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4·13 르포> '야당 섬' 제주 최대시장 동문시장 민심

제주갑 새누리 우세, 제주을·서귀포 박빙<br />
제주 동문시장 민심, "이젠 바뀔 때"<br />
정치인에 "따뜻한 손이 되달라" 당부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05 06:00:37

(제주=포커스뉴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2년 동안 세 차례 총선에서 야당에게 '제2의 호남'이었다. 17대 총선부터 19대까지 제주 지역구 3곳(제주갑·제주을·서귀포)을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싹쓸이 했다. 하지만 오는 4월 13일 20대 총선에서는 더민주의 압승를 예상하기 힘들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3곳 모두 더민주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다. 제주 MBC를 비롯해 지역 신문과 방송 등이 지난달 29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주을에서는 새누리당 부상일 후보(42.2%)가 더민주의 오영훈 후보(31.1%)와 국민의당 오수용 후보(4.3%)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갑과 서귀포 역시 새누리당 후보와 더민주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기미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72세의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후보 대신 50세의 원희룡 현 도지사를 당선시킨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또 더민주의 제주을 경선에서도 3선의 김우남 의원이 40대 도의원 출신인 오영훈 후보에게 패하며 '세대교체'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봄비가 내리던 지난 3일 일요일 <포커스 뉴스>가 찾은 제주 동문시장에서 만난 상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이번 4·13 총선에서 바라는 점은 한 가지로 수렴됐다. 바로 '변화'였다.

◆ 도지사발(發) 세대교체 바람?

장을 보러온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시장 한 구석에서 조용히 옷가게를 지키고 있던 부순임(60·여) 씨는 "12년 동안 야당이 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부 씨는 "이제 좀 세대교체를 해야되지 않나?"면서 "고인 물이 썩듯이 사람도 바꿔야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 씨는 젊은 일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 씨는 "젊은 사람이 (국회의원을) 해가지고 새 바람을 일으켜야 될 것 같다"며 "도지사 선거 할 때도 새누리당 후보가 원희룡 지사가 굉장히 많은 표가 나왔다. 세대교체를 원하는 마음들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어머니와 함께 제주 특산품으로 만든 초콜릿을 파는 김혜경(여·50) 씨도 "이번에는 기호 1번(새누리당) 쪽으로 지지하는 것 같다"며 "기호 1번이 많이 젊어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들이 하고 또 하고 그랬는데 그게 그거라는 분위기가 크다"며 "새로운 참신한 인물이 나오면 잘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 때문에 (바뀌는 분위기로) 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전히 제주에선 여당보단 야당이라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기자가 시장을 찾은 날은 제주 4·3 사건이 일어난지 6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4·3을 당한 유가족들이 더 많다. 가해자 집단들이 (지금의) 집권세력들"이라며 "서북청년단 후손들과 이승만과 박정희 세력들의 후손들이 집권하고 있는데 제주 민심이 좋을 리가 없다. 제주는 늘 야당"이라고 못 박았다.

◆ 여전히 문제는 경제, 경제, 경제

이번 총선에서도 여야가 모두 던진 화두 역시 '경제'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등을 내걸었고, 더불어민주당은 '문제는 경제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동문시장이 생기기 전부터 30년 넘게 야채 장사를 해왔다는 김미대자(여·80) 씨는 "경제가 정말 안 좋다"며 "작년보다 올해 더 장사가 안 된다. 70%밖에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경제 살린다, 살린다 하는데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누구를 찍어야만 우리 제주도를 잘 살게 하느냐 이게 문제다.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부순임 씨 역시 "갈수록 힘들어진다"며 "장사해보면 재작년 다르고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갈수록 관광객도 줄고 그나마 시장은 나은 편 다른 데는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경제 살리겠다고 하는데 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인들 대부분은 "그리 체감하지는 않는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제주도의 특수한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점심 식사 도중 만난 김명곤(60) 씨는 제주의 인구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김 씨는 "이번에 당선될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최소한 우리가 생각할 때는 100만 도시를 바라보며 구상해야 한다"며 "도로나 주택을 늘려 인구가 늘었으면 좋겠다"난 의견을 밝혔다.

김 씨는 "외부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정책을 생각해야 한다"며 "단지 가만히 있어서 인구가 유입되는 것 보다 나름 좋은 정책을 통해 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씨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인들의 제주도 땅 매입이 폭증하고 있는 상황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타인 명의로 땅을 취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탑동이나 이 주위를 보면 그런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당선되는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도민들의 걱정을 정책에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 변하는 제주 민심… 그래도 투표는 해야

변화를 바라는 제주도민의 마음에도 '정치 불신'을 엿볼수 있었다.

시장에서 아이스크림과 빵을 만들어 파는 강형호(38) 씨는 총선에서 제주 민심을 묻는 질문에 "선거(투표)는 잘 안한다. 어떤 사람이 돼도 똑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고, 바뀌는 게 없고 몸으로 느끼는 게 없다. 정치 자체에 실망이 크다"고 잘라 말했다.

또 "같이 일하는 형님도 바뀌는 게 없는데 왜 (정치에) 신경쓰냐고 한다"며 "저도 그 말에 동감을 하는 편이고 바뀌면 좋지만 솔직히 안 바뀌 걸 느끼니까 희망을 안 갖는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선거를 통해 변화의 바람이 이어지길 바라는 상인들도 있었다.

횟집을 운영하는 구재위(57) 씨는 "전국적으로 투표를 해야한다"며 "갈수록 민심이 흉흉해지는데 정치권도 계속 싸움한다. 이럴수록 국민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투표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구 씨는 정치인들을 향해 "따뜻한 손이 되달라"며 "(국민들) 손을 잡으면 끝까지 잡고 가는 게 현명한 일이다. 다른 건 없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새누리당 원희룡 지사의 당선 이후 '야당의 섬'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이번 총선에서도 불어 올지는 오는 4월 13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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