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회 대한변리사회장 "전문 분야 특허소송, 변리사가 대리해야"

변리사법 일부 개정안 국회 통과…"연수 내실화 중요"<br />
대한변협 "자체 연수 프로그램 만들 것"…고 회장 "꼼수" 지적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25 06:00:13

△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 인터뷰

(서울=포커스뉴스) 승산 없는 싸움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흔히 표현하곤 한다. 약한 계란으로 바위를 깨지 못하는 것처럼 이길 가능성이 없는 싸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계란으로 바위를 깨진 못했지만 바위에 금이 가게 만든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취득을 막기 위한 ‘변리사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킨 대한변리사회가 그 주인공이다.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했던 싸움에서 조금이나마 성과를 올렸으니 이제 숨을 고를 법도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고 말하는 고영회 대한변리사회장을 지난 20일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만났다.

◆ 변리사법 일부 개정안 국회 통과…"연수 내실화 중요"



“일보 나아간 건 맞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분명한 것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나 싶어 유감스럽습니다.”

변리사법 일부 개정안 통과 소감을 묻자 고 회장 얼굴에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엿보였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31일 본회의를 열고 변리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에서 일반적으로 법개정안 통과시키는 것과는 달리 이번 변리사법 개정안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고 회장은 “입법과정에서 이를 심의하는 사람은 심판이고 소송으로 치면 재판관이나 마찬가지”라며 “재판관은 자기와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판단되면 스스로 그 사건을 맡지 않는 제척 기피 회피 등의 제도가 있는데 이것이 국회에서는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회가 전원합의제라는 관행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한 사람만 반대해도 심의가 안된다”며 “언젠가 한 의원의 발언이 담긴 회의록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내가 이 법을 통과시키면 변호사 역사에 죄를 짓는다’고 하더라.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런 반쪽짜리 결과가 나오게 된 것도 모두 특정 한 사람이 끝까지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며 “이해관계인은 법안 심의에서 제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일부 개정된 변리사법 개정안은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취득제도는 유지됐지만 변호사가 변리사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리사 실무수습, 연수 등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격을 부여해도 이전 처럼 거저먹기 식으로 자격을 얻을 순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 회장은 “70~80%정도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서류 몇 장으로 자동 자격을 얻는 것은 없어졌으니 이제 어떻게 연수를 내실화하는지에 따라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변리사 연수를 보면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1년이란 시간이 만만한 시간이 아닌 만큼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자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변협 "자체 연수 프로그램 만들 것"…고 회장 "꼼수" 지적

대한변호사협회가 변리사법 일부 개정안 통과 후 자체 변리사 연수 과정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고 회장은 문제점을 제기했다.

고 회장은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에게 변협이 만든 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으라고 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변리사가 되려는 사람에게 소양과 전통성을 갖춘 곳을 두고 변호사가 주관하는 교육을 받게 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자격을 받기 위한 연수인 만큼 물 셀 틈 없이 교육을 하고 전문 자격자로 양성하는 연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변협이 급하게 연수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실무를 할 줄 아는 변호사가 없으니 변리사가 가서 강연을 했다”며 “자신들(변호사)이 먼저 나서서 제대로 된 연수를 받겠다고 하는게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들의 기본자세 아니겠나”고 말했다.

그러나 변협 측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진행하는 연수의 주체가 반드시 변리사회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고 회장은 “집이 문제가 아니라 집안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가 문제”라며 “연수원을 자신들이 만들겠다는 건 집을 직접 짓겠다는 건데 집을 지었으면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연수원의 질이 결정된다”며 “변협이 변리사 연수를 진행할 역량이 없기도 하고 이미 수십년간 변리사회가 주최해 연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굳이 따로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고 회장은 또 “지적재산권 분야의 전문가가 변리사라는 건 누구나 아는 것”이라며 “그간 쌓인 노하우와 전통이 있는 단체에서 연수를 받는 게 누구보다 자연스러운데 굳이 따로 만들겠다는 건 꼼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 "'소송대리권' 문제, 반드시 해결할 것"

변리사법 제8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에 관한 분야에 있어서는 변리사가 소송 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관행상 변리사는 소송을 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 회장은 “1961년 변리사법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며 “특허에 관한 사항에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정해놓고도 지금은 효력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할 수 있는 분야는 특허법과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단 3개 뿐인데 이 분야에 있어서는 변호사보다는 변리사가 더 전문성이 뛰어나지 않겠나”라며 “변리사도 민법과 민사소송법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는데 변호사만 소송을 대리하겠다는 것은 직역이기주의”라고 주장했다.

사실 변리사로 실무 경력이나 전문성 없는 변호사가 특허 소송을 단독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 회장에 따르면 이같은 이유 때문에 특허 관련 소송을 변호인과 변리사가 함께 진행하지만 변리사의 경우 소송대리권이 없어 공판에서도 방청석에 앉아야 한다.

고 회장은 “변리사가 사안을 보고 쪽지에 변론 내용을 적어주면 변호사가 그 쪽지를 보고 재판을 진행한다”며 “이걸 쪽지 재판이라고 하는데 변호사가 잘못 해석하면 엉터리 답변을 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리인 제도가 위험한 이유는 법률 행위는 대리인이 했음에도 그 효과는 본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라며 “제대로된 전문가를 만나지 못한 죄로 피해를 보더라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변리사 없이 소송할 수 있는 변호사가 있는지 확인해보면 간단한 문제”라며 “큰 사건에서야 변리사와 변호사를 모두 고용해 내세울 수 있지만 작은 사건의 경우 부담감만 커지는 만큼 더 잘 변호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도록 하는게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 분야 다루는 변리사, 끊임없이 노력해야"

고 회장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변리사 자격을 갖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그에 맞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는 만큼 스스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갖춘 사람만이 변리사로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회장은 “변리사회에서는 2년 마다 24시간 정도의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도록 돼 있다”며 “일부는 ‘우리가 이 나이에 책 들고 공부해야 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문가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저 힘들다거나 귀찮다고 할 일이 아니라 전문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는 연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그래도 하지 않으면 등록 취소까지 검토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인터뷰를 마무리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계획을 전했다.

고 회장은 “우선 법에 명시돼 있는 소송대리권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필요에 따라 변호사와 변리사 중 한쪽만 선택해 소송을 하면 소송비용도 훨씬 줄어들게 되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통해 재판을 진행할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고 회장은 또 “우리나라는 1961년 변리사법에 소송대리권을 넣은, 세계에서 제일 앞서나가는 제도를 만들어 놓은 나라”라며 “반드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대리해야 하는 소송이 특허 관련 소송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반포대로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01.21 성동훈 기자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반포대로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01.21 성동훈 기자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반포대로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01.21 성동훈 기자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반포대로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01.21 성동훈 기자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반포대로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01.21 성동훈 기자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반포대로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01.2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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