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강간' 아내 사건 증인신문…비공개 진행

재판부, 사생활 보호 등 이유로 방청객 퇴정 명령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18 15:26:45

△ [그래픽]여자몽타주

(서울=포커스뉴스) 이혼소송 중인 남편 A씨를 집에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강간 및 감금치상)로 재판에 넘겨진 아내 심모(40)씨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이재석) 심리로 18일 열린 심모(40·여)씨에 대한 3회 공판에서 증인신문에 앞서 방청객들을 퇴정하고 비공개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앞서 (심씨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비공개 상태로 진행됐다”면서 “이번에도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청석에 자리한 기자들과 방청객들은 전원 퇴정한 뒤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재판부 변동에 따른 공판절차 갱신이 이뤄졌다.

공판절차 갱신이란 공판절차를 진행한 법원이 판결선고 이전에 이미 진행된 공판절차를 모두 무시하거나 무효화하고 다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재판부가 변경되면 앞서 있던 사건들의 사실관계와 공소요지, 변론요지 등을 다시 확인한다.

심씨 측 변호인은 “감금은 인정하지만 간음과 강간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고수했다.

심씨는 앞선 공판에서도 역시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성관계한 사실은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는 것이 심씨 측 주장이다.

그 근거로 심씨 측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 상하체를 테이프에 묶여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에게 오피스텔 출입문을 열어준 것은 남편이었고 심씨는 집 안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심씨는 A씨와 함께 해외에 거주하다 사이가 소원해지자 지난해 5월 이혼소송을 위해 국내에 입국했다.

남편 A씨보다 먼저 귀국한 심씨는 그가 귀국하자 김모씨를 동원해 A씨의 손발을 청테이프로 결박하고 자택에 29시간 동안 감금했다.

심씨는 이혼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남편 A씨에게 “결혼 파탄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녹취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는 A씨를 감금한 29시간 동안 A씨와 성관계를 맺었고 검찰은 이를 강간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당시 현장에는 심씨와 A씨만 있었고 A씨는 심씨가 집을 비운 사이 긴급통화 버튼을 이용해 112에 신고한 후 감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A씨는 심씨를 강간으로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심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심씨가 다른 남성을 동원해 A씨를 결박하고 감금한 점 등을 근거로 강간이란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김씨도 역시 감금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심씨에 대한 구속을 결정하면서 김씨의 경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이후 심씨는 지난해 12월 건강상태와 방어권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보증금은 3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2013년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부부 강간으로 아내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아내를 부엌칼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강모(45)씨에 대해 징역 3년 6월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법률상의 아내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개정전 형법 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혼인한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서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장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며 “부부 사이의 성생활이 국가의 개입을 극도로 자제해야 하는 영역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헌법 규정이 배제되는 성역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또 “아내에 대한 성폭력은 매우 사적이고 은밀한 성격을 띠고 있어 잘 노출되지 않는 특성이 있는 데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여성의 피해는 점차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이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한지 한 달이 지난 2013년 6월 강간죄 피해대상이 여성에서 사람으로 확대됐고 이 사건이 남편에 대한 부인의 강간 혐의를 인정한 첫 사건으로 법원의 심리를 받게 됐다.

남편에 대한 부인의 강간 혐의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여성이 남성을 강간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3년 6월 강간죄 피해대상이 여성에서 사람으로 확대된 개정 형법이 시행되면서 40대 여성 전모(45)씨가 내연관계를 맺어온 남성을 강간미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당시 이 사건은 여성이 가해자가 돼 강간혐의를 받은 첫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이틀에 걸쳐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내연관계에 있던 남성을 상대로 강간을 시도하고 쇠망치를 휘두른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배심원 만장일치 평결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증거를 피해자 진술로 봤다”며 서두를 열었다.

법원은 강간미수 혐의 입증의 쟁점이었던 ‘수면제 복용’과 관련해 “당시 집착이 극에 달하던 전씨가 건네는 정체불명의 약을 순순히 먹은 피해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사건 발생 이전에도 전씨가 준 포도주스를 마시고 의식을 잃은 적이 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비춰봤을 때 전씨가 건넨 약을 아무 의심 없이 먹은 피해자의 행동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피해자의 주장도 사실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약효가 센 수면제(졸피뎀)를 먹고 나면 직후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기억을 못하거나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상식”이라며 ‘전씨의 성관계 시도에 몸을 뒤틀며 반항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이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피해자에게 망치를 휘두른 혐의(흉기행사)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씨가 망치를 휘두르며 위협하자 이불에 소변을 볼 정도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서로 몸싸움을 벌인 이후 피해자는 전씨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해줬다”며 "이는 죽음의 공포를 느낀 사람이 하는 행동으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씨가 피해자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찍어 많은 양의 피가 흘렀다고 하지만 전치 2주에 불과했고 병원진단서에도 망치에 맞았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는 점을 무죄 판결 근거로 들었다.

앞서 전씨는 지난 2014년 8월 내연관계를 맺어온 남성이 이별을 고하자 집으로 유인해 몰래 수면제를 먹이고 몸을 결박한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반항하는 남성의 머리를 쇠망치로 가격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재판에서 전씨가 무죄를 선고받자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철희)는 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이 채택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8월 28일 항소했다.

강간죄가 적용된 첫 여성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도 역시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심씨 기소 당시 검찰 관계자는 “앞서 무죄를 받은 사례와 달리 이번 건은 정황상 다툼의 여지가 없다”면서 “가해여성에게 지적장애 등 판단력 문제도 없다”고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냈다.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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