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 놓고 갈등 폭발한 국민의당 지도부 (종합)
김한길 "여당 개헌저지가 먼저" vs 안철수 "야권통합은 실패의 길"<br />
천정배, 연대 가능성에 "당 내부 토론 필요"…'연대 불가' 安과 대립각<br />
김종인 "야당 현 상황 면밀하게 보면 통합 반대 외치긴 어려울 것"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07 15:22:08
△ 김한길-안철수, 온도차
(서울=포커스뉴스) "우리들의 목표는 기존의 거대 양당 구조를 깨는 일이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 새누리당의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그런 결과를 국민들께서 주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7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회의에 참석해 3당체제 확립이 시급하다는 평소의 신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안 공동대표의 이 익숙한 발언을 듣는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그는 안 공동대표의 모두발언을 들으면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선대위회의에서 당 지도부 간의 불협화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제일 먼저 모두발언을 시작하며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야권이 개헌저지선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당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만 확보한다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를 해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를 막기 위해서라면 우리 당은 그야말로 광야에서 모두가 죽어도 좋다는 식으로 비장한 각오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 3당체제 확립보다 새누리당의 폭주를 견제하는 과제가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모두발언을 조용히 듣고 있던 안 공동대표는 자신의 발언 순서가 돌아오자 김 위원장의 '개헌 저지선 확보' 주장을 "새누리당의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그런 결과를 국민들께서 주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라는 말로 일축했다.
그러면서 안 공동대표는 "무조건 통합으로 이기지 못한다"며 새누리당 견제를 위해선 야권 통합이 필요하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야권통합은) 이미 익숙한 실패의 길"이라며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천정배·김한길 '삼두마차' 체제로 굴러가던 국민의당 지도부 중 2명이 공개석상에서 정면 충돌한 가운데 천정배 공동대표는 선대위회의가 끝나고 당사 밖으로 향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에 개헌 저지선을 주는 건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우리 국민 입장에서도 그렇고, 우리 당 입장에서도 대재앙"이라며 김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천 공동대표는 "개헌 저지선을 (새누리당에) 줬는데 우리 당이 몇십 석을 갖든, 설령 80석, 90석을 가져도 그건 나라의 재앙"이라며 3당체제 확립보다 개헌저지가 시급하다는 김 위원장의 인식에 공감했다.
천 공동대표는 수도권 연대도 없다는 안 공동대표와 달리 수도권 연대론 가능성을 아예 닫아두지도 않았다.
그는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당 내부의 활발하고 질서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며 통합은 물론 연대까지 정면 부정한 안철수 공동대표의 취지를 거스르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천 공동대표는 "우리가 개헌 저지조차도 못하는 위험이 매우 급박하게 현실화됐다고 본다"며 "그 점에 관한 인식에 대해선 내부에서 좀더 냉철하고 과학적인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 공동대표에 이어 가장 늦게 회의실을 나온 김 위원장은 "야권 전체가 개헌저지선을 확보 못할 경우에 맞닥뜨릴 정말 무서운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너무 부족하다"며 안 공동대표의 현실 인식을 비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회 대표는 국민의당 지도부가 내는 파열음에 반색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는 같은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20대 총선 여성 성평등 공약 발표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야권이) 이렇게 분열된 상태로 가면 야당의 위치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모두 인식할 것 아닌가"라며 '통합 불가'를 외치는 안 공동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통합이라는 것은 아무런 생각 없이 던져진 것이 아니다"라며 "야당의 현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한 정치인이라면 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당 선대위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은 모두 당 지도부의 갈등을 인식한 듯 '3당체제 안착'과 '야권의 개헌저지선 확보'에 대해 저마다의 입장을 밝혔다.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은 "여당이 180석 장악을 저지하는 목표와 우리가 제3당으로서 우뚝 서는 목표는 양립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고, 김영환 공동선대위원장은 "말을 바꾸면 안 된다"며 통합불가라는 당의 입장을 되돌릴 순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 선대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16.03.07 양지웅 기자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03.07 양지웅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열린 더불어성장 핸드북 발간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03.07 박동욱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