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등' 정지우 감독 "세상에 '맞을 짓'은 없습니다"
초등부 수영선수 준호(유재상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4등'<br />
"수영장에 레일을 없애는 순간…그 느낌이 파격"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16 08:50:04
△ [K-포토] 영화감독 정지우 인터뷰
(서울=포커스뉴스) '은교'를 찍은 정지우 감독이 초등부 수영선수 준호(유재상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4등' 포스터에는 정지우 감독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문구가 더해졌다. 도대체 그 이야기는 뭘까? 궁금증을 안고 정지우 감독과 만났다.
사실 정지우 감독과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나란히 생각하긴 어렵다. 정지우 감독은 '은교'(2012년), '해피엔드'(1999년)등의 작품에서 사랑에 대한 파격을 스크린에 담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제가 청소년(19세 미만) 관람불가 영화를 찍은 감독이라 그랬나?"라며 웃는다. 그러면서도 "나도 아빠가 아니라면 '4등'을 찍을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의 12번째 프로젝트로 기획된 작품이다. 정지우 감독과 인권위의 만남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옴니버스 영화 '다섯 개의 시선'에서 정 감독은 '배낭을 멘 소년'이라는 단편 영화를 제작했다. 정 감독은 장편 영화의 제안을 받고 고민을 하던 중 스포츠 인권을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그래픽 노블 중 '염소의 맛'이라는 책이 있다. 물속 장면이 나오는데 저에게 각인됐나 보다. 그래서 막연히 기록이 안 나와 물속에서 우는 선수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고 싶었다. 소재를 정한 뒤 취재를 정말 많이 했다. 영화를 촬영하기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거의 모든 수영 경기를 보러 다녔다. 그러면서 선수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많이 만났다. 그중 한 분께는 부탁하고 집에 찾아가기도 했다. 도와주신 분으로 엔딩 크레딧에도 나온다."
많은 자료 수집을 통해 '4등'의 장면들이 완성됐다. 그렇기에 유독 '4등'에는 공감 가는 장면이 많다. 엄마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서 코치를 만날 때 아이의 말을 가로채는 모습이나, 엄마가 외출 후 돌아와서 컴퓨터 본체를 만져본 뒤 게임을 한 아이를 혼내는 장면은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아이를 다그치는 모습뿐만이 아니다. 엄마는 아빠와 아이를 위한 기도는 줄줄이 말하면서도 그 속에 자신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말하지 못한다.
"엄마(이항나 분)의 양면이 보이길 바랐다. 자식을 위해 기도하면서도, 아이가 코치에게 당하는 폭력에는 침묵하지 않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항상 불안감을 느낀다. 저도 아들이 한 명 있는데, 참 그렇다. '세상에서 사람 구실을 하고 살 수 있을까'하는 것이 매일 걱정이다. 잘 사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보통이라도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인 것 같다."
정 감독은 준호의 아빠(최무성 분), 광수 코치(박해준 분), 준호, 그리고 준호의 동생 기호를 통해서 폭력의 대물림을 말한다. "과거 준호의 아빠가 광수(정가람 분)에게 '맞을 짓을 했으니까'라는 말을 한다.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것은 '맞을 짓'이라는 것은 없다는 점이다. 광수는 과거 코치에게 폭력을 당했고, 그대로 준호에게 폭력을 가한다. 그리고 준호는 자신의 수경을 쓰고 놀았다는 작은 이유로 기호에게 폭력을 가한다. 정말 무서운 장면이다."
"코치가 선수에게 가한 폭력은 잘못을 고쳐주려는 매다. 그렇다면 그 폭력이 피부에 닿아 준호가 기호에게 하는 폭력은 뭔가. 세상에 맞을 짓이 있는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가 잘못했다면, 폭력이 아닌 다른 것으로 알려줘야 한다. 폭력은 피부에 닿을 수 있으므로, 그리고 그 목적성은 너무 자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4등'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엘리트, 1등을 원하는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있다. 이는 레일을 걷어버린 수영장이라는 파격적인 이미지로 담긴다. 준호는 수영하는 것이 행복한 아이다. 그 의미는 레일에 따라 앞으로 나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속에 비친 빛을 따라 정처 없이 오가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정 감독은 해당 이미지를 떠올린 것에 대해 "레일을 치운 수영장을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말한다.
"북유럽에서는 별 모양으로 된 수영장도 있다더라.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직사각형에 레일이 놓인 수영장뿐이다. 그 수영장에서는 레일을 따라 앞으로 전진해야 할 것만 같다. 그리고 옆 사람보다 더 빨리 나가야 할 것 같은 경쟁의 느낌이 있다. 그런데 레일만 치웠을 뿐인데, 그런 느낌도 같이 사라지더라. 첨벙첨벙 놀이터 같은 분위기가 된다. 우리 사회도 레일을 걷어서 조금만 더 행복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정지우 감독이 대중적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은 '은교', '해피엔드'를 꼽는다. 하지만 그는 쓰임새 있는 영화를 꿈꿔왔다. 그가 청년 시절에 만들었던 '사로', '스무살의 젊은이에게', '생강', '배낭을 멘 소년' 등의 작품이 그렇다. 그런 의미로 영화를 통해 이 시대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면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가 마음이 급한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4등'을 가능하면 아이와 부모, 학생과 코치가 함께 와서 보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이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맞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세상에 '맞을 짓'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서울=포커스뉴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4등'의 정지우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05 김유근 기자 정지우 감독이 '4등'에서 준호 역을 맡은 아역배우 유재상 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4등' 현장 스틸컷. '4등'에서 코치 광수(박해준 분)은 준호(유재상 군)의 훈련을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사진은 '4등' 스틸컷. '4등'에서 준호 역을 맡은 아역배우 유재상의 모습. 사진은 '4등' 스틸컷.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