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배우' 석민우 감독 "저 역시 한 가정의 가장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
'대배우', 박찬욱 사단 석민우 감독, 11년 조감독 생활 후 첫 연출 데뷔작<br />
"13년간 알고 지낸 오달수, 그의 잘생김과 매력을 이제야 알게 됐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01 11:42:01
△ 영화감독 석민우 인터뷰
(서울=포커스뉴스) "'대배우'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남 얘기 같지가 않았어요, 내 얘기 같아서."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대배우'를 연출한 석민우 감독이 말했다. '대배우'는 대학로에서 20년 간 무명배우 생활을 한 장성필(오달수 분)이 영화배우에 도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석민우 감독은 장성필에서 자신을 봤다. 그 역시 한 아이의 아빠이고 한 여자의 남편인, 그리고 막연하다고 볼 수 있는 꿈을 좇는 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저도 가장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로서 실패할 수는 있어도, 아빠로, 남편으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는 실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만약에 제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배우'와는 다른 모습이 됐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때, 저 역시 경제활동을 못 하는 가장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석민우 감독은 '올드보이'(2003년)으로 상업영화판에 첫발을 들여놨다. 그리고 '쓰리, 몬스터'(2004년)의 연출부 시절을 거쳤다. 조감독이 된 것은 '친절한 금자씨'(2005년) 때였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로 있던 두 형이 갑작스럽게 하차했다. 이미 준비에 돌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조감독을 들이기보다는 막내였던 석민우 감독이 '쾌속승진'하게 됐다.
"당시 충무로에 조감독들은 30대 이상이었어요. 저는 고작 28살이었어요. 상업영화로는 세 번째 작품이었고요. 저는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조감독이 된 거죠. 남들은 쾌속승진이라고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저는 '뭘 알아야 하지' 막막했어요. 처음부터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보다 조감독의 역할을 잘하고 싶었어요. '친절한 금자씨' 현장에서 일을 너무 못해서 잘리면 어떡하나 했던 걱정이 조감독 생활 중 가장 위험한 순간 같네요.(웃음)"
11년의 조감독 생활은 '대배우'의 거름이 됐다. 배우들을 가장 가까이서 봤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었다. "조감독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게 많았고,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보니 쉽게 풀린 것 같아요"라는 그다. 오달수가 '대배우'의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출연을 결정한 것도 그 시절의 약속 때문이었다.
'대배우'는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에서 파트라슈(개) 역을 맡은 오달수의 "멍멍"으로 시작해, 1998년 실제 무대에서 공연하는 오달수의 모습으로 끝난다. 오달수에 대한 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엔딩 크레딧에 배우들의 오디션 영상을 넣고 싶었어요. 그 영상 속에 오달수 씨의 화면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오디션 화면은 남아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극단에 연락을 해보기 시작했죠.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는데, 정말 신기한 게 1998년의 얼굴만 지금과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이걸 넣어야겠다 싶었죠. 해놓고 보니 좀 뭉클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오달수 씨 자체가 주는 메시지도 있는 것 같고요. '되게 좋다' 생각했죠."
오달수를 상영시간 108분 동안 쫓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다. 석민우 감독은 "몰랐는데, 오달수 씨가 잘생겼어요. '올드보이' 때부터 뵈었으니까, 알게 된 건 13년인데 처음 느꼈어요. 그리고 의상을 갈아입을 때마다 깨달은 게, 정말 모든 의상이 잘 어울려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을 정도로요.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하니 알겠더라고요"라고 작업 소감을 밝혔다.
'대배우'에는 배우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봐도 박찬욱 감독을 연상케 하는 깐느박(이경영 분)이 등장한다. 박찬욱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고 깐느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촬영 현장에서 이경영의 연기를 보고 "이건 대본에 있던 거니? 애드리브니? 너무 재밌다"고 한 것 외에는 말이다. 대신 동료 감독으로 작품을 함께 고민해 줬다.
"처음 보여드릴 때는 혼날까 봐 걱정했죠. 그런데 '재밌다'고 하셨어요. 덧붙이셨던 건 '일반 관객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일까?'라는 우려였죠. 상업적인 부분을 걱정하신 말씀이셨어요. 투자가 결정되고 처음으로 박찬욱 감독님께 알린 것 같아요. 너무 기뻐해 주셨어요. '대배우' 촬영 중에도 오셨고, 편집 단계에서도 관심 있게 봐주셨어요. 박 감독님 조언에 다시 편집한 부분도 있죠."
'대배우'는 석민우 감독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를 해나갈 생각이다. "막연하게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속에서 소재를 찾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대배우'는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명확한 장르영화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고요. 다음 작품은 이 안에서 결정될 것 같아요."(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대배우'의 석민우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25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대배우'의 석민우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25 김유근 기자 영화 '대배우' 촬영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오달수와 석민우 감독. (서울=포커스뉴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대배우'의 석민우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25 김유근 기자 오달수 단독 주연의 영화 '대배우'는 지난 30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사진은 '대배우' 메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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