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노선을 거역할수록 인기 올라가는 트럼프의 역설
뉴욕타임스, “공화당 지도부, 평당원들의 보수주의를 오판”<br />
이념보다 인간의 신뢰를 중시하는 당원들에 트럼프가 먹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18 10:49:45
(서울=포커스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유세 과정에서 공화당 노선을 거역하면 할수록 그의 지지자들이 더 많이 환호하는 언뜻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분석했다.
미 해병대에서 22년간 복무한 마크 제벤스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을 이라크 전쟁으로 끌고 들어가면서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트럼프의 통렬한 비판이 뭐가 잘못 된 것이지 알지 못한다. 이라크에서 세 차례 복무한 제벤스는 “결국 수많은 선량한 해병, 해군, 공군이 그곳에 없는 어떤 것 때문에 죽었다”면서 “그러므로 집요하고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군대에서 우리는 그것을 복명(復命) 또는 현지강평(現地講評)이라고 부른다”고 NYT에 말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가 토론 과정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가리켜 그가 2001년 9월 11일 미국이 테러공격을 받기 전 첩보기관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음을 내비치자 많은 공화당원들은 군대 친화적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인기가 높은 전직 대통령을 폄훼한 트럼프가 결국 너무 나갔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번 주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트럼프 유세장에서 NYT가 인터뷰한 수많은 퇴역 군인들은 트럼프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트럼프의 발언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동시에, 공화당의 노선을 번번이 거역하는 트럼프의 탄탄한 인기는, 워싱턴 싱크탱크들과 공화당 내 선출직 지도자들에 의해 정의된, 보수주의에 대한 공화당 평당원들의 신의(信義)를 당 엘리트들이 얼마나 깊이 오판했는지를 보여준다고 NYT는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그러한 분기(分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역연(歷然)하다. 이곳은 지금까지 예비선거가 진행된 곳들 중에서 가장 보수색채가 강한 곳으로 여기서 트럼프는 최신 여론조사에서 경쟁자들을 누르고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수적 온라인 매체인 ‘페더럴리스트’의 발행인 벤 도메네치는 “대체로 공화당은 이념에 대한 헌신이 유권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음을 과대평가해 왔다”고 말했다.
도메네치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언제나 덜 이념적이고 인간의 신뢰를 더 따지는 공화당 기반의 상당한 부분을 대표한다”면서 “그것은 워싱턴의 공화당 지도부와 보수적인 이념 엘리트들이 모두 과소평가해 온 어떤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 오거스타에서 16일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는 군중 속에서 한 남자를 단상으로 불러올렸다. 그 남자는 군중이 환호하는 가운데 “나는 이라크에서 두 번 참전했다”면서 “바로 여기 트럼프가 없다면 우리 중 누구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당내 경쟁 후보들은 과거 낙태 같은 사안들에 대해 진보적인 견해를 밝혔다며 트럼프를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 그리고 보수적인 평론가들은 자유무역과 정부의 사회복지 재정 지출 같은 이슈들에 대해 그가 변절했음을 폭로했다.
하지만 그가 당의 통설(通說)과 절연한 것이 가장 생생하게 드러난 것은 현지에서의 공화당 프라이머리를 한 주 앞둔 지난 13일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토론이다. 전직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에 더해 트럼프는 군중이 큰소리로 야유하는 가운데 낙태 말고도 ‘계획출산’은 여성 보건을 위해 “멋진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계획 출산’에 자금지원을 한다면 연방정부를 폐쇄시키겠다고 지난해 위협했으며 트럼프에게서 복음주의파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빼앗아오기를 희망해 온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복음주의파를 지지하는 트럼프를 노린 네거티브 광고를 재빨리 들고 나왔다.
하지만 유세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그 이슈에 대해 트럼프와 공감했다. 학교 교사이자 노스 오거스타의 트럼프 지지자인 킴 웰스는 “나는 낙태에 반대하지만 ‘계획 출산’은 산아제한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많은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NYT에 말했다.
지난주 루이지애나 유세에서 트럼프는 그가 보수주의자가 아니라는 젭 부시와 여타 후보들의 공격을 물리쳤다. 그는 이념적 꼬리표를 온통 무시함으로써 유세장에 모인 1만 명의 군중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연호(連呼)와 함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부르는 대신 트럼프는 “나는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 줄 상식을 가진 사나이”라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의 대중영합주의를, 보호주의를 선호하는 경제적 민족주의와, 불간섭주의이기도 한, 외국에 대한 독재자적 접근의 결합이라고 본다. 그의 이런 대중영합주의는 워싱턴의 공화당원들이 옹호해온 거의 모든 것을 거역하며 당 지도자들과 여론 주도층으로부터 냉소를 이끌어낸다.
공화당 재계 지도자들과 그들의 로비 집단들이 자유무역을 계속 요구하는 반면 트럼프는 공장을 해외로 옮긴 미국 기업들이 제조한 수입품에 3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수 천 명을 결집시켰다.
16일 트럼프의 연설을 듣기 위해 줄을 선, 미국 우정공사의 우편배달부로 일하다 퇴직한 밥 메이슨은 “노동조합원이 만들었다는 상품의 표지를 찾아보려고 K마트의 진열대를 샅샅이 훑었다”면서 “기업들이 해외로 가고 싶어 한다면 그들이 그곳에 머물면서 거기서 제품을 계속 만들게 하라. 만약 미국 돈을 원한다면 그들은 마땅히 여기서 회사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민을 그의 대표 이슈로 삼겠다는 트럼프의 결정은 공화당 주류가 얼마나 평당원 유권자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1100만 명 이상의 밀입국자를 추방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촉구는 불가능하며 비인간적이라고 비난받았지만 상당한 지지를 확보했다. 지난해 NYT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4명 중 1명은 불법이민자가 출국을 요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승리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공화당원의 65%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찬성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상대로 실시해 16일 공개된 CNN/ORC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크루즈보다 16% 포인트 앞섰다. 마르코 루비오와 젭 부시는 공동 3위였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복음주의파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가 크루즈를 20% 포인트 앞섰다는 것이다. 크루즈는 이번 달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그들의 세력을 결집해 승리한 바 있다.(Photo by Christopher Gregory/Getty Images)2016.02.1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3년 5월 1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근해의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군복 차림으로 방문해 승조원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Photo by Tyler J. Clements/U.S. Navy/Getty Images)2016.02.1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샤핀에서 1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마르코 루비오의 집회에서 한 남자아이가 루비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Photo by Aaron P. Bernstein/Getty Images)2016.02.1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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