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능과 무슬림 분노가 브뤼셀을 위험한 도시로 만들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왜 벨기에인가?”초점 맞춰 분석 <br />
벨기에 당국, 사전에 이상 징후 알고서도 이번 테러 못 막아<br />
관료주의와 예산부족에 손발 묶인 보안부서, ‘정부실패’ 노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27 09:50:24
△ 애도
(서울=포커스뉴스) 공항과 지하철에서 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려 3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친 22일의 브뤼셀 참사 이후 브뤼셀 주민들은 깊은 슬픔 속에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들의 비탄(悲嘆) 아래에는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26일 지적했다.
브뤼셀 정부는 테러 공격이 임박하다고 수 주 전부터 국민들에게 경고해 왔으며 이 나라 보안당국은 실제로 위험인물의 은신처를 습격해 총기와 폭발물 흔적까지 찾아냈다. 게다가 공항(형)과 지하철역(동생)에서 각각 자폭한 엘바크라위 형제 중 형인 이브라임에 대해 벨기에 경찰은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터키 당국은 지난해 7월 벨기에 국적의 이브라임을 테러기도 혐의로 체포해 본국으로 추방했으며 그가 위험인물임을 벨기에 당국에 경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벨기에 당국은 이번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 이것은 ‘정부 실패’를 극명히 보여준다고 뉴스위크는 말한다.
하지만 “왜 하필 브뤼셀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테러범 발호의 요인이 되는 원인(遠因)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뉴스위크는 대(對)테러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슬람국가(IS)에 동조하는 테러범이 브뤼셀을 손쉬운 표적으로 고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으로 △무슬림 집중 거주 지역의 경제적 궁핍 △벨기에 교도소 내의 급진화 △복잡한 벨기에 통치 시스템 △유럽 통합의 결여를 꼽는다.
지난 여러 해 동안 벨기에는 극단주의와 씨름해 왔다. 2012년 이래 500명 가까운 벨기에 사람이 시리아와 이라크로 건너가 현지 무장세력에 합류했다. 이는 인구비율로 볼 때 가장 많은 유럽인 전사(戰士)를 배출한 나라가 벨기에라는 뜻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브뤼셀 도심에 가까운 몰렌빅 출신으로 믿어진다. 이곳 주민 가운데 25~30%가 무슬림이다.
벨기에 경찰이 지난 18일 파리 테러 용의자 살라 압데슬람을 검거한 몰렌빅의 은신처에서 몇 집 건넌 곳에서 식품점을 하는 히참(3)은 “여기 사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며 “(IS에 가담한) 이 친구들은 젊다. 그들은 진짜 극렬분자들에 의해 조종돼 왔다. 그들은 단지 그들에게 종교를 가르쳐주고 그들을 인도해 줄 누군가를 찾고 있었을 뿐”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기회의 결핍이 더 나은 삶을 약속하는 극단주의자의 길로 그들을 떠미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라고 뉴스위크는 파악한다. 이곳의 실업률은 약 30%로 전국 평균 8.5%를 크게 웃돈다.
싱크탱크 ‘유럽의 친구들’에서 유럽 안전을 담당하는 부소장 폴린 마사아트는 “몰렌빅 같은 지역에 강력한 사회적 불일치가 있다”며 “사람들은 고립지구에 고착돼 왔으며 실업이 만연하다. 공공시설에 대한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문제” 지구인 샤에르빅의 한 주민은 급진주의자들이 불운한 사람을 노린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는 “(브뤼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려고 ‘북역(北驛)’에 갔더니 거기서 어떤 사람이 그들을 시리아로 가자고 꾀고 있더라”고 말했다.
극단주의자들의 꾐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도 생계비를 벌기 위해 사소한 범죄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교도소에 수감되면 바로 그곳에서 일부 수감자가 급진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파리 테러의 주범 엡델하미드 아바우드는 벨기에 교도소에서 몇 년을 지내면서 압데슬람을 포섭했을 수 있다. 엘바크라위 형제 역시 몇 년 간 수감됐다.
‘국제교도소감시단’의 공동 단장 니콜라스 코엔은 “벨기에 교도소의 급진화 수준에 관한 공적인 정보는 없다”면서 “우리가 알기로 그들은 그것을 찾고 있다. 교도소 당국은 교도관과 이슬람 지도자에게 그런 징후가 있으면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 문제를 측정하려 노력해 온 프랑스의 경우, 급진화된 모든 사람의 15%가 교도소에서 그리 된 것으로 믿어진다.
하지만 벨기에 교정당국은 극단주의 말고도 신경 쓸 곳이 많다. 3월 초 인권단체 ‘유럽위원회’는 유럽 형사 체계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벨기에 교도소는 감방 100곳 당 재소자가 129명으로 위험할 정도로 과밀하다고 판단했다. 코엔은 브뤼셀의 포레스트 교도소가 특히 열악하다면서 “모든 것이 부서지고 모든 것이 썩었다. 네 동(棟) 가운데 하나는 2015년 말 이래 폐쇄돼 있다. 일부 재소자는 감방 바닥에 요를 깔고 자고 있다”고 말했다.
교도소 당국은 테러 혐의를 받은 재소자를 일반 재소자와 분리해 관리토록 돼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포레스트교도소 감독위원장 데니스 보스쿠엣은 “모든 벨기에 교도소에 급진화 문제가 있다”며 “당국자들은 급진분자들이 의사소통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방에 있을 때 그들은 온통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느냐만을 궁리한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복잡한 벨기에의 치안과 통치 시스템의 결과로서 생겨나는 급진주의도 있다. 브뤼셀 한 곳에서만도 여섯 개 경찰이 수도 치안을 담당한다. 정부는 자치단체·주·연방 수준으로 분리돼 있으며 각 단위마다 프랑스어(語)·플레밍어(語) 사용 부서가 따로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수준과 부서들 사이에서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촉진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싱크탱크 ‘경제학과 평화 연구소’의 브뤼셀 대표 세르지 스트루반츠는 “모든 수준이 올바른 권한에 의해 돌아가도록 보장하려면 더 큰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사아트는 의사소통이 유일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급진적인 집단이 양성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정부 수준에서 실패가 있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보안 부서들에) 필수적인 자원, 즉 급진주의자가 나오는 공동체의 언어를 말하는 아랍어 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벨기에 정보부 책임자를 지낸 알랭 위낭은 벨기에는 유럽에서 전화 도청장치 같은 현대적 첩보수집 도구들을 구입하는 데 가장 뒤진 국가라고 말했다.
관료주의와 빈약한 예산에 손발이 묶인 벨기에 보안부서들은 극단주의에 대처하려면 유럽연합(EU) 국가들과의 공조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마사아트는 현재 국가들 사이에 소규모 국제 데이터베이스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충분히 광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트루반츠는 “나는 이 문제가 너무 커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유럽이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매일 더 잘 공조하는 더 통합된 대륙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과 파리 테러범들 간의 명백한 연계를 감안하면 이것은 특히 중요하다고 뉴스위크는 강조한다. 칼리드 엘바크라위는 포레스트 교도소 남서쪽 교외 에서 압데슬람을 위해 은신처를 임차했다. 경찰은 또한 파리 테러범 3명과 브뤼셀 테러 용의자 나짐 라크라위의 유전자를 쉬애르빅의 동일 아파트에서 발견했다.
마사아트는 2004년 마드리드, 2005년 런던, 2015년 파리 테러를 가리키며 “이것은 모든 사람이 직면한 문제”라며 “우리는 벨기에 바깥으로 눈을 돌려 여타 유럽과 더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테러를 막으려면 벨기에 정부가 박탈감을 느끼는 공동체와 정보부서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며 정보부서의 기능과 일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마사아트는 조언한다. 그녀는 “우리는 이런 상태에 오래 있어 왔다”면서 “우리 시민들은 최대한 보호받을 필요가 있으며 그것은 급진주의 양육을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브뤼셀 자벤텀 공항과 멜빅 지하철 역에 대한 테러공격으로 34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 뒤인 23일 사람들이 브뤼셀 증권거래소 앞 브루스 광장에 모여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Photo by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파리 테러 용의자 살라 압데슬람 체포작전이 벌어진 브뤼셀 몰렌빅 지구 골목에서 지난 18일 주민들이 모여 서 있다.(Photo by Carl Court/Getty Images)브뤼셀 관광명소 그랜드 플레이스 광장에서 2014년 8월 14일 터키 노동자 이주 50주년을 기념해 벌어진 꽃 축제. 베고니아 75만 송이를 사용해 거대한 꽃 카펫을 만들었다. (Photo by Andreas Rentz/Getty Images)2016.03.27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브뤼셀 도심의 초콜릿 가게.(Photo By Mark Renders/Getty Images)2016.03.27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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