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작가 故 하퍼 리가 남긴 것들
20세기 대표 고전 '앵무새 죽이기'로 퓰리처상 수상 <br />
인종차별에 대한 토론의 장 마련 시민의식 변화시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21 12:19:41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20세기의 고전인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오전 고향인 앨라배마주 먼로빌에서 향년 89세로 타계했다. '파수꾼'이 발표된 지 7개월 만의 일이다.
하퍼 리는 1960년에 출간돼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부 넘게 판매되며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긴 '앵무새 죽이기' 단 한 권의 책으로 미국의 국민 작가가 됐다.
'앵무새 죽이기'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고전이자 가장 대중적으로 읽히는 소설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집계가 가능한 2003년 이후로만 따져도 40여 만 부가 팔린 스테디셀러 소설다.
하퍼 리는 이 작품의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성공에 좋은 작품을 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떨치지 못하고 더 이상의 작품 집필을 포기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은둔의 삶을 택했다. '앵무새 죽이기'는 하퍼 리의 유일무이한 작품이 될 터였다.
그러다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된 지 50여 년이 지나 작가의 안전 금고 안에서 원고가 하나 발견되었다. 바로 '파수꾼'이다.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였지만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이 20년이 지나 성장했을 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파수꾼'의 존재는 전 세계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한 끝에 '파수꾼'은 2015년 7월14일 미국, 영국, 스페인, 독일, 브라질, 덴마크, 네덜란드, 카탈루냐, 스웨덴, 한국 등 총 10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미국에서만 초판 200만 부를 찍은 '파수꾼'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 예약 판매 1위를 기록하며 미국에서 출간 첫 주에 110만 부가 팔려 나갔고 하퍼 리에게 다시 세상의 관심이 쏠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어 지금까지 9만여 부가 팔렸다.
하퍼 리는 1926년 4월 앨러배마 주 먼로빌에서 변호사이자 주 의회 의원인 아버지 밑에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대단한 말괄량이였던 그녀는 웬만한 사내들보다 거칠게 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후 고등학교에 입학해 영문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다가 먼트가머리에 있는 헌팅던 여자 대학과 앨라배마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으며 교환 학생 자격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1년간 수학하기도 했다.
학생 시절 짤막한 글을 발표하던 그녀는 항공사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쓰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글쓰기에 전념하게 되자 '파수꾼' 원고를 출판사로 보냈다. 출판사에서는 그 작품을 고쳐 '앵무새 죽이기'로 출간할 것을 제안한다.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곧바로 미국 전역에서 호평을 받았고 그 이듬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줬다. 1962년에는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룩했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로 분한 그레고리 펙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1년에는 시카고에서 '한 도시 한 책' 운동의 도서로 선정돼 당시 그곳의 큰 문제였던 인종 차별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켰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성서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등에 선정됐다.
1930년대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 메이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그 시대의 명암을 그대로 드러낸다. 주인공 스카웃과 항상 붙어 다니는 오빠 젬과 친구 딜, 변호사인 아빠 애티커스 핀치, 이웃에 사는 은둔자 부 래들리 등이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는 출간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의와 양심, 그리고 용기와 신념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그로부터 50여 년 후인 지난해 작가의 안전 금고 안에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몰고 온 '파수꾼'의 원고가 발견됐다.
예약 판매에서부터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미국에서만 초판으로 200만부를 찍은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자 후속작, 하퍼 리의 첫 작품이자 최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하는 데 기반이 되었던 첫 작품이었지만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이 20년이 지나 성장했을 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원고는 20세기 중엽 미국에서 흑인 인권 운동의 불길이 번지던 시기에 집필됐다.
주인공 진 루이즈에게 아버지 애티커스는 양심의 파수꾼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되고 아버지는 증오와 극복의 대상으로 바뀐다. 시대의 비극을 둘러싼 부녀의 갈등을 통해 '파수꾼'은 우리 사회에 진정한 양심은 어디에 있는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의 작가 하퍼 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먼로빌에서 향년 89세로 타계했다.ⓒ게티이미지/멀티비츠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의 작가 하퍼 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먼로빌에서 향년 89세로 타계했다.ⓒ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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