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 정착 희망국을 쇼핑하도록 허용하면 안 돼”…영국언론
더타임스, 망명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 재정립 촉구<br />
유럽국들, 난민에게 ‘덜 매력적으로 보이기“ 경쟁중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03 16:49:28
(서울=포커스뉴스) 유럽에 도착한 난민이 체약국(締約國) 간 국경개방을 규정한 솅겐조약의 지리적 효력 범위 내에 있다면 그 난민이 더 선호하는 국가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길은 사실상 없다.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르면 EU권(圈)에 도착한 난민은 그가 입국한 최초 국가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원칙은 솅겐조약 때문에 사문화된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럽 각국이 난민 수용에 따른 부담을 두려워 해 가능하면 난민들에게 덜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고약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3일 지적했다. 이 신문은 따라서 이제는 난민이 선호하는 정착 희망국을 쇼핑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난민 수용국들이 난민을 골라서 받는 쪽으로 난민과 망명에 관한 개념 자체를 새로이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유럽 곳곳에서 장벽을 쌓는데 쓰이고 있는 예산은 300억 파운드(약 53조 원)에 이른다. 이 돈 가운데 일부를 떼어 터키, 요르단, 레바논 같은 중간 기착지에 수용돼 있는 난민들을 먹이고 재우고 가르치는 데 쓴다면 유럽대륙으로 향하는 난민의 거대한 물결은 한결 수그러들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한다. EU가 공식적인 차원에서 이들 중간 기착 국가들에게 지원금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난민 수용을 위해 EU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30억 유로 외에 추가로 20억 유로를 더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 들어온 난민은 100만 명 남짓이다. 이 수치는 그래 봤자 EU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하다. 난민으로 인한 부담은 독일과 스웨덴에 집중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난민 수용 상한을 두고 있지 않다. 그리스와 같은 난민 통과국도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제 몸도 건사하기 힘든데 거쳐가는 난민을 일시적이나마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은 “당신들도 난민 관련 비용을 분담하라”는 EU의 요구에 불만을 표시하고는 있지만 난민으로 인한 직접적인 고통은 그리 많지 않다.
난민과 관련한 유럽의 핵심적인 문제는 국경통제가 아니라 난민 또는 경제적 이주자가 수용될 수 있는 속도다. 이것은 난민 수에 제한을 두는 것뿐만 아니라 망명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재고(再考)를 요구한다고 더타임스는 말한다.
‘하나의 유럽’ 실현을 위해 EU는 회원국 간 국경을 개방했다. 그 바람에 난민은 비교적 대우가 좋은 독일과 스웨덴에 집중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혹시라도 난민에 의해 정착지로 선택 당할까봐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못된 사람들이다”라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역선전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런 낯 뜨거운 행태를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아도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더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난민이 국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난민을 골라야 한다면서 노르웨이 이민국장 프로데 포르팡의 제안을 바람직한 대안으로 소개한다.
포르팡에 따르면 난민이 유럽으로 여행하기 전 그들을 꼼꼼하게 선별하는 작업이 수행되어야 한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골라내 그들에게 현지에 그대로 있으라며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이렇게 하면 난민에게는 사람 밀수꾼의 밥이 되지 않는 이점이 있다. 유럽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재능을 가진 난민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안보상 우려가 있는 사람들을 솎아 낸다. 포르팡은 “이렇게 하면 외국인혐오증이 줄어든다”면서 “유럽 당국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보기에 이민이 더 규제된 형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타임스는 근래 유럽으로 쏟아지는 전쟁·기근으로 인한 난민 말고도 미래에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이 불어나 해안지역 주민들이 이주하기 시작하면 수백 만 명의 난민이 추가로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고 예견한다. 그러면서 원칙 없는 난민·망명 정책으로 혼란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난민들과 미래 수용국들이 자리를 함께 해 △무엇이 필요한지 △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쟁·기근·홍수를 피해 도망 다니는 사람들에게 유럽이 제한된 자원의 범위 내에서 무엇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는지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제안한다.마케도니아로 건너가기 위해 그리스 국경에 집결한 난민들. 그리스는 난민들의 통과국이다.(Photo by Milos Bicanski/Getty Images)2016.02.03 ⓒ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 by Carl Court/Getty Images)2016.01.31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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