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빠생각'-'완득이'…이한 감독의 연이은 '12세 관람가' 이유

이한 감독 "'오빠생각' 관객에게 긍정적인 영향 줬으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24 14:51:15

△ 영화

(서울=포커스뉴스) "항상 영화를 만들 때 10대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요."

영화감독이라는 자리에 많은 이들이 "어렵다" "외롭다"고들 한다. 이한 감독은 조금 달랐다.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감독하는 게 점점 더 행복해지고 있어요"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10대 때 만난 영화, 음악, 책들이 지금을 만들어준 것처럼 자신의 영화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한다. 영화 '오빠생각'은 그의 바람이 충실히 담긴 작품이다.

영화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중 한상렬 소위(임시완 분)와 자원봉사자 박주미(고아성 분)가 만든 어린이 합창단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감독은 메가폰을 잡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감동했어요. 어린이 합창과 이야기가 절반씩 영향을 준 것같아요. 저는 제가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들려주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영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에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감독에게도 '오빠생각'은 어찌보면 도전이었다. 등장인물은 교복이 아닌 군복을 입고 있다. 시대는 현재가 아닌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이다. 전쟁의 모습을 그리는 데 고민이 많았다. 이 감독도 "전쟁 부분은 정말 촘촘하게 계획을 세웠어요. 다큐멘터리나 잘 만든 전쟁영화 장면을 분석했어요. 열심히 연구했죠"라고 준비과정을 회상했다.



역시 중요한 건 인물이었다. 배우 임시완, 이희준 등도 인터뷰에서 한상렬에 대한 의문을 전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착할 수 있느냐'고. 이 감독은 당시 연구를 토대로 설명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당시 부산에만 대략 200개가 넘는 보육원이 있었대요. '그걸 만든 사람은 누굴까' 생각했죠. 희생이라고 하지는 않을게요. 분명히 그분은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알게 모르게 음지에서 실존한 분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 감독은 배우들의 캐릭터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동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도 더했다.

"제 어머니 이야기도 했어요. 제가 학창시절에 굉장히 문제아였어요. 싸움 등 온갖 비행을 저지르고 다녔죠. 그게 왜 잘못된 건지 모르고 특권인양하고 다녔죠. 그때 부모님이 보내주신 변함없는 사랑이 점점 저를 변화시킨 것같아요. 한상렬을 보면서 갈고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변함없는 사랑이 저를 변화시킨 것처럼요."

이한 감독만의 촬영 현장 특징이 있다. 첫 촬영에서는 디렉션(연기 지도)을 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배우는 놀러 온 게 아니니까 대본을 보고 분명히 자기의 생각이 있겠죠. 제가 배우라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처음부터 뭔가를 지시하면 상황이 꼬이잖아요. 동선이나 필요한 정보는 말하되 첫 촬영은 배우의 뜻에 맡겨요. 그것을 보고 좋으면 '오케이' 하는 거고, 아니면 대화를 시작하죠. 그게 맞는 것같아요."

감독으로의 경험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과정이다. 감독의 일방통행이 아닌 배우와의 교감을 통해 영화를 만들어가는 게 '행복'하다는 점을 찾았다.

"저도 데뷔작 때는 소품 하나하나 색까지 감독이 정해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현장에 나가는 게 괴로운 적이 많았거든요. 점점 흥미를 잃어갈 것같았어요. '영화 연출이 나랑 안 맞는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병원 정신과를 찾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러면서 연출가로 살아갈 방법을 터득한 거죠. 영화가 공동작업임을 인식하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주면 현장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겠죠. 그러면 저도 행복해지는 거예요."



착한 생각으로 시작해 착하게 촬영된 영화다. 이 감독의 영화를 대중은 '착한 영화'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는 "착한 영화가 있으면, 나쁜 영화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양분법보다는 음지가 있고 양지가 있다면 양지의 시선을 가진 감독, 이렇게 불리면 좋을 것같아요"라고 표현했다.

"제 영화는 한 편도 빠짐없이 '12세 관람가'예요. 제가 보기에 영화의 순기능에 '관객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측면이 있다면 가장 좋은 시기가 10대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작품을 만들면서 '이거 12살 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어?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쉽게 가야 하는 것 아냐?'라는 질문을 백번도 넘게 해요. 제가 그 나이 또래에 느낀 게 있어서 그런 것같아요. 그때 염세적인 소설을 보면 염세적이게 되는 거예요. 책 한 권이 그 시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긍정적인 시선의 작품을 본다면 그것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만이 알고 있는 사명감같은 거죠."

인터뷰 내내 이한 감독과 선(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감독은 "임시완이 자기는 착한 게 아니라 착한 척하는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자체가 정말 착한 마음인 것같아요. 그러면서 자신의 욕망을 누르는 거잖아요. 이를 세상은 유약하다, 착한 척이다, 루저라고 하지만 결국은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그리고는"저는 제 영화를 통해 착해지려고 노력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제 영화를 보고 '좋은 영화'라고 해주시는 분께 감사해요. 마음이 움직였다는 거니까요. 특히 10대들의 반응이 좋았을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를 성장하게 해준 작품들처럼 제 작품이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가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 '오빠생각'을 연출한 이한 감독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6.01.19 김유근 기자 이한 감독(왼쪽)과 배우 임시완이 영화 '오빠생각'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은 '오빠생각' 현장 스틸컷. 영화 '오빠생각'을 연출한 이한 감독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1.19 김유근 기자 영화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중 한상렬 소위(임시완 분)와 자원봉사자 박주미(고아성 분)가 만든 어린이 합창단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은 '오빠생각'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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