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가수 정미조, 37년 공백 이어준 ‘개여울’의 진한 울림

오는 4월10일 LG아트센터에서 생애 첫 단독 콘서트 개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24 10:03:35

△ 기도하듯 노래하는 정미조

(서울=포커스뉴스) “다시 가수를 시작한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1972년 데뷔해 한국 가요사에 기록될 명곡 ‘개여울’로 70년대 최고의 디바로 떠올랐던 가수 정미조. 당시 이지적 외모와 기품 넘치는 목소리로 패티김을 잇는 대형가수로 주목 받다가 돌연 화가의 길로 가기 위해 가수를 은퇴하고 유학을 떠났던 그가 돌아왔다. 1979년 은퇴 후 무려 37년 만이다.

23일 오후 서울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새 앨범 ‘37년’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한 정미조는 “오랜만에 노래를 하니 굉장히 서먹서먹하다. 본격적으로 노래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굉장히 떨린다”며 “밤에 잠이 다 안 오더라. 이제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 새로운 각오로 멋지게 해야 하는데 점점 긴장이 된다”고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불안이 담긴 소감과 달리 정미조는 37년 만에 돌아온 가수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고 매혹적인 무대로 취재진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는 이날 클래식하게 편곡된 ‘개여울’와 타이틀곡 ‘귀로’, 앨범 수록곡 ‘인생은 아름다워’를 선보였다.


특히 그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개여울’은 37년의 시간을 관통해 현재도 깊은 울림을 줬다. 물론 외모가 변했듯 음악에 대한 정미조의 자세에도 변화는 있었다. “과거에는 그저 음악이 좋아서 했던 거라면 이제는 노랫말을 생각하게 되고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곱씹으면서 부르게 된다. 그래서일까. 지금 생각하니 심플한 반주가 ‘개여울’의 감성에 더 잘 어울린다는 걸 느꼈다”고 편곡된 ‘개여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과거 대중은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에 당혹감을 나타냈다. 특히 1978년 개최된 ‘야마하송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최우수 가창상을 받았을 만큼 가수로 인정받던 시기에 나온 은퇴와 유학이었기에 그 충격은 상당했다. 그러나 그의 은퇴는 군사정권 시절 ‘휘파람을 부세요’와 ‘불꽃’이 금지곡으로 지정된 후 2년여를 준비한 오랜 계획이었다.

“사람들은 잘 나가던 가수가 갑자기 은퇴하고 유학 간 걸 의아하게 여겼지만 당시 내 곡이 이유도 모른 채 금지곡이 되며 노래를 그만두고 가고 싶던 파리 유학을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년 넘게 불어를 공부하고 유학을 간 건데 대중은 그 과정을 모르니 갑작스럽게 느껴진 거죠. 유학 가서 학위까지 따다보니 시간이 흘렀고 1992년 3월에야 한국에 돌아왔어요. 그 후 대학교수를 하게 됐는데 적성에 맞아 그 일을 계속 하게 됐죠.”

대학 교수로 살아가며 정미조는 노래를 잊고 살려 노력했다. 노래방조차 가길 꺼려할 정도로 노래와는 거리를 뒀다. 한 두 차례 TV에 특별 출연해 미술과 연계해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가수 복귀를 위한 건 아니었다. 그랬던 정미조가 갑작스럽게 가수로 복귀를 선언한 이유가 궁금했다.


계기를 묻자 그는 “최백호 덕분”이라고 했다. “그분이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전시 오프닝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러다 점심 약속을 한 번 잡았는데 그때 현재 소속사 대표를 동반하고 나왔다. 마침 그때가 내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의 변화가 생겼을 때였는데 ‘함께 해보자’는 제안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곡의 대표곡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리메이크에 11곡의 신곡을 더해 총 13곡이 실린 새 앨범 ‘37년’은 소속사 대표와 만남을 가진지 3년여 만에 나오게 된 결과물이다. 마음을 먹은 이상 빨리 앨범을 내고 싶었지만, 작곡가 선정 등의 문제로 준비 기간이 길어졌다.

긴 준비 기간은 정미조가 노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줬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오랜만에 노래를 하는 거라 용기가 안 났다. 가족도 왜 다시 가수를 하려하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나 역시 오랜 공백으로 인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올지 불안했다. 그런데 자꾸 반복하다보니 옛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고 다시 용기를 얻게 됐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1여년이 지나서야 손성제 작곡가가 프로듀서로 낙점됐다. 그리고 시작된 첫 녹음. 우려와 달리 녹음 부스에 들어간 정미조가 첫 노래를 마치자, 이주엽 대표와 손성제 프로듀서는 환호성을 질렀다.

“컨디션이 정말 안좋은 상태에서 녹음을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니 밖에서 환호성을 질러주더라고요. 그때부터 마음이 놓여 신이 나 녹음을 했어요. 첫날이라 한곡만 녹음하려 했었는데 그날 6곡이 오케이를 받았죠. 불만이었던 게 한 번 더 부르려면 ‘정말 좋다’며 넘어가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모든 곡을 원테이크(끊지 않고 한 번에 진행되는 방식)로만 녹음을 했어요.”


녹음이 한 번에 끝났다고 해서 준비 과정이 쉬웠다는 건 아니다. 이번 앨범에서 정미조는 발라드를 비롯해 탱고, 보사노바, 볼레로 등에 도전하며 새로운 음악적 변화를 담고자 했다. 생소한 장르의 음악을 접한 그는 “처음 노래를 받고 어떻게 소화해야 하나 싶어 고민을 했다. 그냥 불러봤지만 몇 곡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엇박자를 타는 곡도 있어서 계속 연습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미조가 가장 힘들 게 녹음한 곡은 바로 타이틀곡 ‘귀로’였다. 자전적 내용이 담긴 가사 때문에 녹음 중 그는 눈물을 쏟아야 했다. “가사 중 ‘담벼락에 기대 울던 작은 아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부를 때면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혼나고 창가 툇마루에 숨어 울던 내 모습이 떠올라 목이 멨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녹음이 쉽지 않았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성들여 녹음한 새 앨범으로 가수 복귀를 선언한 그는 “젊은 세대와 함께할 수 있는 곳에서 노래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 시작으로 그는 오는 4월10일 LG아트센터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사실상 내 생애 첫 콘서트예요. 새 앨범 수록곡을 비롯해 자신의 히트곡과 즐겨 부르던 팝, 샹송 무대를 준비 중이죠. 이 공연을 시작으로 콘서트를 많이 하고 싶어요. K팝 가수들처럼 해외 공연도 해보고 싶고요. 계속 다양한 곳을 찾아 젊은 세대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가수 정미조가 복귀앨범 '37년'발매 쇼케이스에 참석해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37년만에 복귀한 가수 정미조의 이번 앨범에는 신곡 11곡과 기존 곡을 재해석한 2곡 총 13곡이 담겨 있다. 2016.02.23 김유근 기자 가수 정미조rk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37년만의 복귀앨범 '37년'발매 쇼케이스를 열었다. 사진은 과거 발표 앨범 재킷.(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가수 정미조가 복귀앨범 '37년'발매 쇼케이스에 참석해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37년만에 복귀한 가수 정미조의 이번 앨범에는 신곡 11곡과 기존 곡을 재해석한 2곡 총 13곡이 담겨 있다. 2016.02.23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가수 정미조가 복귀앨범 '37년'발매 쇼케이스에 참석해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37년만에 복귀한 가수 정미조의 이번 앨범에는 신곡 11곡과 기존 곡을 재해석한 2곡 총 13곡이 담겨 있다. 2016.02.23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가수 정미조가 복귀앨범 '37년'발매 쇼케이스에 참석해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37년만에 복귀한 가수 정미조의 이번 앨범에는 신곡 11곡과 기존 곡을 재해석한 2곡 총 13곡이 담겨 있다. 2016.02.23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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