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기로에서 또 살아난 '성매매처벌법'…"환영" vs "부당"(종합 2보)
다수의견 "사회 전반 건전한 성풍속 등 가치 지킬 필요 있어"<br />
소수의견 '일부위헌'·'전부위헌' 엇갈려<br />
시민단체 "결정 환영" vs "UN 인권위 제소할 것"<br />
11년 이어진 '성매매특별법' 논란, 쟁점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31 22:02:45
△ 헌재, 성매매특별법은 합헌
(서울=포커스뉴스) 자발적 성매매를 한 여성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성매매 특별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심판대상이 된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성을 산 사람이나 성을 판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내용이다.
2004년 3월 제정된 이 조항은 지난 11년간 꾸준히 위헌 논란을 일으켰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만해도 7번이나 된다.
끊임없이 헌재의 심판대에 오른 성매매처벌법 등 성매매특별법이 또다시 그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 다수의견, "사회 전반 건전한 성풍속 등 가치 지킬 필요 있어"
박한철·이정미·이진성·김창종·안창호·서기석 재판관은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 등의 가치 수호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보다 가볍지 않다며 합헌의견을 보였다.
다수의견의 재판관들은 “최근 우리 사회에 성에 관한 문제를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지만 성의 자유화·개방화 추세가 성을 사고 파는 행위까지 용인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비록 개인의 성행위 자체는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에 속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외부에 표출돼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에는 마땅히 법률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면서 “성매매를 형사처벌함에 따라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이고, 성구매 사범들도 역시 처벌사실을 안 이후 자제하게 됐다고 설문에 응답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범방지교육이나 성매매 예방교육이 형사처벌만큼의 효과를 갖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시점에서 성매매 수요 억제를 위해 성구매자를 형사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판매자 형사처벌에 대해서는 “성판매행위를 비범죄화해 처벌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고 성매매를 원하는 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길을 열어줄 위험성이 있다”면서 “불법적인 인신매매 등을 통해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된 여성에게 합법적 성판매를 강요하는 등 성매매 형태가 조직범죄화될 가능성도 있고 성판매 여성의 인권 향상은커녕 오히려 탈성매매를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낙인, 생활보장, 인권침해 문제는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거나 성판매를 비범죄화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구조와 의식 변화가 우선 과제”라며 “성매매처벌법은 위계 등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받은 성매매 피해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하지 않고 보호처분하는 등 보완정치도 마련해놓고 있는 만큼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성매매 행위에 대해 국가가 적극 개입해 지켜내고자 하는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면서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은 법익균형성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뿐만 아니라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와 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는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에 미치는 영향, 제3자의 착취 문제 등에 있어 다르다”면서 “불특정인에 대한 성매매만을 금지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 소수의견, '일부위헌' '전부위헌' 엇갈려
소수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 중 2명은 일부위헌을, 1명은 전부 위헌을 주장하며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같다”면서도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과도한 형벌권”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판매자 처벌은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 침해최소성에도 반하고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면서 “다만 이는 성매매 자체를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거나 사회적 유해성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며 성구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달리 위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용호 재판관은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이 성을 사고 판 사람 모두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므로 전부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조 재판관은 “성인 간의 자발적 성매매는 개인의 사생활 중에서도 극히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그 자체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에 해악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관념적이고,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입법자가 특정한 도덕관을 확인하고 강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성매매 근절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며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조항이 오히려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인권유린의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재판관은 또 “성매매를 처벌하면 지체장애인, 홀로 된 노인, 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의 경우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면서 “최선의 해결책은 사회보장·사회복지정책의 확충을 통해 성매매여성이 성매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시민단체, "결정 환영" vs "UN 인권위 제소할 것“
성매매처벌법 합헌결정을 놓고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인 것은 변호사 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는 헌재 선고 직후 성명을 발표해 “성매매는 금전을 매개로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대상화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임이 분명하다”면서 “성매매처벌법 관련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성변회는 성매도인의 행위를 합법화할 경우 자금과 노동력의 왜곡된 흐름으로 산업구조의 기형화, 청소년의 성매매 유입에 따른 미래세대의 건전한 성장방해, 성매도인의 탈성매매 및 보호·자립자활 지원을 위한 사회적 비용 증가 등 사회적 문제가 야기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매매는 금전을 매개로 이뤄지는 지배관계로서 성매수인이 경제적 대가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성매도인의 성과 인격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게 돼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성적자기결정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면서 “재산적 이익을 대가로 한다는 점에서 내밀한 성적영역으로만 파악할 수 없고 사생활의 비밀과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의 개인적, 사회적 위험성에 비추어 직업의 자유로서 보호할 대상으로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성변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순한 이성간 성행위가 아니라 성을 매매의 대상으로 삼아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 해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회는 성을 상품화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사회적 각성을 고취하고 관련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와 바른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 건강한 사회를위한국민연대 등 20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성매매 합법화가 초래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올바르고 보평타당한 판결을 내렸다”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성매매 산업을 억제하고 한국사회의 성적 타락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성매매는 명백히 죄악이므로 법에 의해 억제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다시금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과 자유라는 이름으로 성매매를 합법화하지 않음으로 성적으로 타락한 서구 일부 국가의 풍조를 따라가지 않고 한국의 미풍양속을 지켰다”면서 “이번 판결은 청소년과 청년들의 성윤리를 지키는 보루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성매매 여성들과 함께 시민운동을 벌여온 단체는 헌재 결정에 “참담하다”는 심경을 나타냈다.
이날 위헌법률심판을 참관한 강현준 한터전국연합 대표는 선고 직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대표는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후 12년동안 성노동자들은 수없이 투쟁하고 분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결정은 성노동자들을 또한번 죽음으로 몰고가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노동자들도 이땅의 국민이다. 배우지 못하고 부모로부터 물러받은게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부분에 대해 인간으로서 존중돼야 한다”면서 “UN인권위원회에 이 문제를 제기해 UN 권고사항인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정부의 정당한 답을 듣겠다”고 밝혔다.
한터 측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앞으로 헌재의 위헌 판결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조만간 세부적인 계획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역시 “성매매여성의 생존권이 공창(합법화)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본적인 해결을 위해 성산업 착취구조를 축소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의 결정은 성매매 여성들을 사회적으로 낙인해 성매매처벌법의 취지인 피해자 인권보호 의미를 축소시킨다”며 “성산업 축소를 위해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는 한편 성매수자와 알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1년 이어진 '성매매특별법' 논란, 쟁점은?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 11년간 꾸준히 위헌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02년 1월 전북 군산의 한 성매매 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20대 여성 14명이 숨졌다.
당시 소방당국 등의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폐쇄된 공간에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받던 여성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성매매를 근절하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따라 2004년 9월 관련법이 시행되게 됐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 시행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성매매특별법은 2004년 제정 이후 7번이나 헌재의 심판대에 서야 했다.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등 성매매 업소 운영을 도운 건물주를 처벌하는 조항이 2번, 종업원이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이유로 고용주도 처벌받도록 한 조항이 2번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주로 성매매 업주, 임대업자 등이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이어갔다.
그러나 특히 이날 헌재의 결정이 주목을 끈 이유는 앞선 헌법소원들과 달리 성을 판매한 성매매 여성 본인이 직접 신청한 헌법소원이기 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에 성매수자, 업주 등이 아닌 성매매 여성이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헌법소원을 두고 해당 조항의 위헌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해당 조항이 성매매 여성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착취나 강요 없는 성인 간의 성행위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며 성매매처벌법의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합헌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성매매의 경우 위헌 측 주장과 같은 사적 영역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성매매처벌법이 폐지될 경우 성매매 산업의 확산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2012년 12월 서울북부지법은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신청에 따라 해당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법원은 “건전한 성풍속 확립을 위해 성매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착취나 강요 등이 없는 자발적 성매매 행위를 교화가 아닌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최후수단성을 벗어나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청 이유를 밝혔다.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 제21조 제1항에 대한 위헌성을 심판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2016.03.31 양지웅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 제21조 제1항에 대한 위헌성을 심판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2016.03.31 양지웅 기자 헌법재판소의 자발적 성매매 처벌 규정 합헌 결정이 내려진 3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터 관계자가 기자회견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03.31 양지웅 기자 지난해 9월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성매매 종사자 모임 '한터전국연합회' 회원들이‘성매매 특별법 폐지 촉구’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09.23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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