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역사' 노량진시장, '현대화' 앞두고 갈등 고조

현대화시장, 지난해 10월 완공…상인회 '입주거부' 발 묶여<br />
수협 "노량진은 공영시설…16일 수산물 첫 경매 단행"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10 11:10:27

△ [그래픽] 노량진 수산시장 이전 갈등

(서울=포커스뉴스) 지난 89년 동안 국내 대표적인 수산시장으로 알려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현대화' 작업을 둘러싸고 7개월째 잡음을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대화수산시장(현대화시장)'이 이미 완공됐지만 시장 상인들이 공사 완성도, 임대료 인상, 공간 협소 등을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정부 정책사업이다.

수협은 2012년 국비 1540억원 등 총 2241억원을 투입해 현 시장 인근에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현대화시장을 지었다.

지난 7일 수협중앙회(수협)는 "상인들이 입주하지 않은 상태지만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오는 16일부터 현대화시장에서 첫 경매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수협은 올해 1월부터 현대화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비대연)'를 결성하고 입주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15일까지 상인들이 새 건물로 이전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16일부터 직접적인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 비대연 "현실여건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공사도 미완성"


비대연을 중심으로 한 상인들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장 안에서 집회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전에는 주 3회(월·수·금)에 걸쳐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모여 투쟁했지만 최근에는 매일 모여 집회강도를 높이고 있다.

꽃샘추위가 시작된 9일 오전에도 300여명 상인들은 시장 가운데에 모여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생존권 쟁취'라는 문구가 쓰인 붉은 조끼를 입고 "현대화작업 반대"를 외쳤다.

현대화시장은 임대료가 지나치게 오른 반면 판매공간은 오히려 좁아져 입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화시장 내 소매자리 면적은 점포당 4.96제곱미터(㎡)로 1.5평 수준이다. 이는 현재 운영 중인 점포와 같은 크기다.

그러나 현재 시장 점포는 앞뒤로 벽이 없기 때문에 수조를 앞으로 빼내는 등 1.5평보다 넓게 쓸 수 있다.

집회에 참여한 상인 김모(60·여)씨는 "(현대화시장 점포에) 수조 콘센트를 꼽아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벽에서 50㎝ 정도 띄워야 해 판매할 자리가 너무 좁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생선의 신선도를 위해서는 실외기 2~3대를 놓아야 하지만 새 건물에는 그럴 공간도 없다"며 "장사하는데 필요한 여건들이 처음부터 반영되지 않았다"고 격분했다.

이들은 임대료 인상폭도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현대화시장은 구역 상권에 따라 A·B·C 등급으로 나뉘는데 현재 임대료(20만~40만원대)보다 최대 2~3배(25만~71만원)로 뛴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비대위 관계자(59)는 "(수협은) 일주일 안에 현대화시장으로 들어오라고 하는데 보다시피 아직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며 "간판을 어디다 달아야할지 모를 정도로 구조가 허술하다"고 말했다.

◆ 수협 "상인들과 모두 합의한 내용…16일 이후 법적 대응"


이에 대해 수협은 현대화사업 논의단계부터 완공까지 모든 사항을 상인들과 합의해왔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인들이 문제를 제기한 공사 미완성, 판매공간 협소, 임대료 부당 인상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우선 현대화시장은 지난해 10월에 완공됐고 임시사용 승인을 받은 상태다. 실제로 9일에는 점포별 구획선을 칠하는 등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노량진수산시장을 운영·관리하고 있는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관계자는 "점포 이전에는 무리가 없는 단계"라며 "이전을 희망하는 상인들도 있는데 일부 강하게 입주를 반대하고 있는 상인들 눈치를 보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제빙시설을 지하 1층에 설치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화시장의 건물면적 감소부분은 제빙·저빙시설과 냉동창고뿐이고 다른 용도의 부지는 모두 늘어났다는 것이다.

임대료 인상폭이 과하다는 상인들의 주장에도 해명했다.

현대화 시장의 월 관리비는 A등급 71만원, B등급 47만원, C등급 25만원 등이다. 수협에 따르면 이 금액은 판매상 연평균 매출액의 1.44~4.11% 수준에 불과하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이 공영도매시장인 점을 들어 더 이상 사업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협 관계자는 "16일부터는 현대화시장에서 수산물 경매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날부터 기존 시장에서 영업하는 상인을 무단 점유자로 간주하고 명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지난 9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현대화사업' 반대집회를 하고 있다. 박나영 기자 지난 9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옆에 지어진 '현대화시장'이 텅 비어있다. 박나영 기자 수협중앙회가 오는 16일부터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건물에서 수산물 경매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전을 반대하는 노량진 시장 상인들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016.03.09 조숙빈 기자이인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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