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T&G'…백복인 사장도 재판 받을까

19시간 고강도 조사 받은 백복인…혐의는<br />
검찰, 백복인 사장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br />
법정 선 민영진 전 사장…"혐의 부인"<br />
대규모 스캔들 휩싸인 KT&G, 향후 전망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27 13:59:03

△ kt&g 서울사옥

(서울=포커스뉴스) KT&G가 위기에 빠졌다.

전 사장에 이어 현 사장까지 뒷돈 수수 등 스캔들에 휘말리며 ‘사장리스크’를 몸소 체험 중이기 때문이다.

백복인 사장은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민영진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10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백 사장은 취임 당시 △투명·윤리 △소통·공감 △자율·성과를 3대 경영 아젠다로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게다가 직원에서 사장으로 취임한 ‘샐러리맨의 대표주자’로 부상하며 회사 내부에서도 단단한 지지층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공들여 쌓아올린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취임 5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바른 기업, 깨어있는 기업을 경영이념으로 삼아온 KT&G가 전직 사장의 재판 도중 불거진 현직 사장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전·현직 사장이 나란히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될 위기에 놓였다.

◆ 19시간 고강도 조사 받은 백복인…혐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석우)는 24일 오전 10시 백복인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9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백 사장의 검찰 출석 소식에 이날 중앙지검 출입구에는 취재진 40여명이 현장을 지켰다.

그러나 백 사장은 대기 중인 기자들의 취재를 피하기 위해 출입구가 아닌 지하주차장 통로를 이용해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백 사장은 19시간에 걸친 조사가 끝난 25일 오전 5시쯤 일체의 답변을 하지 않고 귀가했다.

검찰은 이날 백 사장을 상대로 KT&G 광고 제작 대행사로부터 금품수수 의혹 등을 집중 확인했다.

백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사장에 대한 혐의는 광고대행사 J사 수사과정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광고주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J사 대표 김모씨, 전직 대표 박모씨 등을 조사하던 중 백 사장에게 수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J사뿐 아니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광고기획사 A사도 역시 광고수주 청탁을 목적으로 백 사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J사 대표 김씨, 전 대표 박씨 등 전·현직 임직원 3명에 대해 10억원대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횡령·사기·배임수재)를 적용해 구속했다.

또 국내 광고대행업체 A사 대표 권모씨도 역시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J사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가 드러난 KT&G 마케팅 부서 김모 팀장도 구속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6일 오전 광고기획사가 KT&G와 계약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고 관련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 된 곳은 광고기획사 J사 등 10여곳이다.

검찰은 또 KT&G 본사 마케팅 관련부서 팀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J사는 2011년 KT&G로부터 포괄적 개념의 마케팅 용역사업을 따냈다.

통합 광고솔루션부터 기획안 개발, 미디어 홍보, 소매 제품 디자인 등을 모두 J사에 맡기는 계약으로 연간 사업액은 수십억원대에 달한다.

김 팀장은 당시 거래실무를 맡은 인물이다.

검찰의 김 팀장 소환 조사 후 일각에서는 백복인 KT&G 사장 이름이 함께 거론됐다.

김 팀장과 백 사장의 친분이 두텁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앞서 민 전 사장 구속기소 당시 백 사장의 비리 단서를 잡지 못한 전력 탓인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KT&G 측도 백 사장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계약체결 당시 백 사장은 김 팀장의 직속상관이 아니었고 계약에 관여할 위치도 아니었다는게 KT&G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백 사장에 대한 소환으로 두 사람이 연관돼 있다는 일각의 의혹이 사실로 입증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 검찰, 백복인 사장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백 사장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백 사장에 대한 혐의점을 잡았다고 판단해서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초 중으로 백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늦어도 다음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찰은 이날 백 사장이 J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 외에도 또다른 업체에서 명품시계를 받은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3년 4월 경찰이 KT&G 비리 의혹을 수사할 당시 핵심 참고인이던 강모씨가 경찰 출석을 요청받자 그를 해외로 빼돌린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 중이다.

이같은 혐의는 민 전 사장 구속 당시 검찰수사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백 사장이 조카 취업을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2012년 KT&G 지역본부 비정규직이던 백 사장의 조카는 정규직 전환 시험을 봤다.

2등 안에 들어야 정규직 전환이 가능했지만 25등을 한 백 사장의 조카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검찰은 당시 전무였던 백 사장이 시험결과를 뒤바꿨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은 백 사장이 인사담당자와 지역본부 담당자에게 시험 결과를 바꾸도록 지시했다는 KT&G 관계자의 진술도 확보한 상태로 전해졌다.

법조계는 백 사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백 사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추가 혐의를 계속해 발견하고 있다”면서 “구속영장이 실제로 발부될지는 알 수 없지만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는 것만은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 법정 선 민영진…"혐의 부인“


백복인 사장에 앞서 검찰 소환조사를 거쳐 법정에 선 인물은 민영진 전 사장이다.

민 전 사장은 2009~2012년 협력업체와 회사 내부 관계자, 해외 담배유통상 등으로부터 총 1억79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생산·연구개발(R&D) 부문장으로 있던 2009년 10월 부하직원이던 이모(60)씨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현금 4000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또 2010년 2월 사장 취임 직후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사 지위를 유지해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챙긴 혐의다.

같은 해 10월에는 중동 담배유통상에게서 7900여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2점을 챙긴 혐의도 사고 있다.

그밖에도 2012년 3월 민 전 사장이 자녀 결혼식 축의금 명목으로 협력업체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또 2010년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매각 과정에서 KT&G 임원들을 통해 청주시청 공무원에게 6억6000만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민 전 사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인사청탁이나 사장 취임 축하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뇌물을 공여했다는 부분도 역시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계를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2010년 10월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호텔 식당 만찬자리에서 중동 담배유통상인 라만 회장이 민 전 사장을 포함해 참석자 전원에게 준 시계였다”며 “100만~200만원 상당의 기념품 정도라고 생각했을 뿐이며 이마저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또 KT&G 소유 공장부지 매각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당시 KT&G 부동산사업단장을 지낸 인물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지만 이 역시 구체적이지 않고 객관적 정황과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 전 사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부끄럽게 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해왔다”며 “너무나 억울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 대규모 스캔들 휩싸인 KT&G, 향후 전망은?


업계에서는 백 사장의 구속여부에 관계없이 KT&G의 타격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너기업에서나 볼 법한 전현직 사장의 동시 법정 출두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렴한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갖은 의혹에 반박해왔던 KT&G 입장에서는 법정에 선 전직 사장에 이어 현직 사장이 검찰수사에 연루됐다는 의혹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미 민 전 사장 구속 당시 ‘사장리스크’를 정면으로 겪어내야 했던 KT&G는 다수의 전현직 임직원이 재판에 넘겨지는 등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이후 J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모 팀장의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받고 김 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또 한번 기업 이미지 실추를 겪었다.

결정타는 백 사장이다.

민 전 사장 구속 당시부터 꾸준히 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직접적인 혐의 입증은 없던 터였다.

그러나 이번 소환 조사로 인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백 사장에 대한 혐의 입증 여부를 떠나 이미 KT&G는 심각한 이미지 실추를 겪게된 것”이라며 “만약 백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거나 검찰이 백 사장을 불구속 상태로라도 기소하게 된다면 KT&G가 겪을 기업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KT&G 서울사옥. 오장환 기자 검찰. 김인철 기자 대가성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민영진 전 KT&G 사장이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KT&G 서울사옥. 오장환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