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터 90억까지…숫자로 톺아보는 국민의당

'제3' 정체성에 답해야<br />
17+3=20…17+3=90억<br />
2월15일, 운명의 날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28 06:00:15

△ 안철수, 천정배 참석한

(서울=포커스뉴스) 국민의당이 25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27일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과 전격 통합을 발표했다.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20대 총선에 대해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의 경쟁이 아니라 양당구조를 깨느냐, 못 깨느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해왔다.

과연 그의 신념대로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을까? 총선을 앞두고 대중 앞에 '불쑥' 나타난 국민의당은 과연 어떤 당일까? 국민의당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숫자들을 중심으로 국민의당을 톺아본다.

(※ 톺아보다: '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다'라는 뜻의 순우리말)



◆ 3…제3의 길, 제3의 정당

국민의당은 시작부터 '제3의 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안 의원은 제1야당인 더민주를 향해 '2등에만 안주하고 있는 야당'이라고 오랫동안 비판해왔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로 양분된 한국 정치체계는 '낡은 정치'고, 기득권의 독식이 심화된 낡은 양당체제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자는 것이 안 의원의 '새정치'다. 안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더민주의 고질병인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양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제3의 중도 개혁 노선을 표방해왔다.

문제는 국민의당에 가담한 현역 의원들의 지역기반이 대부분 호남이라는 사실이다.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두면서 보수 쪽으로 행보를 넓히는 작업이 쉽진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이다. 한 창준위원장의 국부 발언은 건국절 논쟁을 둘러싼 좌와 우의 대립을 아우르겠다는 의도에서 한 말이었지만, 외려 진보 진영과 시민단체의 격렬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비난과 비판은 호남지역에서도 이어졌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한 창준위원장의 국부 발언에 대해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의당이) 호남의 지지를 요구하면서 광주정신과 반대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국민의당에 제3의 길, 제3의 정당으로서 그 정체성을 묻는 이들이 많다. '3'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게 앞으로 국민의당이 풀어야할 가장 큰 난제다.


◆ 17+3=20…교섭단체 구성

25일 천정배 의원, 27일 박주선 의원의 합류로 국민의당 현역의원은 현재 17명으로 늘어났다. 교섭단체 구성까지 단 3명만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국회법 33조는 교섭단체 구성 의원 수를 2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섭단체가 되면 실질적인 입법활동이 보장된다. 국회 의사일정을 조정해 구체적인 안건과 법안 내용에 대한 협상을 벌일 수 있다. 또 정책연구위원을 두고 입법 활동 보좌를 받을 수도 있다.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그 외에도 국회부의장 선출 권한, 국회 상임위원장·상임위원 배분 권한, 교섭단체 대표 연설, 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국회가 행사하는 인사권에 참여하는 등 막강한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25일 마포 당사에서 열린 기획조정회의에서 "국민의당이 국민의 삶을 챙기는 캐스팅 보트(찬성과 반대가 팽팽할 때 결정권을 갖는 소수자)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주 원내대표 말대로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의 발언권을 영향력있게 행사하려면 현역의원 3명을 더 끌어와야 한다.


◆ 9,000,000,000

17+3은 20이지만, 지금 국민의당에게 17+3은 90억원이다.

국고보조금 때문이다. 교섭단체가 되면 20대 총선을 치르는 데 필요한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정치자금법 제27조에 따르면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50%를 선배분하고, 이를 각 정당별로 균등하게 분할하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그러나 20석에 못미치면서 5석 이상 의석을 지닌 정당은 총액의 5%만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정부로부터 받은 금액은 각각 48억9800만원(49.7%), 44억3000만원(44.9%)에 달했지만 군소정당인 정의당이 받은 보조금은 5억3000만원(5.4%)에 불과했다.

이처럼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금 규모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만약 국민의당이 경상보조금 지급일인 다음달 15일까지 현역의원 3명을 더 끌어와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포함, 약 90억원을 받을 수 있다.

교섭단체를 구성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큰 만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요인도 크다. 국민의당이 '입법 로비'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을 받아들인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신 의원의 입당은 '부패 혐의 기소자는 공직 후보에서 배제하자'고 주장했던 안 의원의 10대 혁신안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8일, 국민의당이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등 3명을 영입한다고 발표했다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3시간 만에 취소했던 것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허 전 장관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안 의원은 지난 19일 "신 의원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유죄가 아닌데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래서 합류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총선용 '실탄' 확보는 현역의원 3명의 추가영입에 달렸다. 2월15일 90억원이 결정된다.



◆ 9…호남 현역 9인 거취, 당의 미래

천정배 의원은 평소 호남 현역의원들을 비판하며 '뉴 DJ'론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민의당에 합류한 호남 현역의원은 천 의원을 포함해 9명이다.

권은희(광주 광산을), 김동철(광주 광산갑), 김승남(전남 고흥보성), 박주선(광주 동구), 임내현(광주 북구을), 장병완(광주 남구), 주승용(전남 여수을), 천정배(광주 서구을), 황주홍(전남 장흥·강진·영암) 등이 지역구를 광주와 전남 지역에 두고 있다.

특히 박주선 의원은 천 의원이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하던 날 "뒤통수를 맞았다"며 불쾌함을 드러냈지만 이를 이틀 만에 뒤집고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천 의원은 통합 선언 이전에는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에게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11일 국민회의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선 호남 현역의원들의 국민의당 합류를 "개혁의 대상이 어느날 갑자기 개혁의 주체로 둔갑하는 마술쇼"로 빗대기도 했다.

통합 선언 이후 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기존 정치인이라고 무조건 (공천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향후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번번이 지적되고 있다.

3,9,20,90억…국민의당이 4월 총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자리매김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이 숫자들에 달렸다.26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가칭) 전라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의원, 천정배 의원 등 창당준비위원들이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2016.01.26 김흥구 기자 안철수(오른쪽부터) 의원과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의원 등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이승만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16.01.11 조종원 기자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국민회의 통합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안철수(왼쪽부터)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천정배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 윤여준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상임부위원장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1.25 박동욱 기자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소속 의원단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손을 잡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학용, 임내현, 안철수, 김영환, 김한길, 장병완, 유성엽, 김승남, 권은희, 문병호 의원. 2016.01.20 박동욱 기자 국민의당과 통합 선언을 한 천정배 의원이 26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전북도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2016.01.26 김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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