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욕설 녹취 파문…정치권 '녹취 파문사(史)'

"김무성 죽여버려"…윤상현에 '정계 은퇴' 요구까지<br />
안철수 "정권교체 꼭 하시라"…녹취록 유출에 여론 '뭇매' <br />
망자의 한(恨) 담긴 성완종 녹취록…이완구 전 총리 낙마 <br />
김기춘 "우리가 남이가"…92년 대선 최대스캔들 '초원복집'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10 16:07:57

△ 윤상현, 김무성 자택 방문해 사과했다

(서울=포커스뉴스)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XX.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

동네 불한당의 협박이 아니다. 친박 핵심 정치인이 '형'이라고 부른 또 다른 친박계 인사로 추정되는 정치인과 나눈 대화다.

오는 4·13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등장한 '녹취록'에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저주를 퍼부은 당사자는 친박계 실세인 윤상현 의원. 친박-비박계 간 '공천 전쟁' 와중에 불거진 녹취록 사태에 새누리당은 벌집을 쑤신듯 시끄럽다. 일부 김 대표 측근들(비박계)은 윤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며, 친박계 핵심인 윤 의원을 '한방에 훅 보내'려 한다. 비박계는 윤 의원을 '친박완장'을 찬 눈엣가시로 여긴다.

과거에도 정치인의 녹취록은 어마어마한 태풍을 몰고 왔다. 누구의 은밀한 음성이 여의도 정가를, 또 선거판을 세차게 흔들었을까.


◆ 안철수 "정권교체 꼭 하시라"…녹취록 유출에 여론 '뭇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최근 측근의 녹취록 공개로 곤욕을 치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이 유출됐다가,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받은 것.

지난 1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안 대표는 신당 창당과 관련해 이 여사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회동 직후 안 대표 측이 "이 여사가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가 "어머니는 안 의원의 말을 듣기만 했을 뿐 다른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며 안 대표 측의 주장을 부인했기 때문.

그러던 중 한 언론사가 안 대표 측으로부터 비공개 면담 녹취록을 입수, 공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안 대표의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다"는 발언에, 이 여사는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녹취록은 안 대표 측의 주장을 뒷받침했지만, 반응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좋은 의미로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녹음을 할 수 있느냐'며 여론이 들끓기 시작해서다.

결국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은 지난 1월 27일 "(안 의원을) 수행했던 실무진이 녹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희호 여사께 큰 결례를 범했고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탈당 초기 욱일승천하던 안 대표의 기세는 이 녹취록 때문에 주춤했다.

◆ 망자의 한(恨) 담긴 성완종 녹취록…이완구 낙마


이완구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단 63일 만에 총리직에서 낙마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선거자금 3000만원을 지원했다"며폭로하는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난 망자의 음성을 담았기 때문에 그 '진정성'은 강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치른 대가는 크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인사 중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만 불구속기소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나머지 6명은 불기소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재판에 넘겨진 이들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최근 법원이 이 전 총리에 유죄를 판결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성완종 전 회장의 녹취록도 법적 증거로 인정, 법원 판결에 일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지난 1월 29일 "성 전 회장이 사망한 관계로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인정되면, 증거로 볼 수 있다"며 이 전 총리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 등을 선고했다.

한편 성 전 회장에 1억원을 받은 혐의 기소된 홍 도지사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 김기춘 "우리가 남이가"…92년 '초원복집' 녹취록


90년대에도 '녹취록'은 정치권의 주된 화두 중 하나였다.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으로 유명한 녹취록의 주인공은 초기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난 1992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김 전 실장은 14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부산의 초원복집에서 지역 기관장들과 모여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 지원을 모의했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그 유명한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과 함께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라고 발언하는 등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단순 지인들과의 모임으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대선 3일을 앞두고 그들의 대화가 담긴 카세트테이프와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이에 김 전 비서실장은 "당시 모임은 순수하고 사사로운 우정의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여당의 능수능란한 대처에, 녹취록 당사자인 김 전 실장에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여당은 경쟁 정당인 통일국민당의 불법 도청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맞받아쳤고, 이로 인해 목적대로 영남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고 결국 YS는 대통령에 당선됐다.(서울=포커스뉴스) '김무성 욕설 녹취록'으로 논란을 일으킨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날 김무성 대표와의 면담이 불발된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김 대표의 자택을 방문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2016.03.10 박동욱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자리에서 안대표는"이제 묻지마 식으로 합치는 것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고 본다"며 야권통합을 일축했다.2016.03.10 김흥구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끝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6.01.29 허란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해 조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11.25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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