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장으로 '흙수저' 극복을"…안철수·장하성의 '경제토크'
장하성 "성장의 과실 극소수 대기업이 독점…빈부격차 확대"<br />
안철수 "공정한 경쟁으로 경제에 활력 불어넣어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2-01 17:15:49
△ 대화하는 안철수·장하성
(서울=포커스뉴스) "지난 25년간 불평등이 일방적으로 지속돼왔는데,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진 정치권이나 저 같은 학자들이나 정부는 뭘 했습니까?"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1일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제토크'를 나누던 중 한 말이다.
"금수저, 흙수저의 한국경제-어디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짧은 강연에서 그는 요즘 세상이 "타고난 것을 극복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으로 정치를 지목했다.
안 의원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저 또한 장 교수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저 나름대로 정리한 게 공정성장론"이라고 설명했다.
◆ 장하성이 설명하는 '흙수저'의 탄생 배경
장하성 교수는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불황의 늪으로 접어든 이유를 "성장을 못해서가 아니다"라며 통념을 뒤집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도 불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2~3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문제는 이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임금소득으로 옮겨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장 교수는 90년대 초반까진 임금으로 불평등이 완화하는 경제구조가 유지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로 임금은 거의 성장하지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의 불평등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졌다는 게 장 교수의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세대가 첫 직장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그의 경제문제에 대한 진단은 산업화 세대(보수)-민주화 세대(진보)-흙수저 세대로 이어지는 '세대론'과도 궤를 같이 한다. 그는 "공은 인정하지만 우리 자식세대에게 '헬조선'을 만든 장본인"이라며 기성세대가 한국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가 "보수든 진보든 양 진영으로 갈려서 모두가 다 기득권화됐다"며 "보수진영은 가진 자들의 자유를 위해 갖지 못한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진보는 자본-노동 대립구도로만 현실을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제3의 당' 국민의당을 선택한 이유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성장의 결과를 극소수의 대기업만이 독식하면서 빚어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그는 ▲공정한 경쟁을 가능케해주는 공정성장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분배개혁 ▲기업격차를 해소하는 재벌-노동개혁 등을 내세웠다.
특히 장 교수는 청년 세대의 정치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는 현실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르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 의지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 안철수가 설명하는 '공정성장론'
안철수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는 공정한 경제구조를 만들면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실력만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누르고 이길 수 있어야 경제에도 활력이 생기고,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희망도 갖고, 모든 사람이 활력을 갖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모든 가능성이 차단되고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으면 활력을 잃고 더 쪼그라든다"며 '공정성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안 의원은 공정성장론을 ▲성장분야 ▲분배 분야 ▲복지와 조세제도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눠서 설명했다.
먼저 안 의원은 성장분야에서 세 가지 성장 가능한 축이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구조개혁, 신산업전략, 동북아경제권역이 바로 그것이다.
산업구조개혁은 정부가 나서서 현재의 재벌들을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는 전문 대기업으로 재편하고, 중소·중견기업엔 연구개발체제 개편을 통해 독일식 히든챔피언을 양성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신산업전략은 신재생에너지, 항공우주산업, 지식정보화산업 등 개별 기업이 접근하기 힘든 중요한 분야를 정부가 한국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 중점적으로 육성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북아경제권역은 북한과 경제교류를 시작하며 평화를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동북아 시장을 선점·신성장동략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분배분야에 대해선 안 의원은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낙수효과를 자연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완화, 자영업자들의 임금 보전 정책들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조세제도와 관련해 안 의원은 "이익이 적은 기업의 법인세율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고 꼬집으며 조세제도의 가장 중요한 기본으로 누진세의 원칙을 강조했다.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토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16.02.01 박철중 기자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철수·장하성 경제토크'에 참석해 발제를 하고 있다. 2016.02.01 박철중 기자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철수·장하성 경제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6.02.01 박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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