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태극기 게양? 우리는 트위터에 올려요"
10~20대, 여건 등 문제로 태극기 게양 어려워지는 추세 <br />
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서 기념 활동 '활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3-01 11:06:35
△ 핸드폰에 담는 태극기
(서울=포커스뉴스) “요즘 누가 실제로 태극기를 게양하나요. 저희들의 3·1절 기념방식은 따로 있어요”
6년 전 대학 입학과 함께 상경한 장연희(25·여)씨는 3·1절을 비롯한 국경일에 태극기를 직접 게양한지도 5년이 넘었다고 했다. 주변 친구들 사정도 비슷하다.
그는 “고시원이나 원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 태극기를 게양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마땅한 공간이 없다”며 “매년 언론에서는 태극기를 게양한 집들이 줄어드는 상황을 지적하지만 이는 현실적 요소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장씨와 친구들이 3·1절의 의미를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비롯한 10~20대들은 3·1절을 현실공간이 아닌 사이버상에서 기념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이들은 자신의 계정에 태극기를 게시하거나 삼일절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올리며 친구들과 공유하고 있다.
직장인 유성현(28)씨는 지난달 28일부터 모든 SNS 계정의 사진을 태극기로 바꿨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마찬가지다.
유씨는 “태극기를 게양할 여건도 안되고 솔직히 이젠 그래야 하는 필요성도 못 느끼겠다”며 “오히려 인터넷에 태극기를 올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삼일절에 대한 내 생각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단지 태극기 사진만을 올리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청년층도 많다.
한 청년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김성현(27·가명)씨는 “많은 트친(트위터 친구)들이 삼일절을 맞아 한국 현실에 대한 생각을 논하고 있다. 독립운동을 한 조상님들도 이러한 행동을 더 예쁘게 여기실 것”이라며 “우리 세대는 ‘사이버 게양’이란 방식으로 삼일절을 기념하는 만큼 이젠 태극기 게양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러한 청년층의 움직임에 대해 기성세대들의 의견도 긍정적인 편이다.
서울 창천동에 거주하는 김현정(52·여)씨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100세대 정도가 있는데 삼일절에 태극기를 거는 집은 10세대 미만 정도”라며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김씨의 남편인 백모(53)씨도 “나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태극기로 바꿔야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 가양동에 거주하는 박영철(62)씨는 “태극기 게양은 하나의 역사적 의식이자 전통”이라며 “귀찮거나 힘들더라도 가능한 한 태극기를 게양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천안=포커스뉴스) 3·1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을 찾은 시민들이 대형태극기를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김기태 기자 태극기 이미지를 게시한 트위터 이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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