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우발채무, 널뛰기 매각가의 변수 '발목 잡을 수도'

우발채무 규모 상위 증권사로 꼽혀 <br />
최근 홍콩H지수 기초 ELS로 우려 더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19 08:56:15

△ 여의도 증권

(서울=포커스뉴스) 현대증권의 우발채무가 매각 가격 결정은 물론 매각 성사여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우발채무란 일정 조건이 되면 채무로 바뀔 수 있는 것으로 불확정 채무라고도 한다.

현대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우발채무 규모 상위권으로 꼽히는데다 올해 들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홍콩H지수) 하락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의 헤지 손실로도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인수합병(M&A)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매각 예상가는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매각 가격을 높게 예상하는 측은 현대증권이 당분간 M&A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매물이라는 점과 지난해 실적 호조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현대증권의 매각 지분은 현대상선 등이 보유한 22.56%로 시가로는 3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으로 중형 증권사로서는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고 대형 증권사는 상위권 굳히기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모두 이러한 점을 노리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또, 현대증권의 고객 예탁금도 2조5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현대증권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48.5% 증가한 2971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까지 묶어서 거래가 이뤄지면 1조원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산은자산운용을 포함한 대우증권의 매각 금액이 2조4500억원이었다는 점도 고려된다.

그러나 낮게 평가하는 측은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는 현대그룹이 협상에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점과 함께 현대증권의 우발채무 규모를 지적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발채무 잔액이 1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총 9개사였다. 이 가운데 현대증권은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컸다. 우발채무로 분류된 금액은 2조원 미만으로 자기자본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절대 규모로는 분명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로 신용공여 주체로 등장했고 채무보증 등에 대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로 공격적인 법인 영업에 나섰다. 현대증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게다가 현대증권은 올해 들어 손실 우려가 커진 ELS 발행에도 적극적이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된 홍콩H지수 기초 ELS에 대한 자체헤지 비중이 큰 증권사로도 꼽힌다. 자체헤지 비중이 크면 기초자산 가격 급락 시 그만큼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운용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잔액 중 현대증권의 자체헤지 비중은 삼성증권 다음으로 높았다. 주요 증권사의 평균 45%를 웃돈 것이다.


또, 현대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자체헤지 비율도 ELS 발행 상위 증권사 평균 41.5%를 웃돈 5개 증권사 중 하나였다. 자기자본 대비 자체헤지 비율이 높다는 뜻은 헤지운용에 따른 손실 발생 시 자기자본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인수후보 측이 현대증권의 우발채무를 심각하게 본다면 현대증권의 매각가는 현대그룹의 희망금액(약 1조원)에 훨씬 밑돌 가능성이 있다. 자칫 매각 성사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크고 국내외 주가 지수도 약세를 보이는 만큼 우발채무가 더 부각될 수 있다"며 "현대그룹의 불리한 협상 위치도 매각금액에 악재"라고 지적했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공여나 채무보증을 모두 채무로 볼 수는 없지만 글로벌 경기나 기업 경영환경이 불리한 것도 사실"이라며 "인수후보 간 제시금액의 차이가 제법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서울=포커스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2015.08.17 박동욱 기자2016.02.15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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