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여의도는 '눈물 바다'…눈물의 정치학

4·13총선 앞둔 정치인의 눈물<br />
진정성 vs 악어의 눈물 '논란'<br />
오바마,푸틴의 눈물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03 16:51:30

△ 서기호, 눈물 속 불출마 기자회견

(서울=포커스뉴스) 흔히들 정치를 묘사할 때 '피도 눈물도 없다'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권력 다툼이 냉정하고 살벌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정치와 눈물의 관계만큼 밀접한 것도 없다. 훌륭한 정치 리더들은 지지자들을 단박에 사로잡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이성과 논리를 뛰어넘는 '감성'의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개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눈물을 흘리면 '인간적이다' '진정성있다' 같은 평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눈물은 외려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아냥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2016년 봄, 여의도 정가가 촉촉하다. '눈물의 정치학'을 파고 들어가보자.


◆ 2016년, 여의도에서 불어온 '눈물 바람'

최근 여의도에선 정치인들의 눈물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총선에 도전하는 신인, 반대로 총선 불출마를 밝히며 감상에 젖는 정객들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9일, 192시간이라는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에 참가하면서 격한 감정에 휩쓸린 정치인들도 있었다.

지난 1월12일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학벌의 유리천장, 여성의 유리천장, 출신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다"고 말했다. 양 전 상무는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이다.

이어 양 전 상무는 "그러나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더민주 뉴파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빈(본명 김현빈) 빈컴퍼니 대표 또한 3일 국회에서 청년 비례대표로 출마선언을 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김 대표는 눈시울을 붉힌 채 "한 많은 청년들이 생계를 위한 발짓이 아닌 꿈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발짓을 할 수 있도록 흥이 나는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해 지난 23일부터 192시간 동안 이어져 온 야당의 필리버스터 또한 야당 의원들의 눈물로 넘쳐났다.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였던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2일 본회의장 연단에 서서 "테러방지법이 수정될 때까지 버티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한 그는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며 "(국민들이) 용서할 때까지 여기 서 있겠다"며 사죄하기도 했다.

더민주 은수미 의원은 10시간이 넘는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막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며 눈물을 지었고,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강기정 의원도 본회의장에서 목멘 소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불출마선언을 하며 우는 의원도 있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에서의 출마를 고민하고부터는 '목포를 책임질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준비는 되었는지'에 대해 제 스스로에게 물어왔다. 결론적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 진정성·인간미 vs 악어의 눈물

인간이 몸 밖으로 흘리는 것들 중 가장 솔직한 건 땀과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눈물의 힘은 '솔직함'에서 온다.

솔직하지 못한 눈물은 외려 안 흘리는 것만도 못하는 '독약'이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초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따가운 비판에 직면했다.

물론 대통령이 반드시 유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쇼'를 보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국무회의 석상이었다는 사실, 때아닌 '조문 연출' 논란 등으로 인해 대중의 진정성 있는 사과 요구는 점점 커져만 갔다.

결국 5월29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동영상 분석까지 하면서 '31초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고 억지로 눈물을 짜냈다'고 따지는 등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억지로 짜낸 눈물'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받은 다른 눈물로는 이완구 전 총리가 흘린 눈물이 있다.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이 전 총리는 '역대 총리 중 최단기간 재임'이라는 오명을 떠안고 정부서울청사를 떠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전 총리는 '얼음 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박 대통령과는 다르게 눈물이 많은 정치인이었다.

이 전 총리는 총리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나 이임식에서나 항상 '나는 결백하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대중은 이 전 총리의 눈물에 언제나 싸늘하게 반응했다.

정치인이 정치적 고비를 맞았을 때 흘리는 눈물이 묘수가 아닌 악수가 되는 대표적인 예다.

반면 눈물을 소통의 일환으로 여기며 능수능란하게 다뤘던 정치인도 있다. 바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후보자 시절 기타를 치고 눈물을 보인 광고로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소위 '노무현의 눈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광고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뒤흔든 것이다.

이처럼 정치인의 눈물은 때에 따라 '진정성의 무기'가 되는가하면, 못쓰면 '악어의 눈물'이란 비아냥을 듣기 십상이다.


◆ 해외사례들…오바마,푸틴의 눈물

해외나 국내나 정치인의 눈물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감정을 절제하기로 유명한 정치인이 눈물을 흘릴 때 그 효과는 배가 된다.

2010년 영국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방송 인터뷰 도중 죽은 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평소 공식 석상에서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브라운 전 총리는 당시 흘린 눈물로 '인간적이다' '진정성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인의 아픔을 뛰어넘어 정책으로 승화시킨 눈물도 있다.

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총기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숨진 학생들을 생각하면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과 눈물은 국내에서도 크게 다뤄지며 긍정적인 반응을 낳았다.

한편, 부정적인 반응을 이끈 눈물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눈물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3선에 성공한 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대중은 그의 눈물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2000년부터 8년간 대통령직을 연임한 푸틴 대통령은 '3선 연임'을 금지하는 법망을 피해 총리로 한발짝 물러났다가 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등 '꼼수'를 썼다.

그런 푸틴 대통령을 곱게 보지 않는 세력들은 SNS에서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며 푸틴이 흘린 눈물의 진위를 따지기도 했다.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2016.02.26 박철중 기자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양 전 상무는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여성 임원으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를 역임했다. 2016.01.12 박철중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영입인사인 김빈(본명 김현빈) 디자이너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0대 총선 청년 비례대표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3.03 박동욱 기자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해 야당이 세계 최장 기록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고 있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토론에 참여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언 중 울먹이고 있다. 야당은 이날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선거법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2016.03.02 박동욱 기자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해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고 있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토론을 마친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2016.02.24 박동욱 기자 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5.12.23 김인철 기자 (워싱턴/미국=게티/포커스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총기규제 강화와 관련된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렸다. 2016.01.06 ⓒ게티이미지/멀티비츠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