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이혼 소송 당시 상대방 배우자가 급여를 받고 있는 근로자라면, 그 급여소득액수의 쓰임새는 양육비 청구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정도로 그쳤다.

즉 퇴직금의 경우, 아직 발생한 것도 아니고, 장래에 받을지 조차도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재산분할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우자 일방이 직장에서 일정기간 동안 근무함에 있어서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기여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퇴직금도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해 이룩한 재산으로써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봐야한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즉 배우자가 아직 퇴직하기 전이라도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에 대해 재산분할청구가 가능하고, 이미 이혼을 했더라도 상대방의 퇴직금에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은 경우에 이혼 후 아직 2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퇴직금에 대한 재산분할청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이혼소송당시 상대방 배우자가 아직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면, 그 직장을 대상으로 혼인기간 동안의 퇴직금 누적액에 대한 사실조회는 재산분할청구에 있어서 이제 필수절차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재산의 보유형태와 종류가 다양화되는 경향에 따라, 연금의 형식으로 재산을 보유하거나, 노후를 대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회에서는 퇴직연금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퇴직연금에 대한 재산분할청구

퇴직금이 재산분할대상으로 인정된 후 퇴직연금에 대해서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퇴직연금을 직접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고, 다만 다른 재산의 분할방법이나 액수를 정할 때 참작할 수는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4. 7. 16. 선고한 2012므2888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종래의 입장을 변경했다. 중요한 내용이므로 직접 인용해보겠다.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에 부부 중 일방이 공무원 퇴직연금을 실제로 수령하고 있는 경우 …(중략)… 혼인기간 중의 근무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인정되는 이상 공무원퇴직연금수급권 중 적어도 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볼 수 있다. …(중략) 이미 발생한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도 부동산 등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가 매월 수령할 퇴직연금액 중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대방 배우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재산분할도 가능하다.”

위 판결에 따라, 이혼 소송 당시 배우자 일방이 퇴직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경우 퇴직연금수급권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돼 매월 지급받는 연금액 중 일정분을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권의 경우, 다른 재산분할대상과 구분해 별도의 분할 비율을 정할 수도 있게 됐다.


◆ 연금 수급권의 이전과 황혼이혼의 증가

위 판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퇴직연금 외 별다른 소득이 없던 부부의 경우 생계문제 때문에 원치 않는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은퇴를 제2의 출발점으로 보는 사회 인식과 괴리가 있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로 남편의 장래 퇴직연금 일부에 대한 청구권을 이전받기로 한 A씨가 퇴직급여법상 남편의 청구만 허용된다는 이유로 직접지급을 거부해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재산분할금 청구소송에서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 중 일부를 재산분할로 이전받은 배우자는 퇴직급여 채권자인 교직원과 동일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며 A씨의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까지 등장했다.

아직 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입장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 결과로 재산분할 후 배우자의 퇴직연금수급권에 대한 실질적인 보장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 은퇴 후에도 연금소득을 기화로 큰소리 치는 가장의 모습은 보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필 변호사·한림대학교 겸임교수 kimbyun999@naver.comⓒ게티이미지/이매진스ⓒ게티이미지/이매진스ⓒ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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