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초 '구구표 목간' 발견…6~7세기 백제시대 유물
중국·일본 사례에 비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형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6-01-21 13:01:59
△ 목간2-horz.jpg
(서울=포커스뉴스) 한반도 최초로 구구법의 공식을 목편에 차례대로 적은 '구구표(九九表) 목간(木簡)이 발견됐다.
구구표 목간은 한국문화재재단이 지난 2011년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실시한 '부여 쌍북리 328-2번지 유적'의 백제시대 구상유구 1호에서 출토됐다. 해당 목간은 발굴됐을 당시 묵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적외선 촬영을 통해 일부 숫자를 확인했으며 이를 근거로 2013년 하찰(조세의 물품에 붙여진 나무명패)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6일 열린 한국목간학회에서 해당 목간이 구구표 목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훈진 한국문화재재단 연구원은 이날 '부여 쌍북리 국비 조사 유적 출토 목간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윤선태 동국대학교 교수 등은 다양한 숫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표기된 사례에 대해 토론하던 중 구구단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전문가 회의 검토 결과 구구표 목간인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
목간은 길이 30.1㎝, 너비 5.5㎝, 두께 1.4㎝ 크기로 소나무를 얇은 판재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한쪽 면에서만 묵서 명이 확인됐다.
구구표 목간은 9단부터 2단까지 칸을 나누어 기록되어 있다. 9단을 가장 상단에 배치했으며 아래쪽으로 하위 단들을 기록했다. 각 단 사이는 가로 선을 그어 구분했다. 또한 같은 숫자가 이어질 경우 반복부호(ː)를 사용했고 십 단위는 20(廿), 30(丗), 40(卌) 등으로 표기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광개토대왕릉비와 삼국사기 등 문헌기록에서 구구 셈법 표기와 산학(算學)을 가르친 기록은 있으나 구구표가 표기된 유물은 처음이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3세기경 리야(里耶) 유적에서 구구단이 적힌 목간 표가 출토된 바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중국과 일본 사례에 비해 기록형태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형태를 보임에 따라 백제 시대 수리체계가 정립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 목간의 실체 확인을 통해 구구단이 중국에서 곧바로 일본에 건너가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주장과 다른 실물자료로 보고 있다.
이병호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장은 "그동안 한반도에서 구구표 목간이 단 한점도 안나왔었기 때문에 일본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구구표 목간이 한반도를 거치지 않고 중국에서 직수입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면서 "이번에 구구표 목간이 확인되면서 6~7세기에 이미 한반도에 구구표 목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말했다.구구표 목간 적외선 사진 원본(왼쪽)과 적외선 촬영후 일러스트 작업을 한 사진.부여 쌍북리 328-2번지 유적 내 구상유구 1호에서 발견 당시 목간 노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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