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 강간에도 위자료 물게된 베트남女…"다시 심리"

대법원, 베트남 이주여성 사건에 "원심 부족" 지적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22 12:00:02

△ 대법원

(서울=포커스뉴스) 대법원이 시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하고도 남편에게 위자료를 물 위기에 처했던 베트남 이주여성 A(26)씨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시부 강간 사건 재판 과정에서 알려진 '성폭행 출산'으로 1심과 2심에서 혼인취소 및 위자료 판결을 받은 A씨에 대해 “원심 판결은 손해배상책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결혼중개업체를 동해 지적장애가 있는 김모(41)씨와 결혼했다.

달콤한 신혼을 꿈꾸던 A씨의 결혼생활은 의외의 곳에서 무너졌다.

김씨의 계부인 시아버지가 A씨를 두차례에 걸쳐 강간했기 때문이다.

A씨는 쉼터로 옮겨졌고 시아버지에 대한 형사소송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시아버지는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 벌어졌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시아버지의 변호인이 A씨의 과거 출산 경력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된 김씨는 즉각 “출산 경력을 알리지 않고 사기결혼을 했다”며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남편과 시어머니는 A씨가 남편의 계부를 유혹해 강간을 당한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A씨의 출산은 성폭행에 따른 출산이었다.

미성년자를 납치·감금한 채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약탈혼’ 풍습이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약탈혼’ 풍습이 남아있던 베트남 소수민족 출신 A씨는 14살 때 이웃마을에 놀러갔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납치된 뒤 마을에 사는 남성 집에서 3일간 감금된 채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친정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출산했지만 곧장 남성에게 아이를 뺏기고 이후 남성은 물론 아이와도 연락을 끊고 살아왔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혼인 취소 판결과 함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현남편과 결혼하기 전 베트남에서 있었던 출산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혼인 취소와 함께 남편에게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A씨도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을 내놨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A씨의 출산 경력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출산 경험을 알리지 않고 결혼한 것은 민법상 혼인취소 사유인 ‘사기결혼’으로 봐야한다”면서 “A씨는 미성년자일 때 성폭행을 당해 출산한 경험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이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씨에게 출산 경험을 알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러 속인 것은 아니라는 아내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과 같이 혼인을 취소하는 한편 위자료 금액을 8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는 아동성폭력범죄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지만 곧바로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이후 8년동안 양육이나 교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출산 경력을 단순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곧바로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 즉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게 된 경위와 그 자녀와의 관계는 물론 남편이 A씨에게 이같은 점을 물어본 적이 있는지, 혼인 풍속과 관습이 상이한 국제결혼 당사자들인 김씨와 A씨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충분히 심리한 다음 고지의무 존부와 그 위반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심이 여러 사정을 고려한 뒤 판결했어야 함에도 민법 제816조 제3호에 따라 혼인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쉽게 단정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A씨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앞선 판결은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이해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라며 “대법원에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한 만큼 재판과정에서 명확한 사실관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서울=포커스뉴스)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 2015.08.17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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