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없는 성관계, 폭력적 성관계 아닌 '강간'”
‘#그건_강간입니다 기획단’ 술‧약물 취해 이뤄지는 성관계 규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14 16:56:53
△ 동의하고_하는_행진.jpg
(서울=포커스뉴스) “동의하지 않은 성적 행위는 폭력이다. 동의는 분명해야 하며 술과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이뤄지거나 협박·속임수에 의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
‘밸런타인데이’인 14일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이 눈에 띄는 서울 신촌역 2번 출구와 3번 인근에 치마를 입고 흰색 머리띠를 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술과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방지 캠페인 #그건_강간입니다 기획단’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신촌역 일대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술, 약물 등에 취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성적 행위를 규탄하기 위해 ‘동의하고 하는 행진’을 진행했다.
기획단은 행진을 하기 전 “동의를 취소한 상태에서의 성적 행위는 성폭력”이라며 “동의하지 않은 촬영과 그 촬영물의 유포, 폭력적인 성적 대상화, 길거리와 공공장소에서 여성과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겪게 되는 괴롭힘과 폭력에 반대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진은 신촌역 2번과 3번 출구 사이에서 시작돼 연세로 차 없는 거리를 따라 진행됐다.
행진이 진행되던 중 ‘명물거리’앞에서 기획단을 비롯한 행진 참가자들 중 일부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거리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기획단이 준비한 ‘만취퍼포먼스’가 시작된 것. 기획단은 ‘만취퍼포먼스’를 통해 “여성이 혼자 술에 취해 길을 걸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기획단은 “여성이 혼자 술에 취해 길을 걷다 쓰러지면 와서 얼굴을 보고 낄낄거리며 지나가는 사람, 의도적인 신체적 접촉을 하거나 의도가 보이는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여자가 술에 취해 걷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또 “술을 마시는 것이 잘못인지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는 것이 잘못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만취퍼포먼스’가 끝난 뒤 행진을 이어간 기획단과 참가자들은 두 번째 퍼포먼스 ‘치마 올리기’를 실행했다.
기획단은 ‘치마 올리기 퍼포먼스’에 대해 “성폭력을 당한 사람에게 ‘그때 뭘 입었냐’고 묻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슬프게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치마를 입고 있었다고 잘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스러움’을 드러내야 한다며 치마를 입어야 한다더니 허벅지가 드러나는 치마를 입으면 그것도 안 된다고 한다”며 “그러면서도 계단을 오르며 허벅지부분을 가리면 기분나쁘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결국 여성의 몸을 통제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혜은(21·여)씨는 “술자리에서 여성들에게 행해지는 행동양식은 정해져 있다”며 “일부 남성들은 술자리에서 여성들을 성적대상으로 생각해 말과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이런 행진에 참석하는 편은 아니다”면서도 “SNS를 통해 이번 행진에 대해 알게 됐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차에 참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행진에 참석한 ‘성노동자 권리모임지지(持志, GG)’의 이도균 활동가는 “성관계는 동의하에 이뤄져야 한다”며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이라고 강조했다.
이 활동가는 “술에 취한 여성 등에 대해 성적자기결정권이 없는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은 정숙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폭력은 정확한 이름으로 지칭해야 한다”며 “동의를 구하지 않은 성관계는 폭력적인 성관계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강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14일 오후 2시쯤 서울 지하철 신촌역 인근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술과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방지 캠페인 #그건_강간입니다 기획단' 주최로 열린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성적행위를 규탄하는 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6.02.14 박요돈기자 smarf0417@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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