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되풀이…유권자 vs 후보자 '펼침막 전쟁'
높이,크기 제각각…안전관리 세부 규정 미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01 14: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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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확 뜯어버리려다 말았어요"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31일 아침 개점준비를 하다 울컥하고 말았다.
가게 앞의 가로수 나무 사이에 20대 총선 후보자의 펼침막이 걸렸기 때문이다.
A씨는 “아침에 와보니 대형 펼침막이 가게 앞에 떡하니 걸려 있었다”며 “가게 문을 열면 펼침막밖에 안보여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해당 펼침막이 게시된 곳은 버스정류장 부근이기도 해 버스 승하차시 승객들 불편도 만만치 않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지역주민 K씨는 "펼침막 때문에 버스가 오는걸 보려면 차도 쪽으로 몸을 빼야 한다"며 "유권자한테 표 달라고 선거운동하면서 유권자 생각은 하나도 안 한다"고 말했다.
펼침막이 보행자들의 통행에 필요한 안전시야를 침해하는 것도 문제다. 안전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보행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씨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뛰어오던 보행자와 펼침막을 사이에 두고 부딪칠 뻔했다.
지난달 31일부터 4·13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보자들은 동마다 1개씩 펼침막을 게시할 수 있게 됐다.
펼침막은 후보자들이 유권자에게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지만 선거철이 되면 매번 유권자와 갈등을 빚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 지역주민들의 활동이 활발한 곳에 밀집된 후보자 펼침막은 인근 상점의 간판을 가리거나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L씨는 “게시된 펼침막 높이가 낮아 걸어놓은 줄에 목이라도 걸릴까봐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펼침막 높이가 사람 키보다 낮게 걸리면 야간에는 펼침막 걸어놓은 줄을 분간하지 못하고 지나가다가 목, 다리 등 신체가 걸리는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수막 게시가 31일 0시부터 시작됐는데 오전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며 "상점 간판을 가리거나, 통행불편이나 안전문제를 초래한다는 민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관위에서도 이렇게 접수된 민원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각종 민원에 따른 현수막 게시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선거 후보자 사무실에 연락하는 수밖에 없는데 사실 후보자 사무실에서 이런 민원을 반영해 현수막을 철거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게시하는 현수막은 공직선거법 제67조와 공직선거관리규칙 제32조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해당 법규에서는 현수막의 소재, 규격, 게시절차 등만 명시하고 있다.
보행불편이나 안전문제, 또는 건물 외벽을 상당부분 가려 표식을 확인할 수 없는 문제 등 지역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선거철마다 지역민들이 겪는 문제는 반복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선관위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없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은 국회를 통해 이뤄지는데 아직까지 그 부분에 대해서 국회와 상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공직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서울 종로구에 20대 총선 후보자의 현수막이 낮게 설치돼 지나가는 시민의 몸 절반을 가리고 있다.(왼쪽) 버스정류장 부근에 후보자 현수막이 걸려 승하차시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박지선 기자 31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걸린 후보자들 현수막 때문에 건물 외벽 상당 부분이 가려졌다.(왼쪽) 상점 간판이 후보자 현수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박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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