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색역' 이진성 "하정우-조승우 느낌 있다…그 말 한마디"

이진성, 오는 3월 31일 개봉 예정인 영화 '수색역' 속 호영 역 맡아 열연<br />
"호영 역 오디션, 군복 입고 '용서받지 못한 자' 속 하정우 연기 선보여 합격"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29 10:00:08

△ 영화

(서울=포커스뉴스) "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하정우, 조승우의 느낌이 있어. 해보지도 않고 왜 포기하려 하냐. 그분들의 매니저이셨던, 박성혜 교수님의 말씀이었어요. 그 말에 그분들의 작품을 죄다 찾아봤어요. 그게 어찌 보면 제 또 다른 시작이 된 것 같아요."

이진성은 자신을 신인 연기자라고 소개한다. 대학교 2학년 때, 동국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연극학과로 전과한 후 계속 연기를 공부했다. 학창시절에는 연극 무대에 올랐고, 졸업한 후부터 영화 현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어림잡아 단편영화는 40개 정도 촬영했다. 그리고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년), '뷰티 인사이드'(2015년),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에 단역으로 얼굴을 비쳤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런 그가 독립영화 '수색역'에서 주연이 됐다. 이진성이라는 이름을 맹세창, 공명, 이태환과 함께 올렸다. 오디션을 봤을 때부터 기억에 생생했다. 예비군 훈련과 겹쳐 자칫하면 볼 수 없었을 오디션이었다. 사격 훈련을 우수하게 마치고 빨리 퇴소해서 오디션장으로 달려갔다. 시간이 없어 씻지도, 옷을 갈아입지도 못했다. 군복을 입고 오디션장에 들어서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의 태정(하정우 분)의 연기를 선보였다.

"극 중 하정우 선배님께서 전역해서 여자 친구와 동창, 셋이서 술을 마시던 장면을 보여줬어요. 군대에 있었던 일을 자랑처럼 허세 부리는 장면이죠. 분위기가 별로 안 좋았어요. 그런데 2차 오디션을 불러주셨죠. 그때는 저를 앉혀놓고 여러 사람이 바뀌면서 연기했어요. 감정이 안 나와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저를 확인해 보고 싶으셨대요. 그리고 3차 오디션에서 대본을 받았어요. 순간 멍해지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죠."



'수색역'에서 이진성이 맡은 역은 호영이다. 1990년대 말 수색동을 배경으로 한 네 친구 무리 중 한 명이다. 어찌 보면 평범하다. 그러면서도 사이다 같은 말로 관객의 이입을 도와야 하는 중요한 역이다. 이진성은 고등학생부터 스무 살이 되는 극 중 남자들의 이야기에 자신의 속에 있는 것을 꺼내려 했다.

"제가 2002년에 고등학교 1학년이었거든요. 얼추 비슷한 시기죠. 그래서 과거 찾아갔던 수색역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렸어요. 고등학교 친구들도 다시 만났고요. 술 사준다고 만났는데, 사실 관찰을 했죠. 놀란 건 '수색역'에서보다 친구들이 욕을 더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말이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재미있었어요. 그 부분을 호영에게 대입했죠. 욕을 해도 언어유희처럼."

'수색역'을 연출한 최승연 감독은 이진성에게 "호영이는 네 친구 중 싸움을 2등으로 하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애매하다. 원선(이태환 분)이 싸움을 가장 잘하는 것은 극 중에서 정확히 드러난다.

2등인 호영은 표면적으로 드러날 리 없다. 하지만 그는 막연함을 표현으로 바꿨다. "2등이 호영이를 만들어 주는 큰 이유죠. 1등은 아니지만, 자격지심도 없고, 유머에 거침없고. 다만 자기보다 약한 친구한테 맞았을 때, 폭발하는 거죠. 자기는 2등이니까."


작품 속 인물이 되는 법에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한다. "수업 때, '많은 감독을 만나봐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 뜻을 이제야 알겠어요. 답은 감독이 가진 거죠. 배우는 감독에게 맞춘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거더라고요. 그 안에서 많은 재료를 보여줘야 해요. 재료를 많이 준비하려면 조소가 됐든, 소조가 됐든, 안에서 꺼내 든, 스스로를 깎아서든 만들어 와야죠.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음악가들은 '매일 피나게 연습한다'고 말해요. 그들에게 악기가 있다면 배우에게 몸이 그런 것 같아요. 몸의 상태를 알아야죠. 이를 점검하고 언제라도 연기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두는 게 배우라고 생각해요."

이진성이 항상 엔진을 켜두는 법은 따로 있다. 매일 일지를 작성하는 것. 인터뷰 당시 그는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일지를 살짝 공개했다. 일지에서 그는 무엇을 먹고, 어떤 운동을 했는지, 어떤 작품을 봤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등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런 걸 매일 어떻게 하고 사냐는 물음에 그는 답했다.

"유준상 선배님도 매일 일지를 쓰시는 거로 유명하세요. 졸업하고 나서는 스승도 없으니까 저를 점검할 수가 없어요. 거울로 외적인 모습을 점검하는 것처럼, 내적인 제 모습을 일지로 점검하는 거죠. 쌓인 하루하루가 제 궤적이 될 거로 생각해요. 혹시라도 잘 안됐을 때, 스스로 불성실했다고 변명하고 싶지 않아요. 변명한다면 죽을 때까지 포기하지 못할 것 같아요."

매일을 노력한다.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은 꺼내고, 거친 면은 깎아서 궁극적으로 그는 '배우'가 되려 한다. "배우라는 말은 칭호인 것 같아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더 욕심을 내서 수식어를 생각해본다면, 사랑스러운 배우. 남들이 저를 봤을 때, 또 보고 싶은 배우. 밝은 혹은 어두운 제 연기를 보고 관객이 밝아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영화 '수색역'의 배우 이진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25 김유근 기자 이진성은 영화 '수색역'에서 호영 역을 맡아 이태환, 공명, 맹세창 등과 함께 열연했다. 사진은 '수색역' 스틸컷. (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영화 '수색역'의 배우 이진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25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영화 '수색역'의 배우 이진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25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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