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손실 우려에도 여전히 '인기'…투자자·금융사 안심해도 되나
기존 투자자도 손실 미정인데다 기초자산가격 바닥 인식 확산 <br />
그러나 NH證 등 대형사 헤지거래 손실여부 주목<br />
최악 시나리오시 'ELT 판매' 국민銀 등은 피소 우려…금융권 시스템 리스크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18 07:45:07
(서울=포커스뉴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이하 홍콩H지수) 등 국내외 주식지수가 급락세를 접고 반등 기미를 보이자,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량이 다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연초 중국발 경기침체, 국제유가 하락 등 글로벌 악재가 어느 정도 지수나 개별 주가에 반영됐다는 인식이 늘면서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 신규 발행 규모는 2조9218억원으로 퇴직연금에 따른 계절성 증가분이 반영된 지난해 12월 7조6193억원보다 적지만, 지난해 10월 2조4555억원과 11월 2조6964억원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이달에도 설 연휴가 있었지만, 지난 주말까지 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저금리의 대안 상품으로 각광을 받는 ELS 열풍이 연초 큰 우려를 자아냈듯,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결코 환영할 만한 현상은 아닌 것으로 지적된다. 자칫 전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한 실정이다.
▲ 기존 투자자도 손실 미정…‘기초자산 가격 바닥’ 인식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에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3년 만기가 대부분이다.
즉, 만기 시점까지 지수나 개별 주가가 시작가의 40~6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시기별로 다르기는 하나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ELS 비중은 전체의 70~80% 이상이다. 최근 문제가 된 홍콩H지수 기초 ELS 경우 원금비보장형이 9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자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비교적 수익률이 높지만 안전한 투자처로 알려진 ELS라도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특히 홍콩H지수가 올해 1월 전월대비 약 20%, 지난해 고점 대비 약 50% 급락하면서 ELS 손실 우려가 대두됐다. 지난해 말 ELS 발행잔액은 약 64조4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홍콩H지수에 기초한 ELS는 37조7000억원에 달했다. 거의 60%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기업평가의 조사 통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ELS 발행잔액 상위 9개 증권사의 홍콩H지수 기초 ELS 발행 비중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체의 50%를 넘었고 이 가운데 원금비보장형은 97.9%에 달했다.
또, NICE신용평가가 12개 증권사의 지난해 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적지 않은 홍콩H지수 기초 ELS가 원금손실 구간인 녹인(Knock-in)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고 ‘ELS 대란’이 당장 발생하지는 않는다. 관련 ELS의 만기가 대부분 2년 후에 도래하기 때문이다. 또, 홍콩H지수가 바닥이라고 생각한다면 ELS 투자가 현명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홍콩H지수뿐만 아니고 각국의 지수나 개별 주가가 경기 침체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등락은 있겠으나 어느 정도 저점이 형성돼 있다고 본다면 ELS의 안정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 대형 증권사 손실은 현실
그러나 고객의 손실여부와 상관없이 ELS를 발행한 증권사는 당장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바로 헤지거래 때문이다.
증권사는 ELS 발행을 한 후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헤지거래에 나선다. 보통 외국계 투자은행(IB)로부터 ELS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 파생상품을 매입하는 백투백 헤지(back-to-back hedge)를 한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들은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을 직접 운용하면서 헤지에 나선다. 이른바 델타헤지(Delta hedge)라고 하는데 델타는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대한 옵션가격의 민감도를 뜻하는 것으로 그 델타값 만큼의 기초자산을 현물이나 선물로 매입하게 된다. 만기까지 이런 작업을 계속 수행한다.
문제는 국내 ELS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텝다운(step-down)형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해당 기초자산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델타값은 훨씬 커진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홍콩H지수 선물을 확보해야 했고 조달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예상 범위를 넘어선 지수의 하락과 큰 변동성은 기존에 정한 옵션 포지션의 손실을 키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홍콩H지수가 급락하자 일부 대형 증권사는 1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고 같은 기간 전체 증권사의 파생상품관련 손실 규모가 1조3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ELS 발행잔액 상위 9개 증권사의 홍콩H지수 기초 ELS 잔액중 자체헤지 비중은 45%였다. 이 가운데 NH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등은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자체헤지 비중이 90%를 웃돌았다.
한기평은 “실제 증권사의 손익 변동성이 헤지 포지션과 운용능력, 전략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지난해 3분기 이후 ELS 관련 헤지운용이 증권사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최악시 투자자뿐만 아니고 금융권 ‘시스템 리스크’도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홍콩H지수를 비롯한 주요 기초자산 가격이 장기 하락세로 접어들면 ELS 발행자인 증권사와 수요자인 투자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ELS를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판매사인 은행권도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ELT같은 특정금전신탁은 실적배당형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은행 손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예금자보호법에 의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ELT가 손실을 입게 되면 불완전판매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과거 키코 사태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민은행이 11조7000억원, 하나은행이 5조6000억원, 신한은행이 2조3000억원, 한국SC은행이 2조1000억원, 한국씨티은행이 1조1000억원, 우리은행이 1000억원 가량의 ELT를 판매했다.
또, ELS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들도 문제가 된다. 특히 연기금과 공제회는 채권의 낮은 금리에 의존할 수 없어 주식보다는 덜 위험한 ELS 투자를 늘려왔다. 퇴직하는 회원에게 지급하는 급여율이 4% 이상인 공제회의 경우 ELS 의존도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글로벌 경기 침체로 홍콩H지수 등이 중장기 하락세를 나타낼 경우 모든 금융권이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홍콩H지수 기초 ELS에 대한 우려가 아직은 지나친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야 한다”며 “증권사의 상품 설계나 은행의 ELT 판매가 조금 보수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도 여러 구조의 ELS 상품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헤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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