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화상경마장 ‘키즈카페’ 개점?…4년 갈등 터지나

이달 중순 '키즈카페' 개점 강행 논란, 대책위 '촉각'<br />
개장 11개월…다양한 문화시설, 일부 주민은 입장 변화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08 10: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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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워야죠."

7일 서울 용산구 원효대교 북단 부근에서 813일째 노숙농성 중인 김율옥 용산화상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공동대표는 '아이들'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이날 김 대표를 비롯한 대책위 회원들이 24시간 내내 지키고 있는 천막 농성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현재 대책위가 결사반대하고 있는 경마장 건물 내 '키즈카페' 개점 사업이 이달 중순에 강행될 것이라는 설이 확산되면서다.

키즈카페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과 식음료를 판매하는 카페가 결합돼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이 주요 고객층이다.

김 대표는 "내부공사는 이미 끝마친 것으로 안다"며 "당장 이번주부터 반대서명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마사회는 키즈카페 개점에 대한 구체적 일정이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마사회 홍보팀 관계자는 "해당 층수에는 창업지원센터, 아이들을 위한 과학체험관 등 교육문화시설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아이들 출입이 가능한 것을 두고 대책위 측에서 부르는 키즈카페 개점 일정은 현재까지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 경마장 내 '키즈카페' 설치…지역사회 vs 마사회, 갈등 2차전

키즈카페 논란은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6월 지상 18층 높이의 경마장 건물 1~7층을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며 용산구청에 건물용도변경 신청서를 내면서 불거졌다.

지역 주민들은 "아이들을 볼모로 도박장을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경마장 부근에 위치한 일부 중·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나서 키즈카페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을 진행하며 한국마사회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용산구청은 같은해 7월 도박장에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는 현행법에 저촉될 수 있고 도박장에 아동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사회상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불허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가 이에 불복하면서 이 문제는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이승택)는 지난 2월 12일 용산구청이 한국마사회에 내린 건축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복합문화공간의 일부분을 차지할 키즈카페 때문에 전체 공간 용도 변경을 불허가할 수는 없다고 봤다.

현재 이 사건은 용산구청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2심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교육기관 주변에 도박장 설치…'키즈카페' 논란의 본질은

키즈카페 논란은 용산화상경마장 설립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한국 마사회가 4년째 이어온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마사회는 2013년 5월 경마장 입주를 위해 현재 건물의 공사를 마친 시점부터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왔다.

지역 거주민들을 포함해 인근 학교 교직원들은 경마장이 들어서면 각종 유흥업소 유입으로 어린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해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는 줄곧 법적 조항을 내세우며 경마장 건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보건법 제6조 1항에서는 학교로부터 200m 이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의 금지시설로 사행행위장 및 경마장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측은 용산화상경마장은 가장 가까운 성심여고에서 215m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경마장 건립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측은 "유해시설이 한번 설립되면 그로 인해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다"며 "단순히 숫자 문제에 국한해서 볼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 경마장 개장 11개월…건물 내 문화강좌 '인기', 밖은 '농성' 지역주민 입장 갈려

지역사회와 갈등의 불씨를 남겨둔 채 용산화상경마장은 지난해 5월 개장했다.

개장한 지 한 달 만에 한국마사회 측은 경마장 건물 8~12층까지 문화공감센터로 운영하기로 하고 30여개 교육·문화 강좌들을 운영하고 있다.

전 강좌는 무료로 진행되고 용산구 주민은 강좌 신청기간에 우선 등록이 가능하다.

경마장 개장일이자 강좌일정이 없는 요일에는 주민들의 문화공간이 경마장으로 운영된다.

경마장이 개장된 지 11개월째가 되자 이를 지켜보는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나뉘고 있다.

한국마사회에서 진행하는 탁구강좌를 수강 중인 임모(52·여)씨는 "용산구에서도 서부 쪽은 주민들을 위한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마사회 건물이 들어오면서 다양한 여가생활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그는 경마장 운영으로 인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경마장 건물 주변에서 행패부리는 사람을 아직 못봤다"고 전했다.

경마장 앞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윤모(68)씨는 "경마장 개장 이후 술을 팔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음주 매출이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승용차로 오는 손님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면서도 "경마장 출입 전후로 요깃거리를 찾는 손님들은 꽤 있다"고 말했다.

경마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지역사회 퇴폐화를 우려하는 주민들도 많다.

경마장 근처에 위치한 성심여자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는 김모(42)씨는 "서울 시내 경마장 있는 곳에는 다 유흥업소들이 따라 생겼다"며 "경마장 건물에서 길만 건너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있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마사회와 대책위·반대 주민들 간 갈등은 점점 대치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마사회 측은 대책위 쪽에 몇 차례 대화시도를 했지만 대책위는 현재 건물에서 경마장을 모두 없애지 않는 이상 어떠한 협상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7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화상경마장 앞에 '용산화상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 천막 농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대책위가 노숙농성을 시작한지 이날로 813일이 됐다. 박지선 기자 용산화상경마장 바로 인근에 있는 대책위의 천막 농성장. 박지선 기자 용산화상경마장 건물 1층 로비에 부착된 건물 층별 안내판. 1~7층은 '주민친화 복합 문화공간 조성중' 이라고 적혀있다. 박지선 기자 지난해 6월부터 용산화상경마장 내 문화공감센터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무료 교육문화 강좌들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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