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반공법' 피해 부부 42년만에 '무죄' 확정(종합)

대법원 "4년 지난 발언 기억해 이적성 인정한 것, 납득 안 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10 13:56:39

△ 세월호 이준석 선장, 무기형 확정

(서울=포커스뉴스) 4년전 무심코 내뱉은 말로 경찰에 체포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부부가 42년만에 무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0일 고인이 된 김도원(1918년생)·차은영(1920년생) 부부의 반공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남 하동군에 거주했던 김씨 부부는 1969년 10월~1970년 2월 포교를 위해 찾아온 종교인 김모씨에게 북한과 김일성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수사기관은 김씨 부부가 “북한은 혼란이 없다. 김일성은 위대한 인물이다” 등 말을 했다며 발언 후 4년이 지난 1974년 3월 4일 오후 1시 10분쯤 김씨 부부를 체포했다.

전남 광양경찰서로 끌려온 김씨 부부는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지만 구속영장은 같은달 8일 오후 8시쯤 집행됐다.

경찰은 체포 72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야 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불법체포, 불법감금 등을 이유로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사건 당사자인 김도원씨는 1990년, 차은영씨는 2000년 등에 각각 세상을 떠나 고인의 자녀들이 재심을 대행했다.

하급심 법원도 모두 김씨 부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영장 없이 검거돼 위법한 구금을 당한 점 △범행일로부터 4년이 넘게 지난 시점의 발언을 기억해 수사기관에서 이적성 발언을 인정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점 △ 경찰 수사과정에서 위법한 구금, 회유 또는 위축된 심리상태 였던 점 등을 근거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서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공소가 제기된 발언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에 실질적 해약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당시 사회적·정치적 상황에 대한 비판, 시사적 관심사에 개인 의견을 자연스럽게 표명한 정도에 불과해 보인다”면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김씨의 장남 희곤씨는 포커스와 통화에서 “내일이 아버지 기일인데 이런 판결이 내려져 기쁘다”면서 40여년간 애환을 털어놓기도 했다.

변호를 담당한 조영선 변호사는 “1970년대 중앙정보부 공작에 의해 혐의가 창작돼 말 몇 마디 때문에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처벌받은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뒤늦게나마 사실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신독재 시절 ‘막걸리 보안법’은 막걸리 한잔 걸치고 나라님 한번 욕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끌려가던 세태를 풍자한 말이다.대법원 대법정.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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