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간이탈자' 조정석 "조용필 '허공' 부르던 6살 때부터 이탈 없이"
조정석, '시간이탈자' 속 지환 역 맡아 열연<br />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가 되고파"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09 10:00:06
△ [K-포토] 배우 조정석의 눈빛
(서울=포커스뉴스) 조정석은 '시간이탈자'에서 문제아 학생 승범(이민호 분)에게 "나침반의 바늘이 움직이는 동안에는 방향을 알 수 없는 법이지"라는 말을 한다.
다그치기보다는 기다려줄 거라는 뜻이다. 조정석은 현재 자신의 나침반 바늘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리고 이는 어릴 때부터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음을 덧붙인다.
조정석은 뮤지컬 '그리스'로 2005년에 데뷔했다.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영화 '건축학개론'(2012)년을 통해서다. "납득이 안돼"라고 말하는 납뜩이 역으로 말이다. 뮤지컬로 시작해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는 "아마 차근차근히 이쪽(배우)으로 가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요"라고 말한다. "될 놈은 된다는 말은 안 좋아해요. 될 놈은 만드는 거죠."
조정석의 나침반 방향을 정해준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학창시절 열심히 다니던 교회의 전도사님이 어느 날 그를 신촌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불렀다. 삼수하던 시절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며 "방화동에 살았거든요. 신촌이면 완전 시내였어요. 무슨 말씀을 하시려나 하면서 나갔죠"라고 너스레부터 떨었다.
"전도사님이 연기해 볼 생각 없냐고 하셨어요. 제가 교회에서 공연, 성극, 뮤지컬 등 여러 가지를 했거든요. 그냥 놀이문화처럼 접한 거예요. 재미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못 하지 않았나 봐요. 묵묵히 지켜보시다가 그런 말씀을 해주신 거예요. 그 말씀에 연기를 배우기 시작하고 시험을 봤는데 단번에 붙은 거예요. 그러면서 방향을 찾은 거죠."
조정석은 조금은 남달랐던 6살 정도 됐을 때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는 "이 길을 방향으로 제일 첫 번째 기억으로 남아있는 게 있어요. 어릴 때, 시골에서 엄지손가락을 다쳤어요. 그래서 깁스를 하고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어요. 거기에서 조용필 선배님의 '허공'을 불러서 박수갈채를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병실에 꽤 사람이 많았거든요"라고 말하며 인터뷰 중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으로 시작하는 '허공'의 한 소절을 선보였다.
자연스럽게 과거 이야기가 인터뷰에서 이어졌다. '시간이탈자'는 제목처럼 시간을 오가며 펼쳐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1983년도에 사는 지환(조정석 분)과 2015년에 사는 건우(이진욱 분)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게 되고, 그 속에서 목격한 한 여자(임수정 분)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의 변화는 현재도 변화시킨다. 한 사람이 살고 죽는, 살인 사건이라면 그 폭은 더욱 커진다.
"이야기에 잘 묻어나자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장르가 멜로와 스릴러가 결합된 거지만, 저는 스릴러에 더 무게를 싣고 싶거든요. '지환을 통해 조정석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자'가 아니었죠.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작품이니 인물의 관계성을 잘 보여주고, 화자로서 잘 쓰일 수 있는 도구가 되자고 생각했어요."
조정석이 느낀 지환의 매력은 희생정신이었다. 건우의 상황을 통해서 미래를 보게 되지만, 선택은 항상 지환의 몫이었다. 그런 지환을 그리기 위해 조정석 역시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에 그대로 몸을 던졌다.
"비 오는 옥상에서 촬영할 때 였어요. 12월, 1월에 진행됐는데 제가 입은 옷이 얇았거든요. 첫 번째는 추위와의 싸움이었죠. 그리고 옷이 얇으니 보호 장비를 착용할 수가 없더라고요. 연기할 때는 몰랐는데, 다음 날 배를 보니 기찻길(각목 자국)이 생겼더라고요. 각목으로 맞은 자국이 선명하더라고요. 아프더라고요."
조정석이 지환으로 몸을 던질 수 있던 것은 사랑하는 한 여자 때문이었다. 그는 "멋있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영원불변의 사랑에 대한 감성적인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것에 공감이 안 됐으면,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못 봤을 거예요. 제가 좀 뚜렷하게 현실적이진 않거든요. 좀 낭만이 있고, 학창시절 때 시도 좀 적었고요.(웃음)"
조정석의 나침반은 멈췄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예측할 수 없다. 그 역시 '롤모델을 정해놓고, 어떤 배우가 될 거야'라는 생각을 경계한다. "예측 가능한 연기는 안 좋은 것 같아요. 항상 새로운 것만이 진리는 아니고, 정통 연기를 힘있게 밀어붙이는 것도 필요해요. 그런데 저는 누군가 생각하지 못한 호흡을 찾아내는 것에 희열을 느껴요.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 그게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인 것 같아요."
조정석은 배우로서의 자신과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구별하려 한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년)을 할 때, 깨달은 점이다. 열등의식에 휩싸여 자살까지 생각하는 극단적인 캐릭터 모리츠 역을 맡았을 때였다. 공연을 보러 온 지인은 "(조)정석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정석의 실제 삶도 변할 정도로 몰입했던 캐릭터였다. 문득,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미래의 자신을 마주하게 되면, 보고 싶은 모습으로 인간 조정석의 모습을 말한다.
"미래의 저를 보게 된다면요?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배우의 위상이 어떻게 변해있느냐가 아니라, 제가 제 인생을 어떻게 누리고 있는지가 궁금해요. 사실 '꽃보다 청춘'을 통해서 여행도 다녀왔지만, 깨달은 게 있거든요. 제가 얼마나 누리고 사느냐에 대한 생각이에요. 가족과 얼마나 시간을 보내는지, 보고 싶은 친구는 얼마나 만나고 있는지, 연기라는 직업 외에 얼마만큼 내 인생을 누리고 있는지를 보고 싶네요."(서울=포커스뉴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시간이탈자'의 배우 조정석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08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시간이탈자'의 배우 조정석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08 김유근 기자 조정석은 영화 '시간이탈자'에서 사랑하는 한 여자(임수정 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시간이탈자' 스틸컷. (서울=포커스뉴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시간이탈자'의 배우 조정석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08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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