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학생들 뿔났다…"종단 개입 반대!"

동국대 내홍(內訌) 끝날 조짐 안보여<br />
"이사 13명 가운데 9명이 스님, 말이 되나"<br />
도심 한복판 황소 출현 소동 일기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15 18:07:56

△ 동국대 대학생들 조계종단 대학 행정 규탄 집회

(서울=포커스뉴스) 대한불교조계종의 학교 운영 개입에 반발한 동국대학교 학생들이 15일 오전 대학광장에서 '415 조계사 행진 선포식'을 갖고 서울 필동 동국대 후문에서부터 서울 견지동 조계사까지 행진하고 조계종단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동국대는 지난해 초부터 조계종단의 대학총장 선거개입 의혹, 한태식(보광) 현 동국대 총장의 논문표절 논란, 전 동국대 이사장인 일면 스님의 탱화 절도사건 등에 학생들이 집단반발하며 지금까지 내홍(內訌)을 치르고 있다.

이날 동국대 총학생회 측은 △조계종단의 동국대학교 행정 간섭 중지 △대학 자치 자율성 보장 △한태식 총장과 이사진의 사과·사퇴 △대학 의사회 및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의 민주적 개편 등을 종단과 학교 측에 요구했다.

안드레(25)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현재 동국대 이사회 13명 중 9명이 스님이고 동국대 정관에는 심지어 '이사회의 2/3 이상은 스님으로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기까지 하다"며 "이래서야 종단의 입김에서 대학이 자유로울 수 없다.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대학 측은 학생들과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고 심지어는 총장 사퇴 요구 운동을 벌인 학생 4명을 명예훼손죄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학내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장·이사진 총사퇴 운동을 벌이다 지난달 23일 동료교수 폭행 논란에 휘말려 동국대 측으로부터 해임된 한만수(57) 전 동국대 교수협의회장도 역시 조계종단과 동국대 이사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전 회장은 "14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애초에 잘못한 게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라며 "이사회의 파행적 운영, 종단의 과도한 개입 등으로 대학자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계속 대화를 미룬다면 교수협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출신 소설가 성낙주(62)씨는 "한만수 교수는 정상적이지 않은 학교행정에 대해 바른 지적을 했을 뿐"이라며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마음대로 인사권을 휘두르는 것은 폭력이고 야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는 동국대 학생 200여명도 참석해 생각을 밝혔다.

광고홍보학과 2학년 김희건(20)씨는 "연세대와 이화여대도 종립학교인데 연세대는 이사 12명 중 2명만 목사이고 이화여대에는 종교인 이사가 한명도 없다. 동국대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며 "아침에 어머니께서 대학생이라면 리(利)보다는 의(義)를 좇아야 하는 법이라고 말해주셨다. 정의구현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세대와 이화여대도 종립학교인데 연세대는 이사 12명 중 2명만 목사이고 이화여대에는 종교인 이사가 한명도 없다. 동국대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집회가 끝나고 동국대 대표단은 이날 집회에서 나온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조계종 측에 전달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동국대 총학생회 측이 행진에 황소를 동원해 앞세우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한동안 마찰을 빚으며 일대 소동이 일기도 했다.

동국대 총학생회 측은 "종단의 행태를 황소에 빗댄 퍼포먼스일 뿐"이라며 함께 행진하게 해달라고 경찰 측에 요청했지만 교통 불편을 초래하고 시민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이에 대해 최장훈(29) 전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 종단 관계자들과 이사들을 규탄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소와 함께 행진하려고 했다"며 "사람을 해치지 않는 온순한 소라서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동물을 집회현장에 대동하는 것은 집시법 위반"이라고 밝히며 소를 현장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차에 태워 옮기라고 요구했지만 소 주인 정면채(57)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한때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정씨는 "서울에서는 소를 타고 다니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며 "조계종의 행태와 동국대의 파행 운영을 지켜볼 수 없어 소라도 끌고 온 것"이라고 밝혔다.

도심 한복판 황소 출현 소동은 오후 1시 10분쯤 경찰의 설득이 못 이긴 정씨가 황소를 트럭에 태워 이동하면서 끝이 났다.15일 동국대 학생들이 동국대에서 조계사까지 행진하고 조계종단과 동국대학교 총장·이사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장지훈 기자 jangpro@focus.co.kr15일 오전 동국대 총학생회 측이 황소를 동원해 동국대에서부터 조계사까지 행진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후문 일대에 잠시 소동이 일었다. 장지훈 기자 jangpro@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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