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감동 그대로 옮긴 실험적 전시 '육갑, 병신'展

사진작가 최광호 개인전, 갤러리나우에서 23일까지 열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19 18:59:26

△ 최광호_개인전.jpg

(서울=포커스뉴스) '육갑' '병신'. 욕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나우에서 열린 사진전 타이틀이다. '육갑, 병신' 展의 주인공 사진작가 최광호는 "1965년 병신년(丙申年)에 태어났으니 올해로 환갑(還甲)이다. 60년 잘 살았고, 감사함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의미를 설명한다.

이름만큼 전시도 강렬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시장 바닥이 온통 은빛이다. 거울같은 재질의 비닐 필름으로 만든 바닥은 관객들과 전시장을 비추며 빗길을 걷는 느낌을 준다. 최 작가는 "산과 구름이 비치는 빗길은 나를 맨발로 걷게 한다. 그 느낌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개별 작품 연출도 독특하다. 최 작가는 사진을 벽에 거는 대신 거센 비바람에 굴러다니는 낙엽처럼 마구 바닥에 널브러트렸다. 물에 젖은 자신의 얼굴을 찍은 작품들은 구겨서 벽에 붙이기도 했다. 빗 속의 맨발을 촬영한 작품들은 발자국을 찍듯 천장과 벽 등에 길게 이어 붙였다. 길에서 주운 잡동사니와 몽돌로 만든 오브제 작품도 모빌처럼 전시했다.

최 작가는 "밤사이 비와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잠을 설치고 문을 열고 나서는데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다. 그 웅덩이에 하늘이 비치고, 가까이 가니 나도 비쳤다. 그렇게 비 오는 날의 감동을 전시장에 옮기는 내 생각, 나의 느낌을 실험 중이다"고 말한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은 전시 제목에 빗대 "병신년을 맞아 '사진 육갑'을 떨어보겠다는 작가의 의지"라고 설명을 더했다. 이에 최 작가는 "최근에는 잘 팔리는 '예쁜' 사진은 많다. 반면 실험적인 작품은 점점 줄어들어 서운하다"고 했다. 최근 세태에 대항하듯 연 전시가 '병신, 육갑' 전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사진으로 사는 것'을 인생 명제로 삼아온 최광호의 '육갑, 병신' 展은 23일까지 갤러리나우에서 만날 수 있다.사진작가 최광호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개인전 '육갑, 병신'展을 열고 있다. 사진은 작품 '육갑, 병신, 비가 나를 맨발로 걸어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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