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창-이진성-김시은-김기현 '수색역', 관심의 주변에서 '감사'를 외치다
독립영화 '수색역'의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최승연 감독과 배우 맹세창-이진성-김시은-김기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15 11:00:57
(서울=포커스뉴스) "어쩌면 오늘이 수도권에서 하는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제가 관객에게 더 많이 감동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2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수색역'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진성이 입을 열었다. 상업영화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빈틈없는 객석도 아니었고, 스타를 향한 환호와 앞으로 가려는 팬들을 제지하는 경호원도 없었다. 오히려 현장에서 배우 김기현은 마이크로 관객에게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건넸다.
'수색역'은 1990년대 후반, 상암 월드컵 경기장 유치로 개발의 분위기가 들끓었던 수색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어릴 때부터 그곳에서 자란 윤석(맹세창 분), 상우(공명 분), 원선(이태환 분), 호영(이진성 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서 동네 분위기에 따라 관계가 변화한다. 영화는 이들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포착한다.
가장 먼저 관객은 최승연 감독에게 '수색역'을 만들게 된 계기를 물었다. 최 감독은 "한국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감독이 쉬운 게 아니구나, 다른 걸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박헌수 선생님께서 '너는 이제 뭐 할래, 어쩔래' 걱정하시며 매주 점심을 사주셨다. 그러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제가 어린 시절 자란 동네가 수색동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박헌수 선생님이 이걸 써보라고 제안하셨다. 그래서 인물들이 저와 복합적으로 닮아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솔직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인상 깊은 장면을 꼽으면서 배우들을 서로를 바라보며 연신 웃었다. 맹세창은 "공명이가 이태환의 집을 찾아가서 돈에 글씨를 써서 주는데, 장초를 떨어뜨리면서 침이 같이 흐르는 장면이 있다. 그 모습이 정말 리얼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혀 현장을 폭소케 했다.
자신의 실제 경험에 빗댄 안타까운 마음도 전해졌다. ‘수색역’에서 김원 역을 맡은 김기현은 "이태환이 차안에서 공명이를 발견했을 때, 그 장면이 시나리오로도, 영화로 보기도 힘들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한 친구가 있다. 상우를 볼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났다. 경험하고 싶지도, 떠올리기도 싫은 마음인데 그 장면이 마음 깊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수색역'은 독립영화다. 상업영화와 달리 큰 포스터도, 빳빳한 소개지도 없다. 상영시간대도 쉽게 찾기 어려운 시간이다. 청소년(19세 미만) 관람불가 영화인데, 상영시간은 평일 대낮에 배정되거나, 소수의 예술영화관, 그것도 자정 근처의 시간에 배정된 경우가 허다하다. 참여한 배우들은 실제처럼 연기해 '반 다큐멘터리'라고 표현할 정도로 열심히 임했기에,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감추지 않는다.
이진성은 "'수색역'은 관심에 대한 영화다. 상우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이러다간 저희 모두가 상우처럼 변하지 않을까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그런데 '수색역'을 애정을 갖고 지켜봐 준 관객들이 있다. 네 번 봤다는 분도 계시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항상 반겨주시는 분도 계신다. 그래서 저희가 더 많이 감동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맹세창 역시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윤석이가 친구들을 관찰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잘 표현하기 위해 '수색역' 시나리오를 백 번 넘게 읽고, 통째로 씹어 먹었다고 생각했다. 누가 나보다 더 잘 '수색역'을 알까 싶었는데, 관객과 만나면서 깨우치는 점이 많다. 문장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수색역'에서 선미 역을 맡은 김시은은 관객과의 대화를 앞두고 걱정이 많았음을 밝혔다. 그는 "관객이 '왜 저렇게 연기했냐'고 공격받을까 봐 솔직히 걱정도 많고 떨렸다. 하지만 관객과 얼굴을 마주보며 묻고 답하고 소통하는 느낌이 좋더라. 영화는 원 수업이고, 관객과의 대화는 보충 수업하는 느낌이다. 저를 비롯해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도 생각 못 한 것까지도 알게 될 수있는 재미있는 자리 같다"고 말했다.
'수색역'은 지난달 31일 개봉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이후 총 상영된 스크린수는 44개고 상영횟수는 255번이다. 지난 2월 개봉한 '검사외전'의 일일 최대 스크린 수가 1812개였고 상영횟수가 9541번임을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작은 수치다. 하지만 독립영화로서 '수색역'은 관객의 호평을 얻으며 신선한 소재, 배우들의 발견 등의 가능성을 남겼다. 개봉 3주차인 주말 서울 인디플러스, 대구 동성 아트홀 등에서 상영된다.'수색역'의 관객과의 대화에 배우 김기현,김시은,맹세창,이진성,최승연 감독이 참석했다. 조명현 기자 이태환,이진성,공명,맹세창(좌측부터)는 '수색역'에서 한 동네에서 자란 절친한 네 친구를 연기했다. 사진은 '수색역' 스틸컷. 공명은 '수색역'에서 상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수색역'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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