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매각 뒷말 '무성'…1조원 대 넘는 매각가격 의혹, KB 내정설까지
KB자산운용, 현대그룹 계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7% 보유<br />
KB국민은행은 현대상선 채권단의 일원 <br />
'내정 후 한국금융지주와 막판 경쟁 부추겨 1조원대 가격 끌어내' 소문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07 14:19:50
△ 여의도 증권가
(서울=포커스뉴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1조원대 매각 가격에 대해 의혹어린 시선이 일고 있다. 현대증권의 모그룹인 현대그룹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막판 매우 기술적으로 경쟁을 시켰다는 지적이다. 또, 일각에서는 'KB 사전 내정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7일 IB업계 등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금액으로 1조1000억원 내외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본입찰 직전의 시가 3580억원(지분 22.56%)의 3배 가량 높은 금액이다.
주가가 해당 회사의 경영상태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1조원대 금액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초우량 금융회사인 KB금융지주가 인수 후 재무상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치게 비싼 값을 치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별도기준 현대증권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632억원, 2205억원임을 들어 기업 M&A시 흔히 쓰는 가치평가식인 'EV(기업가치)/EBITDA(현금창출력)'를 확대적용할 경우 무리한 금액은 아니라는 논리를 제시하기도 한다. 업종마다 천차만별이지만 'EV/EBITDA'를 5~6배, 많게는 10배 이상을 적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 제조업과 달리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큰 폭의 실적 변동성을 보이는 증권사에 이같은 산식은 큰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올해 증권업계의 파생상품 헤지손실이나 우발채무 우려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 호실적은 더욱 의미를 잃는다.
또, 1조원대 가격은 현대증권 순자산가치의 약 1.5배에 달한다. 대우증권 매각 가격이 약 1.3배, NH투자증권이 약 0.7배였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자금사정이 급한 모그룹이 KB금융지주 외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한국금융지주 등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막판에 지나치게 가격 경쟁을 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KB 내정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KB자산운용이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KB국민은행은 현대증권의 모기업인 현대상선 채권단의 일원이다. 현대그룹과 KB 간의 '사전 공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수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말 채권단과 채무를 유예받는 등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은 바 있다.
또,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전까지 IB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금융지주가 우선협상권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표 일정이 늦어지고 KB금융지주가 마침내 따내자 '미리 정해놓고 다시 경쟁을 붙이는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 경매호가입찰)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지만 공개 경쟁입찰에서 지나친 '가격 레이싱'은 비판을 받는다"며 "한국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 못지 않은 인수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현대그룹 측이 이를 이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초 한국금융지주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나왔는데 KB금융지주로 낙점되자 여러 정황상 사전 교감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원래 치열한 경쟁 후에는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본입찰 전에도 현대증권의 우발채무 논란이나 실사 비협조 등의 흑색선전이 난무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서울=포커스뉴스) 여의도 증권가. 2015.08.26 양지웅 기자 현대증권의 주요 재무지표.(서울=포커스뉴스) 서울 여의도 KB투자증권. 2015.10.08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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