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부자들, 자본주의 벗어났다"
파나마 페이퍼스가 보여준 '합법적으로' 탈세하는 사회<br />
"부패한 부유층이 정치 좌지우지"…금권정치 실태 지적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11 17:46:44
(서울=포커스뉴스) "파나마 페이퍼스의 본질은 탈세가 아닌 민주주의의 부패다."
칼럼니스트 애디탸 차크라볼티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10일(현지시간) 칼럼을 기고해 이같은 주장을 펼치며 "파나마 페이퍼스는 상위 1%의 부유층이 일반적인 사회 시스템을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자이퉁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등이 폭로한 탈세 기록 문건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해외 정치 지도자 12명을 포함해 전 세계 사회 고위층과 부유층 인사가 지난 30여년간 20만개가 넘는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탈세를 해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자들만의 리그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들은 곤혹을 치르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사상 최초로 납세 이력을 공개하며 탈세 의혹을 해명하려 애쓰고 있다. 시그문뒤르 귄리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사회 고위층의 탈세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파나마 페이퍼스 이전에는 2014년 룩셈부르크 정부가 다국적 기업의 탈세를 도왔다는 대규모 비리 사건이 밝혀졌다. 이 외에도 조세 피난처를 이용한 역외 탈세 사건은 국내외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는 "파나마 페이퍼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놀랄 만한 사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며 부유층 사이에 만연한 부패를 꼬집었다.
차크라볼티는 이와 관련해 파나마 페이퍼스는 이미 '부자들만의 리그'가 돼버린 사회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부유층이 30년간 정교한 수법으로 탈세를 저질러 왔다는 사실은 이들이 이미 일반인과는 다른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유층은 일반인이 지켜야 할 자본주의 사회의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외신은 부유층의 탈세가 해외 조세 회피처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왜곡된 법 체계와 공권력이 부유층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부유층을 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유층은 일반인과는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분리된 세상에 살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자본주의는 진짜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차크라볼티 역시 세계적인 석학 니콜라스 색슨을 인용해 "역외 탈세는 자국의 법과 질서를 피해 돈을 다른 나라로 옮겨놓는 것"이라며 "조세 회피를 하면 자국의 병원, 학교, 길 등 사회 시설의 현금을 훔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탈세는 학교 등에 쓰여야 할 공공 자금을 줄인다"며 "부패는 세계를 더 가난하고 불평등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대의'민주주의는 끝났다
차크라볼티는 역외 탈세가 보여주는 진짜 문제는 부유층의 입맛대로 사회가 흘러가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의 경제 석학 앨버트 허시먼을 인용해 불공평한 사회 구조를 설명했다. 허시먼에 따르면 시민이 사회 시스템에 저항하려면 목소리를 내거나(voice) 나가버리는 것(exit) 중 한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립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장에게 항의를 하거나, 공립 학교에서 나와 사립 학교에 다니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거부들은 허시만의 룰을 보란듯이 부수고 있다고 차크라볼티는 분석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는 조세 피난처를 이용해 '탈출'(exit)했으면서도 여전히 정치적으로 '면세'를 외치며(voice)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상위 1% 부유층은 정치 권력을 사들이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영국 대선에서 헤지펀드와 사모 투자자들은 보수당 선거 자금의 절반을 제공했으며, 그 결과 18년 만에 '입맛에 맞는' 보수 정권이 들어섰다.
이후 영국에서는 세금 감면 정책이 시행됐고, 조지 오스본 재무부 장관은 법인세 인하 검토를 지시하는 등 부자들이 금전적인 혜택을 봤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칼럼은 "그간 정치학 수업을 통해 영국은 대의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배웠지만, 30년간의 금권 정치는 대의민주주의를 종식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극소수를 제외한 정치인은 더 이상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며, 주택 임대 시장에 위기가 왔을 때 영국 주택·도시계획부 장관은 임대 소득을 얻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주택 임대료가 치솟는 와중에 하원 의원 4분의 1가량인 153명은 임대 소득을 얻었다고 신고했다. 이 중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오스본 장관, 브랜든 루이스 주택·도시계획부 장관 등이 포함됐다.영국의 칼럼니스트 애디탸 차크라볼티는 "파나마 페이퍼스는 민주주의 사회의 부패를 증명한다"고 10일(현지시간) 주장했다. (Photo by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2016.04.1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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