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보고 생략~' 대우조선해양, 알맹이 빠진 안건처리 '눈살'

영업보고 및 주요 결의사항, 유인물 안내로 설명 대체해<br />
30분 안돼 주요 안건 속결처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30 18: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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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효율적인 의사진행을 위해서 영업보고는 생략합시다."

30일 대우조선해양의 제 16회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1층 로비. 주주총회 예정시간인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주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분식회계 의혹 논란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리님도 오셨어요?" 대여섯이 모인 무리는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주주총회가 진행된 17층 강당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9시40분께 강당에 들어선 한 노인은 빈자리를 찾으며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다 직원 아니야?"라고 물었고 안내를 맡은 직원은 "회사직원들도 엄연히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입니다"라고 답하며 자리를 내줬다.

10시가 되자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개회선언과 의장인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주총회가 시작됐다. 주주총회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방청석을 둘러 선 가운데 정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의장을 맡은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인사말에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의 처칠 수상은 국민들에게 ‘피와 땀과 눈물’ 밖에 드릴게 없다며 고통과 인내를 호소했다”며 "전 임직원은 사즉생의 심정으로 회사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고 주주 분들께는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감사위원장의 감사보고 이후 의장이 영업보고를 하려는 순간 한 남성이 "의장!"이라며 다급하게 외쳤다. 그는 주주라며 신분을 밝힌 뒤 "효율적인 의사진행을 위해서 영업보고는 생략하자"고 떠듬떠듬 말하고 "아 죄송합니다. 영업보고는 유인물을 대체 합시다"고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그러자 의장은 "주주분의 제안과 다른 의견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었고 방청석 곳곳에서는 "이의 없습니다. 그렇게 합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영업보고는 유인물로 대체됐다.

이후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한 결의사항들도 빠르게 처리하자는 주주들의 주장 속에 신속하게 처리됐다. 공교롭게도 속결처리를 주장하는 주주들은 의장석 앞쪽 특정 구역에 몰려 있었다.

주주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얼굴에 웃음을 띤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지난해 3조76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회계오류 수정으로 3년 연속 영업손익 적자를 본 대우조선해양의 정기주주총회는 시작한지 30분도 안돼 마무리됐다.

지팡이를 든 한 노인은 "나쁜 놈들, 회사 다 망쳐놓고서는…."라는 말을 남기고 강당을 빠져나갔다.대우조선해양의 제 16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의장을 맡아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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