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人] '남과 여' 전도연 "서로의 숨소리와 부대낌 속에 그리움 담았다"
전도연 "'남과 여'는 주부로서 아이 엄마로서, 피해가고 싶었던 작품"<br />
"지금, 변화를 꿈꿀 때가 된 것 같아요"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21 07:55:09
(서울=포커스뉴스) 전도연을 만났을 때, 항상 가장 궁금했던 건 "왜 이렇게 힘든 작품만 하세요?"였다. '협녀, 칼의 기억'(2015년), '무뢰한'(2015년), '집으로 가는 길'(2013년)이 모두 그런 작품이었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남과 여'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배우라도 주부로서, 아이 엄마로서 살아가는 그가 낯선 남자와의 사랑을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전도연은 '남과 여'에 대해서 "사실 되게 피해가고 싶은 작품이었어요"라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제의를 받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남과 여'가 말하는 사랑은 엄마로, 아내로 살아온 여자와 남편으로, 아빠로 살아온 남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다른 좋은 여배우가 완성한 작품을 꼭 보고 싶다고까지 말씀드렸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제 작품처럼 붙어있는 거예요. '남과 여'를 제작한 영화사 봄은 15년 동안 작품을 안고 있었어요. '멋진 하루'에서 만난 이윤기 감독님이기도 하고. 어느 순간 '이 작품은 내가 빨리 밟고 넘어가야 하는 작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품을 넘지 않으면 다른 작품을 못 하겠구나 싶을 정도로요."
고민한 지점은 역시 상민(전도연 분)과 기홍(공유 분)의 사랑이었다. 힘든 현실 속에서 도피처럼 만난 사랑인지, 오롯이 둘 만의 사랑으로 인한 것인지 정리가 필요했다. 이 감독은 오롯이 남과 여의 사랑으로 그려지길 원했다.
"상민이 기홍에게 그런 말을 해요. '애가 없으면 세상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라고요. 아이가 곁에 없는 것이 상민에게는 비현실적이었던 거죠. 상민은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여자잖아요. 그게 집착이 된 거고. 낯선 곳, 낯선 하늘 아래 끌림에 의해 한 남자를 만나게 된 거죠. 그 순간에는 '현실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남과 여'는 두 사람 사이 감정의 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를 영화는 소리로 담는다. 베드씬 촬영 전 두 사람의 키스씬은 음악을 없앴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숨소리는 차디찬 공간 속 뜨거운 온기를 전달한다.
"그 장면을 볼 때 편하진 않아요. 사실 옆에서 같이 보는 친구 손을 꼭 잡았어요. 베드씬이 세 장면 정도 있는데, 특별히 다른 건 준비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행위보다는 서로의 숨소리, 서로를 느끼는 부대낌 같은 것들을 통해서 정말 절실함과 그리움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리허설 배우를 통해 여러 번 리허설 해보고, 고쳐가면서 완성된 장면이에요."
전도연은 '남과 여' 촬영을 할 때, 유독 계산하지 않고 순간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촬영순서도 뒤범벅이었다. 핀란드 로케이션에서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을 모두 찍었다. 돌아온 서울에서 영화의 중간토막을 찍었다. 힘들지 않았냐는 말에 전도연은 "엔딩까지 찍고 왔기 때문에 거뜬하더라고요. 사랑하는 장면만 남았으니까"라며 웃었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데, 공유 씨로 인해서 영화가 무게를 잘 맞춘 것 같아요. 공유 씨의 힘인 것 같아요. 공유씨와 기홍이 정말 비슷해요. 서서히 스며드는 힘이 있어요. 공유 씨와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작품을 통해서 보니, 어리기만 한 친구가 아니더라고요. 기홍같은 따뜻함이나 자상함이 있어요. 그래서 촬영하면서나, 보면서나 설렘을 느꼈던 것 같아요."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에서 매 순간에 집중했다. 그 모습은 '사랑에 빠진 여자는 아름답다'는 말을 스크린에 옮겨온 듯하다. 전도연은 '남과 여'에서 정말 아름답게 나온다. 막상 그는 "속눈썹 하나 붙였을 뿐인데"라고 너스레 떨지만 말이다. "처음으로 이렇게 예쁘게 나왔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얼마 전에 촬영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전화도 드렸어요."
사랑을 담은 스크린에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도, 여전히 멜로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갖는 것도 비결이 있다. 그는 "여전히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한다. "멜로 연기를 하는데 기술적인 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제 안에 계속 꿈을 꾸듯이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제 조금 다른 선택도 해보려고요. 변화를 꿈꿀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전도연은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택했다. 미국 드라마 원작의 tvN 드라마 '굿 와이프'에 합류하는 것이다.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드라마를 택한 건 아니에요. '굿 와이프'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고, 멜로가 아닌 이야기라서 좋았고요. 그러면서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좋았고요."
전도연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받아들이고 있다. 힘들지 않은, 가벼운 작품을 할 생각은 없냐는 말에 "제가 40대 여배우이기도 하고, 아이 엄마이기도 하고. 이런 것들 때문에 '나는 못해'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김)고은이 때문에 '치즈인더트랩'을 봤는데, 제가 '저 전도연이에요' 하면서 (김)고은이 대신할 수도 없잖아요. 그런 이유죠."
하지만 여전히 전도연은 아름답다. 여배우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당당하게 살고 있기에 더욱 그를 빛나게 한다. 그래서 인터뷰를 마치며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빛나던 시절이 있냐고 물었다. "지금? 그렇게 믿고 싶어요."'남과 여'에서 상민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이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과 여'에서 전도연과 공유는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사진은 '남과 여' 스틸컷. 전도연과 공유는 영화 '남과 여'에서 사랑에 빠진 상민과 기홍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남과 여' 메인포스터. '남과 여'에서 상민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이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과 여'에서 상민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이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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