어화'에서 그가 맡은 연희는 대중가요에 뛰어난 목소리를 가진 인물이다. 그 목소리는 대중가요 작곡가인 윤우(유연석 분)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문제가 있다면 윤우는 연희의 가장 친한 벗인 소율(한효주 분)의 정인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사람이니까 가진 이기적인 욕망도 있겠지만, 관계가 쌓이면서 보이는 복합적이고 섬세한 결이 보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박흥식 감독님께 정말 많이 여쭤봤어요. 감독님께서는 욕망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좀 혼란스러웠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연희와 달리,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큰 그림이 있잖아요.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인 거죠."
연희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고민의 몫은 더욱 컸다. 그 마음을 담아 천우희는 극 중 연희가 부르고, 윤우가 작곡한 대중가요 '조선의 마음'의 작사에 참여했다. 평소에도 작품에 임하며 끄적끄적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결정한 일이었다. "작사한 여러 버전이 있었어요. 제가 연희니까, 감동이 팍 왔으면 좋겠더라고요."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아픈 시대잖아요.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연희의 삶도 참 순탄치 않고요. 고단함, 외로움, 그런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사에 '태양'도 쓰고, '이슬' 도 쓰고. 광복을 위한 노래인 것 같아서 '꽃'에 비유하기도 했어요. '못다 핀 꽃 한 송이'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좀 상투적이다 싶으면서도 연희와 시대를 표현하는 데 적합한 것 같았어요. 만개하기 전에 사그라들었잖아요."
'써니'(2011년)의 본드녀, '한공주'의 공주, '손님'(2015년)의 과부 미숙, 그리고 '해어화'의 연희 등 천우희의 필모그래피는 종잡을 수가 없다. 계속되는 강한 이미지가 여배우로서 부담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천우희는 "제 업인가 봐요"라고 웃으며 "가끔은 부담이 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결국 제가 선택한 것이거든요. 제가 끌리는 시나리오 속에 우연히도 캐릭터가 강한 거죠"라고 덧붙인다.
"저보고 주변에서 그런 말을 해요. '천만 영화 해야지'라고요. 물론 욕심이 있죠. 그런데 어떻게 될 줄 알고 하겠어요. 그러니 작품 선택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 관객에게 전해줄 메시지가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우선이지, 저만을 위해서 욕심내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일반적인 여배우들이 꺼리는 작품을 많이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래서 선택한 적은 없지만, 그렇게 보인다면 앞으로도 그러려고요. 사실 여배우의 입지가 넓지 않아요. 그런데 계속 꺼리는 부분이 남아 있다면,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여배우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거든요. 제가 작은 영화에서 시작해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저에게 나름의 자부심이 되기도 하고요. 제가 여배우로서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앞장서서 도전하고 싶어요."
이는 29살 내내 고민한 후 나온 확신인지도 모른다. 천우희는 혼란스러웠던 지난해를 고백했다. "상을 탄 당일에 스스로는 다 정리했어요. '상은 참 감사한 일이지만, 저는 앞으로도 땅에 발 디디고 덤덤하게 해나가면 되겠지'라고요. 그런데 저를 향한 시선과 기대감에 위축되더라고요. 이게 아홉수라는 건가 생각하며 지내다 보니 예전의 마음과 태도를 찾고 싶더라고요.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묵묵하게 나답게 하자고 생각했죠. 헤매다가 결국 제 자리로 돌아왔어요.(웃음)"
'해어화' 속 연희는 가시꽃에 비유된다. 그의 무대를 보며 소율은 '연희가 무대에서 가시를 털어내고 있었다'고 말한다. 천우희가 생각하는 자신은 어떤 꽃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가시꽃은 절대 아닌 것 같아요. 방어하기 위해 까칠하거나 날을 세우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화려한 편도 아닌 것 같고요. 들꽃 같은 느낌이면 좋겠네요. 제비꽃 같은 느낌."(서울=포커스뉴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해어화'의 배우 천우희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08 김유근 기자 천우희는 '해어화'에서 연희 역을 맡아 작사부터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것까지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해어화' 스틸컷. (서울=포커스뉴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해어화'의 배우 천우희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08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해어화'의 배우 천우희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08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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