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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포항은 포스코를 통해 발전한 도시며, 포스코 역시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포항과 포스코간 굳건한 신뢰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포스코가 정준양 전 회장의 부실·부패와 단절하지 못하면서 47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데다 철강업계 불황이 겹치면서 포항시의 경기도 함께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의 철강 경기 의존도는 80%를 훌쩍 넘어선다. 최근 5년간 포항시 전체 세수액 중 포스코가 차지하는 비중은 19.5%이며, 포스코를 포함한 포항철강공단의 비중도 30.3%에 달한다.
포스코의 경영 악화는 포항제철소 관련 업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소형 철강업체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공장 가동률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포항철강공단 입주업체 277개사 가운데 16개사가 휴·폐업에 들어갔다. 포스코의 위기는 곧 포항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포항 시민들도 필요성 공감한다 ‘포스코 개혁’
포항 경실련은 지난 15일 '포스코개혁위원회'를 설립한데 이어 17일에는 산하기구인 '지역상생협의회'를 발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포스코의 경영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정경유착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협력을 도모하는 단체다.
이들 단체는 “불합리하고 모순된 포스코의 경영 방식에 강한 이의를 제기한다”며 “두 번 다시 정치권력과 결탁해 포스코를 흔들어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삶의 끝자락으로 내몰리지 않게 하기 위해 지역상생협의회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준양 전 회장 시절의 각종 부정·부패가 현재 포스코의 위기를 가져왔지만, 당시의 행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준 회장·황은연 사장 등 현 포스코 경영진이 전임 경영진의 구태에서 벗어나 확실한 개혁에 나서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포항 경실련은 '지역상생협의회를 발족하며'란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들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많은 기여를 하여왔지만 지난 정준양 회장 시절부터 윤리경영이란 미명하에 빚어진 정경유착의 결과물인 경영부실과 수년 전부터 불어 닥친 세계적인 경기의 하락으로 지역의 외지 투자를전혀 이끌수 없는 경제 불모지로 변해가는 포항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역 사회단체가 기업의 경영에까지 간섭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제기하지만, 이들은 포스코가 지역 주민 삶의 모든 영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위기의 포스코'를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포항지역 상공인은 "포스코가 위기를 겪으면서 덩달아 지역경기도 침체를 맞고 있다"며 "동네 문구점, 슈퍼마켓, 식당 등 영세상인들의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휘 포항경실련 위원장은 “정준양 전 회장 시절에 정치권과 야합해 발생한 수많은 탈·불법적인 합병과 인수 등으로 빚어진 포스코와 계열사들의 부실수준은 심각함을 넘어 이제는 지역경제와 국가경제를 도탄의 지경으로 빠지게 만들었다”며 “이러한 부도덕하고 부실한 경영의 결과로 지역 소상공인들과 가족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 포스코 위기 속, 더 종속되는 포항상공인들…포항상의도 포스코 하부구조?
포스코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포항지역 상공인들의 포스코에 대한 심리적 의존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포항상의 회장에 선출된 윤광수 씨는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인 해광기업(기계정비업체)의 대표이기도 하다. 포스코와 관련된 인물이 포항 상공인 대표직을 맡지 못할 것도 없지만 이는 분명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게 포항 경실련의 시각이다.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 대표가 포항상의 회장직을 맡을 경우 포스코와 여타 상공인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공정하고 객관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포스코는 '외주 파트너사의 밥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포항 상공업계의 절대 권력자다. 포스코 외주업체의 대표이기도 한 윤 회장 체제 하에서는 포항상의가 지역경제보다는 포스코의 이익에 치우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이와함께 포항상의 회장직을 포스코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의 한 상공인은 "포항상의 회장이란 권력을 포스코와의 사업을 확대하는데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포항상의 회장은 포항시장, 포항시의회 의장에 이어 포항시 제3의 권력을 가지는 만큼 포스코와 무관한 인물이 맡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와 관련된 업체의 수장이 포항상의 회장에 당선된 것은 이례적이다. 윤광수 회장이 당선되기 이전에 포항상의 회장을 포스코 관련사 대표가 맡은 것은 1988년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시민단체는 이처럼 오랜 관행이 깨진 뒷배경에 포스코의 권유나 묵인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포항상의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있어 상공의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포스코 협력사·계열사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포스코의 입김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포스코가 오래 전부터 포항상의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지역 상공인은 “포스코는 지속적으로 포항상의를 컨트롤을 해왔고, 외주 협력사 대표가 아니었던 포항상의 회장들조차도 포스코와 관련된 업무를 많이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협력사 대표들의 상의 회장 출마를 방관할 게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의 통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구미의 경우는 삼성과 LG가 협력사 대표의 지역 상의 회장 출마를 암묵적으로 경계하고 있어 그동안 줄곧 향토기업 대표들이 회장으로 추대돼 왔다.
◆ 석탄화력발전소 추진, 정치인 통해 해결…지역여론은 양분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는 포항제철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도 문제다. 포항상의를 비롯한 포항 상공인들이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에 발 벗고 나선 반면 환경·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서며 지역 여론이 양분되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500㎽급 발전기 1대를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기환경보전법상 포항엔 청정연료(LNG·LPG)가 아닌 석탄을 원료로 이용하는 발전소 건립은 불가능하다.
포항상의가 주축이 된 ‘포항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촉진 추진위원회’는 법 개정을 위해 지난해 12월 화력발전소 건립에 따른 정부의 규제완화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19일 만에 32만8000명의 서명을 받았지만 속도전으로 전개된 서명운동 결과에 대해 공정성 논란이 촉발됐다. 인구 51만명의 도시에서 단 19일에 만에 33만명의 서명이 확보된 것에 대한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된 것이다.
박창호 정의당 경북도당은 위원장은 “강제적으로 관변단체, 포항시 이장, 통장 등이 서명 추진을 위한 조직에도 들어갔고, 포스코 직원은 물론 자회사·협력업체까지 할당량을 주고 서명을 받아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석탄화력발전소반대 시민대책회의도 포스코가 추진위원회를 배후 조종하듯 소리없이 움직이는 여론몰이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포항환경연합 또한 석탄화력발전소를 반대하면서 “포항지역의 사망 및 상병자료 분석을 보면, 총사망, 악성신생물, 당뇨병, 뇌혈관질환, 기관지폐암이 전국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민의 희생을 담보로 성장한 민족기업 포스코가 정부의 방침과 시민의 건강권, 전 세계 기후변화의 경고를 무시하고 결정적인 악수(惡手)를 자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반대 시위는 ‘포스코가 하는 일이 곧 포항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고 여기던 포항시민들의 신뢰감에 균열이 나타났음을 방증한다. 지역민들이 포항 속 포스코의 명과 암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노력이 없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을 조건부 찬성하는 포항 경실련조차 “포스코가 주민의사를 제대로 듣는 절차도 없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추진 중”이라며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에 관련된 모든 절차를 책임지고 투명하게 추진할만한 포스코 내의 어떤 조직이나 책임자가 없어, 주민들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포스코는 정치인들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달 권오준 회장과 황은연 사장 등 주요 임원진은 포항에 내려가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등을 만나 석탄화력발전소 건립 문제 등 애로 사항과 현안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유착 문제로 여러차례 곤욕을 치룬 포스코가 총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을 만나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를 해결하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2015.09.09 강진형 기자 포항제철소 내부 포스코석탄화력발전소반대 시민대책회의 활동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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