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포스코①] 자구안 실적 20% '표류'…경영 레임덕 오나
'혁신 포스코 1.0' 드라이브 2년 성적표는 여전히 물음표<br />
군살 빼기 등 내부 개혁 고삐…알짜배기 매각 논란과 신규사업 잡음 부담<br />
권오준-황은연 체제 경영능력도 의심받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08 15:53:49
오는 14일, 권오준 회장이 새 선장으로 포스코號를 이끈지 2년째를 맞는다. 그동안 포스코의 항해는 안팎의 어려운 상황때문에 매우 힘겨웠다. 조선 철강업계의경기 불황 장기화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혹독한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정상화되기까지 더욱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포스코의 전통적 구조조정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다 권오준 회장-황은연 사장 체제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위기의 포스코가 헤쳐나가야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서울=포커스뉴스) # "우량자산이 아닌 부실자산을 정리해야하고, 포스코그룹의 부실자산 부터 정리하세요" 지난해 4월 대우인터내셔널 전병일 사장이 포스코 구조조정과 관련해 권오준 회장에게 보낸 메일의 일부다. 이 내용은 '항명'으로도 읽힌다. 권 회장이 취임 후 단행한 구조조정의 첫 작품부터 삐걱거린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건으로 불거진 내홍은 항명파동에서 전 사장의 사퇴로 이어지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이 사건으로 권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포스코 임원을 지냈던 한 인사는 "권 회장은 전문 경영인이 아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2년을 맞는다. 취임 당시 전형적인 이과계 최고경영자(CEO)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미 포스코는 '창사 최대 위기'라는 진단이 내려진 상태였다. 20%를 넘어서던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고, 연결 영업이익은 2010년 5조5000억원을 꼭짓점으로 매년 감소했다.
조강생산량 순위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지난해 전 세계 철강업체 조강생산량 순위에서 포스코는 중국 우한강철(3930만t)에 이어 6위를 차지해 2012년 5위에서 한 계단 내려갔다. 포스코는 한때 아르셀로미탈, 바오강그룹 등과 함께 ‘세계 빅3 철강사’로 꼽혔던 기업이다.
◆ 출범 2년 개혁 드라이브속 쇄신 '정체'
정준양 전 회장이 물러난 직후인 2014년 초 포스코 최대 과제는 방만한 사업을 재편하고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었다. 엔지니어 출신인 권 회장이 경영 능력을 발휘하기에 적합하겠느냐는 주변의 초반 우려가 부담이었다는 게 포스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취임직후 '혁신 포스코 1.0'을 앞세워 대대적인 경영 혁신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 취임 2년을 맞은 포스코의 성적표를 보면 당초 제기됐던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회계연도 연결 기준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에도 당기순손실을 내긴 했지만 연간으로 적자를 기록한 건 4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매출액(58조1920억원)과 영업이익(2조4100억원)도 각각 10.6%, 25% 감소했다.
본지가 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포스코 재무개선안 진행사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4건의 국내외 해외법인 정리안은 대부분 실행되지 않았다. 3월 현재 19개 계열사를 떼내 지난 2년간 자구안 완료율은 20% 수준에 그친다.
지지부진한 매각계획 중 포스코플랜텍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 회사는 그룹내 정리대상 1순위였다, 지난해 9월 채권단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약정을 체결하기까지 손실만 눈덩이처럼 키웠다.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기 전까지 유상증자 등으로 6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회사를 살리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적자 사업인 해양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차선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한 나머지 알짜배기 기업을 파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세아그룹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에 매각된 포스코특수강이 대표적이다. 포스코특수강은 세아베스틸과 특수강 시장을 양분하며 스테인리스선재와 봉강 시장에서 60%대의 점유율을 보이는 노른자 기업이다. 특수강 사업이 철강 산업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부실기업은 정리하지 못하면서 멀쩡한 알짜기업만 내다팔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규 사업 난항에 "무리한 확대" 잡음 솔솔
권 회장이 지난해 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업 확장과 신규 개선안도 각종 잡음으로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빅이슈인 포스코에너지 상장도 연기를 거듭하며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로 전문가들은 성사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는 자체적인 시설투자 확대와 시장이 바라보는 포스코에너지의 가치가 엇갈리면서 기업공개를 당장 실행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탓이 크다. 게다가 LNG발전 사업의 업황 전망도 좋지 않아 포스코에너지 상장은 단순한 계획에 그칠 공산이 커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포스코에너지의 기업공개 대신 지분 일부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취임 2주년을 맞은 권오준 회장의 성과가 생각보다 지지부진한 것으로 볼 때 어떤 쪽이든 결과가 빨리 나오는 쪽을 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포스코에너지 상장 문제는 자회사인 포스코파워의 삼척 석탄화력 발전소 사업이 원인이란 지적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상징되는 삼척 발전소 사업은 권 회장과 황은연 사장 등 포스코 본사 경영진이 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에너지로서는 경영악화가 계속돼 삼척발전소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상장까지 추진한 만큼 지난 1년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많다.
삼척 화력발전소 투자 현황을 보면 업계 안팎의 비판적 시각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현재 포스코에너지 29%, 대림건설 15%, 기타 5% 등의 투자 지분외에는 절반이상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척 발전소는 총 사업비(3조 9400억원)중 3조 1500억원을 은행권에서 차입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기초 투입비 79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감당할 전략적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황 사장이 포스코건설에게 포스코파워에 투자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루머가 나도는 배경과도 맞물린다.
자본금 전액을 포스코에너지가 출자할 경우 79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과 총부채 3조 1500억원이 증가한다. 이 수치는 포스코의 재무제표로 연동돼 포스코의 부채비율 증가와 신인도 하락으로 직결되는 위험을 안고 있다. 2년간 구조조정으로 숨가빴던 포스코 전반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올해 인도네시아 일관 제철소 실적 개선도 난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제철소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데 권오준 회장이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도 올해 포스코 구조조정에서 가장 핵심 요소"라고 귀띔했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 제철소는 매년 2000억원 이상 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 11일 주총서 권 회장 연임 가능성은…
오는 11일 주주총회를 앞둔 포스코는 회사 안팎의 갈등구조와 함께 정치권 외풍설까지 흘러나오며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다.
1년 남은 권오준 회장의 임기때문에 '경영 레임덕'이라는 뒷말도 나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회장 후보까지 거론되고 있다. 황은연 사장이 차기 회장자리를 노리며 정치권 인사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그렇다고 황은연 사장에 대한 안팎의 신뢰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황 사장은 포스코 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정준양 전 회장 체제에서 홍보, 대관 등 핵심업무 맡았던 인물이다. 권 회장 취임 후 포스코에너지 사장으로 재임하다 지난해 7월 포스코 부사장으로 복귀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경영능력보다는 외부 인맥이 발탁의 바탕이 됐다는 게 포스코 관계자의 전언이다. '위기의 포스코'를 회생시킬 경영능력을 갖췄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황은연 사장이 등기이사에 추천받지 못하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하지만 황 사장이 대권 경쟁구도에서 완전히 밀렸다는 관측은 미미하다. 한 포스코 전직 임원은 "황 사장은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롤러코스트를 탈 수도 있다"며 또한번 포스코에 세찬 정치권 외풍이 불어닥칠 것을 걱정했다.
여전히 산적한 숙제를 남겨둔 권 오준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지만 포스코의 향후 경영구도는 포스코 전직 고위 관계자와 현 정부 인사의 입김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포스코측은 주총 전에 이같은 혼선을 차단하기 위해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조기에 가동하자는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서울=포커스뉴스) '국민기업' 포스코가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지만 현 경영진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란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조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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