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도급 관행 사라질까…"재택집배원·제화공 '근로자'"
"우정사업본부 재택위탁집배원은 본부 소속"<br />
"탠디 측 업무지시·근태관리 받았다면 전속 노동자"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23 11:41:56
△ [그래픽]법조
(서울=포커스뉴스) 노동법상 사용자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도급계약 형식을 빌어 근로관계를 은폐하는 위장도급 관행이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정창근)는 각 가정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민간집배원, 이른바 재택위탁집배원 5명이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우정사업본부 소속의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위탁계약이 아닌 위장도급이란 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재택위탁집배원은 우체국을 통해 배당받은 일반·등기 우편물 등을 본인의 거주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배달한다.
주로 40~50대 여성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매년 우정사업본부와 업무위탁계약을 맺어왔다.
그러나 실제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통제한 사람은 우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이나 무기계약직 신분의 집배원이었다.
법원은 이같은 지휘체계 아래 움직였다면 이들을 위탁계약이 아닌 직접고용 형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택위탁집배원들이 재량권을 갖고 배달업무를 수행한 게 아니라 주어진 물량을 정해진 방법에 따라 수행했고 재탁위탁집배원의 우편물 배달업무 방식은 우정사업본부 무기계약직 근로자인 상시위탁집배원, 특수위탁집배원 등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판결은 비단 우정사업본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재판부는 최근 유명 패션업체 탠디와 도급계약을 맺고 탠디 소유 구두공장에 출퇴근하며 근무하다 퇴직한 노동자 9명이 제기한 퇴직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작업량은 오로지 탠디에 의해 결정됐고 갑피 실장 등이 제화공들의 작업장을 돌며 불량품에 대한 수정지시 등을 했다”며 “원고들은 기본급과 고정급이 정해지지 않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탠디로부터 원천징수 당하고 있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들 제화공이 도급계약을 맺기는 했지만 탠디 쪽의 구체적 업무지시와 근태관리를 받고 있었던 점과 근무기간 동안 다른 사업장에서 일할 수 없었던 점을 들어 이들이 탠디 전속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같은 판결이 이어지면서 위장도급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방침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책임을 피하기 위한 위장도급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의 유의미한 판결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업계 관행도 바뀌게 될 것”이라며 “관계자들의 소송도 역시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조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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