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영남 본격 지원, 문재인…'호남의 심장' 안 가나 못 가나

김종인 '호남권' - 문재인 '영남권' 역할 분담 관측<br />
文, 대선 생각하면 광주 외면할 수도 없어<br />
광주 더민주 후보들 '표 떨어질라' 거부감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4-01 10:58:07

△ 김종민 후보 지지호소하는 문재인 전 대표

(서울=포커스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본격 지원유세에 나섰지만 광주 방문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부산 출신인 문 전 대표는 그간 당의 취약지역인 영남·강원권을 중심으로 지원유세를 펼쳐왔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당내 팟캐스트 '진짜가 나타났다'를 통해 총선 전략으로 "영남이나 강원, 충청에서 더 많은 약진을 한다면 승리로 볼 수도 있다"며 취약지역에 치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당의 공천 작업이 완료된 직후 영남·강원·충청권 등을 잇달아 찾았지만 수도권은 거의 방문하지 않았고 호남행(行) 열차에는 한 번도 몸을 실지 않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에도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부산 중·영도 김비오 후보 지원을 비롯, 초량시장, 남부시장을 돌면서 이재강·송인배·서형수 후보 등 PK(부산·경남) 지원에 집중했다.

◆ 간만에 서울 상경, '친노 후보' 지원 유세

문 전 대표는 선거 운동 이틀째에야 수도권에 간만에 올라왔다. 지난달 27일 성남갑에 출마한 김병관 후보, 성남중원의 은수미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찾은 이후 5일 만의 상경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에 출마한 자신의 측근들의 선거구를 중심으로 지원유세에 나선다. 그는 먼저 인재영입위원장 시절 영입했던 은평갑 선거구의 박주민 후보에 대한 지원에 나선데 이어 옆 선거구인 은평을의 강병원 후보에 대한 지원 활동을 벌인다.

또한 자신의 최측근인 강서을의 진성준 후보를 돕기 위해 방신재래시장을 찾은 후 과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서울 양천갑 황희 후보에 대한 지원에도 나선다.

이처럼 문 전 대표가 영남권에서 수도권으로 보폭을 조금씩 넓히고 있지만 '애증'이 교차하는 호남 방문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의 광주행과 관련, 안 가는 것인지 또는 못 가는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 선거 필승 위해 김종인과 역할 분담한 듯

광주를 찾지 않는 것은 더민주의 선거 책임자인 김종인 중앙선거대책위원장과의 역할 분담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거란 말이다.

김 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광주·전남권을 중심으로 흔들리던 더민주의 지지세가 반등하고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이 과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빠르게 당을 장악하고 안정적인 수권정당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자 호남 지역의 '더민주 엑소더스'(대탈주)가 멈췄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당으로 쏠렸던 지지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당권을 장악한 후 수시로 호남을 찾아 텃밭의 민심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수도권을 도는 1일, 김 위원장은 2박3일 일정으로 전북·전부-전남·광주-제주를 방문을 시작했다.

따라서 문 전 대표가 친노 출신 후보들이 다수인 영남권 등지를 맡고 김 위원장이 호남을 전담하는 일종의 역할분담, '쌍끌이 전략'을 세운 모습이다.

게다가 개혁적 보수 인사로 평가받아온 김 위원장이 중도층을 비롯해 합리적 보수 진영 등 '산토끼'를 노리고 문 전 대표가 '집토끼'인 친노·진보진영을 껴안는 방식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는 듯하다.



◆ 反문재인 정서 의식, 가고 싶어도 못가나?

'선거 역할 분담'이라는 측면과 반대로 문 전 대표가 호남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호남에서의 반(反) 문재인 정서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커스뉴스>가 총선에 앞서 지난달 15∼16일 전주 남부시장과 광주 양동시장을 찾아 지역 민심을 확인한 결과, 문 전 대표에 대한 거부 정서가 상당한 수준이었다.

당시 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들은 "그 사람(문재인) 때문에 야당이 흩어져버린 것 아니냐" "문재인 땜시 거시기(국민의당) 지지해"라는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은 선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어 광주를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못 가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 광주 1박 2일 방문을 검토했지만, 지역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나서 계획을 취소했었다.

뿐만 아니라 광주에 출마한 후보자들 역시 문 전 대표 측에 "오지 말아달라"는 신호도 보내고 있다. 더민주 소속으로 광주에 출마한 한 후보자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후보자 가운데 문 전 대표가 광주에 내려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 분위기를 설명했다.

더민주 광주시당은 "문재인 전 대표의 방문 일정은 아직 잡혀있지도 않다"며 문 전 대표가 아직 광주권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전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고심하고 있다. 차기 대선을 생각했을 때 '호남의 심장'인 광주를 언제까지 외면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광주에서의 더민주가 참패할 경우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의 호남 외면에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문 전 대표가 광주를 찾게 될 것인지, 그리고 지역 여론이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지 야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광주 방문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사진은 문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충남 논산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악수하며 김종민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6.03.29 김기태 기자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를 찾지 않는 것에 대해 김종인 더민주 중앙선거대책위원장과 역할을 분담했다는 관측과 함께 지역의 반(反)문재인 정서 때문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사진은 문 전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면담하기 위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김 대표 자택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6.03.22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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