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시술 의료보험 적용’ 놓고 미 대법원에서 논쟁 치열

종교단체, “비도덕적이니 피임을 보험 적용 대상에서 빼 달라”<br />
정부, “빼 줄테니 방해 말라…종업원에게 정부 돈으로 해준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24 14:15:58

△ 수녀

(서울=포커스뉴스) 보수 성향의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지난 2월 갑자기 사망함에 따라 진보 대 보수 구도가 4 대 4 균형을 이룬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피임 시술에 의료보험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법률에 어긋나므로 교회, 회교사원 같은 예배당들처럼 우리도 법 적용 대상에서 빼 달라”고 요구하는 기독교 비영리기관들의 청원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가 4대 4로 갈리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미국에서 진보는 여성의 산아제한 권리를 옹호하며 따라서 피임에도 찬성한다. 반면 보수는 “낙태가 웬 말이냐?”고 펄쩍 뛰는 사람들이며 따라서 피임에도 부정적이다.

미국 대법원은 23일(현지시간) 이런 청원을 제기한 원고 측 증언을 들었다. 이날은 마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치적 가운데 하나인 새 의료보험제도(‘저렴한 보험 법’, 일명 ‘오바마케어’)의 발효 6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언론의 관심이 대법원으로 쏠렸다. 오바마케어는 이전에 보험이 없던 미국인 수백 만 명을 보험 적용 대상으로 새로이 편입시킨 획기적인 사회보장법이다. 오바마케어에 대해 보수파들은 그간 수없이 소송을 내 왔다. 대법원은 2012년과 2015년 각각 오바마케어를 그대로 시행한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 8명 대법관의 견해가 반반으로 갈림에 따라 오는 6월말이 기한인 선고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종교적인 이유로 피임의 의료보험 적용을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들이 앞서 제기했던 소송을 기각한 하급 법원들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보수이면서 가끔 진보의 손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케네디는 다른 세 명의 보수 대법관 편에 서서 원고 측에 동조하는 것 같았다고 미국 언론은 전한다.

피임을 부도덕하다고 보는 기독교 단체장들은 정부가 신자들에게 “신앙을 따를 것인가 법률을 따를 것인가” 사이의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번 기회에 예배당들에 그랬듯이 그들 기관에도 법 적용을 완전히 면제시키라고 요구한다.

케네디는 만약 종교기관의 고용주들이 피임 관련 규정을 따르도록 강요받는다면 그들은 “사실상 그들이 부도덕하다고 보는 행동에 보조금을 지불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법관들은 심리를 진행하면서 “원고들이 1993년에 제정된 종교자유회복법을 내세우며 정부가 제시한 절충안에 반대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주로 따졌다.


오바마 정부가 2013년 제시한 ‘절충안’은 “종교적 이유에서 종업원에게 피임 관련 의료보험을 제공하기 싫은 종교기관의 고용주는 그 사실을 정부에 통보하고 뒤로 빠져라. 그러면 우리가 제3의 병원에 피임을 원하는 종업원에 대한 피임 시술을 의뢰하고 보험회사더러 그 비용을 병원에 지불하게 한 다음 사후정산해 주겠다”가 요지다.

원고들은 이 절충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번에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들은 정부의 이 차선책은 그들이 피임 관련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들로 하여금 종업원을 위한 피임 보험 적용을 승인하도록 강요함으로써 그들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여성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피임의 보험적용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원고들은 정부가 제시한 절충안을 따르는 것은 눈감고 아웅 식이며 종교자유법률과 상충된다고 반박한다.

케네디는 이날 종교단체들에 강제하지 않고 피임의 보험적용을 가능케 할 방법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만약 그것이 그토록 제공하기 쉽고, 그토록 자유롭다면 어째서 또 다른 (보험) 계획을 통해 그들이 그것을 얻을 수 없나?”고 물었다. 이것은 원고들의 요구대로 의료보험을 2원화하자는 이야기다.

진보 대법관들은 비영리 종교기관들에 교회와 꼭 같은 예외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의회는 법률을 통과시킬 때 교회에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교회에 “세속적 위험”을 부과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적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정부 규정에서 광범한 예외가 갖는 위험을 언급하면서 “(그래서야) 어떻게 우리가 과연 기능하는 정부를 갖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진보적인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종교집단은 그들이 반대하는 정부 결정과 자주 다툰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전쟁에 반대했지만 군사지출의 재원이 되는 세금을 여전히 납부하도록 요구 받는 퀘이커 교도들의 사례를 들었다.

보수적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피임 보험적용을 위해 정부가 그들의 보험 계획을 “강탈하려” 하고 있다는 원고 측 주장은 “정부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의정확한 묘사”로 보인다고 말했다.종교단체 종사자들을 위한 피임시술 의료보험 적용을 반대하는 수녀들이 23일 심리가 열리는 워싱턴 DC의 미국 연방 대법원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Photo by Mark Wilson/Getty Images) 2016.03.24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오바마 대통령(왼쪽 6번째)과 연방 대법관들.(Photo by Pete Souza/White House via Getty Images)2016.03.24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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