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동주' 강하늘 "'서시'의 첫음절, '죽'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강하늘, 실존인물 윤동주 역,부담감으로 잠도 못 이뤄…<br />
"'동주'는 제가 출연한 작품 중 처음, DVD장에 넣어두고 싶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07 08:00:03

△ 배우 강하늘 인터뷰

(서울=포커스뉴스) 강하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그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건넸을 뿐인데 깜짝 놀라는 반응을 고스란히 행동으로 전한다. 칭찬이 이어지자 이내 몸이 움츠러든다. "칭찬이 익숙하지가 않아요. 어색해요"라는 강하늘을 만났다.

강하늘은 영화 '동주'에서 시인 윤동주 역을 맡았다. 온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명으로 항상 꼽히는 인물이다. 그 역시 윤동주를 사랑했다고 고백한다. 이준익 감독보다, 시나리오보다,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동주', 그 자체였다. 그래서 선택했고, 그 덕분에 힘들었다. 대중매체로는 처음으로 윤동주를 그리는 작품이다. 윤동주를 강하늘로 접하게 될 '동주' 관객들이 두려웠다.

"'동주'를 맡으면서 부담감에 잠도 못 이뤘어요. 자려고 누우면 그날 찍은 장면들, 그리고 앞으로 찍어야 할 장면들이 눈앞에 그려져요. 너무 부담돼서 정말 도망가려고 했어요. 그 부담감을 이겨낸 게 아니고 감싸 안았다는 표현이 제 상황을 표현하는데 더 맞을 것 같아요. 안고 가자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사라지지 않을 부담감 같았어요."

강하늘은 '서시'를 낭송하던 후시녹음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라고 말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고 시작하는 시다. "내가 뱉으면 지울 수 없다는 마음이 계속 막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상상하며 읽었을 시의 목소리를 제가 처음 '동주' 관객에게 들려주는 거잖아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사실 '서시'는 시의 제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책이 '서문'으로 문을 열 듯, 시집의 시작을 '서시'로 연 것이다. 그래서 유독 '동주'에서는 '서시'만은 제목을 읽지 않는다. 작은 디테일에도 신경을 기울인 결과다. 윤동주의 죄수번호로 나온 '四七五'도 실제 고증을 거쳤다. 강하늘은 걸어가는 장면을 찍는데 발걸음을 떼는 것도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 고백을 덜어준 것은 현장이었다고 덧붙인다.

"제가 꿈꾸던 영화의 세계였어요. 그런 깨달음을 준 작품이에요. 이준익 감독님이 이끌어주시고 많은 제작진이 도와줬어요. '다들 '동주'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죠. 제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들을 감독님께만 여쭤본 게 아니에요. 촬영팀, 조명팀, 의상팀, 분장팀 모두에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물어봤어요. 그러면 다들 고심 끝에 '동주라면…'이란 대답을 해요. 그렇게 모든 사람이 마음을 모아 촬영했어요."

저예산 작품이었다. 보조출연자들에게 드는 비용도 줄여야 했다. 그래서 스태프들이 곳곳에 출연한다. '동주' 시나리오를 쓴 신연식 감독도 몇 번이나 영화 속에 등장한다. 강하늘은 "웃음 터진 적도 몇 번이나 있어요"라고 회상한다. "동주가 일본에서 코트에 손 집어넣고 걷는 장면에서 자전거가 와요. 그게 우리 연출팀 막내였어요. 제가 고개를 들어야 하는데, 눈이 마주쳐서 웃어버리고 그랬죠. 진짜 즐겁게 찍었어요."

그 현장을 만든 것은 이준익 감독이다. 강하늘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연극무대 뒤에서 처음 만난 감독이었다. 그리고 '평양성'에서 강하늘을 캐스팅한 감독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정말 멋지세요. 최고로 멋진 건 사람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평양성'때 저한테 '친구 하자'고 하셨어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래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왜 외국은 다 프렌드(friend)가 되는데 우리는 못하냐며 친구 하자고 그러셨어요.(웃음)"




동주와 함께한 몽규를 연기한 박정민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강하늘과 박정민은 같은 샘컴퍼니 소속이다. 그는 "(박정민) 형처럼 치열하고 절실하게 연기하는 모습에서 저를 돌아보며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주로서 몽규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것에는 주저한다. "제가 틀린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상대역의 해석은 하지 않아요. 상대역을 맡은 배우도 그만의 생각이 있을 거잖아요. 일상생활에서 남의 마음을 모르듯, 연기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예전에는 대본을 읽을 때, 제가 맡은 캐릭터에만 밑줄을 쳤어요. 그런데 제 대사만 보다 보니 저만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연기할 때, 상대방 눈을 보고 있기는 한데, 머릿속에는 제 대사만 만들고 있는 거예요. '여긴 좀 쉬고, 여긴 좀 높여 읽어야지'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상대방 대사가 있기 때문에 제가 있는 거잖아요. '엔젤아이즈' 때부터 방법을 바꿨어요. 상대방 대사에만 밑줄을 쳐요. 제 대사만 비워놔요. 그게 오히려 저에게 맞더라고요."

강하늘은 '평양성'(2011년)부터 시작해 '소녀괴담'(2014년), '스물'(2015) 등의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예전 인터뷰에서 그는 "작품이 끝나면 빨리 비워내는 편"이라고 말했었다.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야 다음 작품에 충실히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이 좋아하는 DVD를 비닐도 벗기지 않은 채 관상용으로 모아놓은 장에 올려놓고 싶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보는 용과 관상용으로 DVD를 보관해놨어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은 DVD를 하나 더 사서 비닐도 벗기지 않은 채 장에 넣어둬요. 최근에는 '버드맨'을 넣어놨고요. 아직 제가 출연한 작품은 한 작품도 없어요. 그런데 거기에 '동주'는 올려놓고 싶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 중 처음으로요."(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동주'의 배우 강하늘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2.04 김유근 기자 강하늘은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영화 '동주' 스틸컷. (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동주'의 배우 강하늘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2.04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동주'의 배우 강하늘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2.04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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