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변경·상사와 마찰, '자살' 직원…"유족급여 지급해야"

대법원, 원심 깨고 대구 고등법원에 환송<br />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로 봐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14 09:00:05

△ 대법원

(서울=포커스뉴스) 갑작스러운 부서 전환, 상사와 마찰 등으로 자살한 리조트 직원의 유족에게 장의비, 유족급여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자살한 A씨의 부인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A씨는 지난 1995년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콘도에 입사해 2009년 1월 총무팀 과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콘도가 인수되는 과정에서 부총지배인으로 부임한 K씨가 A씨가 총괄하던 업무를 담당하게 됐고 이로 인해 잦은 의견 마찰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 A씨는 2009년 5월 부서원이 없는 신규 부서 인스펙터팀 팀장으로 발령을 받았고 L대리가 팀장인 객실팀에 소속돼 500개가 넘는 객실을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A씨 업무는 객실의 청소상태를 점검하거나 시설물의 하자나 수리 대상 여부를 파악해 외주업체에 재청소를 요구하는 등이었지만 실제로 그가 수행한 업무는 이와 달랐다.

A씨는 사무실이나 책상 없이 리조트 내 전기실, 기계실, 프론트, 주방 등을 옮겨 다니면서 근무해야 했다.

또 부총지배인인 K씨는 A씨에게 객실내 전화기에 붙은 스티커 제거, 에어컨 점검 등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지시했다.

수시로 연락해 “어디있냐”, “지시한 일은 잘하고 있느냐”, “그 일을 그만큼 오래 하느냐” 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입사 이후 주로 관리부서에서 관리업무를 담당했지만 프런트가 바쁠 때는 고객대응 업무지원도 했다.

지원업무 수행 중 고객에게 심한 질책을 당하고 3~4분 정도 심한 욕설을 듣기도 했다.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퇴근한 A씨는 다음날 휴가를 낸 뒤 출근하지 않았고 퇴근시각 무렵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며 상사와 마찰 등 업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는 이날 오후 11시쯤 리조트 객실에 들어가 지갑에 유서를 남긴 채 목을 매 자살했다.

유서에는 회사 내 지배인들과 직원들 사이의 갈등, 업무 수행의 어려움, 회사의 위법한 업무 처리 등이 기재돼 있었다.

이후 B씨는 A씨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했지만 공단 측은 “망인은 생명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불가항력적인 스트레스 상태라고 보기 힘들며 과거 업무적인 사유로 인해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볼 때 업무상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상태에서 자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B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업무 수행 중에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 또는 압박감으로 인해 우울증 등 정신적 이상상태가 발현됐거나 그와 같은 우울증 등 증상이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과 행위 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갑작스러운 담당사무의 변경과 변경된 사무로 인한 자존심 손상, 업무에 있어서 상사와 마찰,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건에 직면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고 급격한 우울증세가 유발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A씨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우울증세 등이 발현·악화돼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며 “비록 A씨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병력이 없고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심이 A씨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동기 등에 관해 좀 더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대법원.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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